[스페셜2]
<오션스 일레븐>? 노노노!(1)
2012-08-02
글 : 주성철
사진 : 최성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코멘터리-홍콩·마카오 로케부터 액션, 멜로 코드까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오달수, 김해숙, 그리고 홍콩의 임달화, 이심결, 증국상,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보관된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10명의 한·홍 합작 도둑들의 이야기다. 물론 그것은 또 다른 사건과 배후의 인물로 나아가기 위한 맥거핀이다. 아내 안수현 PD와 함께 ‘케이퍼필름’을 세운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 흥행적으로 실패를 모르고 달려온 감독이자, 매번 오락성 가득한 상업영화로 계속 전진해왔다. <도둑들>은 마치 <범죄의 재구성>의 사건, <타짜>의 정서, <전우치>의 액션이 결합된 듯한 극강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여기 여러 인물과 공간을 넘나드는 <도둑들>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최동훈 감독의 꼼꼼한 첫 번째 코멘터리를 싣는다.

1. <타짜>(2006)의 첫 번째 자막은 ‘낯선 자를 조심해라’다. 그만큼 최동훈 감독은 매번 사건보다 인물로 시작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서서히 규합해 나가는 방식을 썼다. <범죄의 재구성>(2004)은 최창혁(박신양)이 출소 뒤 사람들을 모으면서, <타짜>의 고니(조승우) 또한 정 마담(김혜수)의 회상으로부터 등장했다. 말하자면 도둑질 혹은 사기극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중요했지만 <도둑들>은 이미 꾸려진 팀을 등장시켜 도둑질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로부터 시작한다.

-<도둑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캐스팅을 꿈꾼 영화였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캐릭터들을 보여주면서 각자 맡은 역할과 테크닉이 뭔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처음부터 덩어리로 시작해 홍콩으로 건너가서는 그 덩어리를 이룬 인물들을 하나씩 분리해냈다. 말하자면 이전 영화들과 다른 방식이었다. 그리고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너무 멋진 사람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지움 건물이 그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헌팅을 갔는데 실제로는 미술관이 아니고,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높이도 맞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미술품이 걸려 있어 그럴싸했다. (웃음) 게다가 거기 놓여 있는 의자들도 다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더라. 보통의 관장 사무실 같은 방이 아니었으면 했는데 공간도 좋았다. 건물 전경을 더 못 보여준 게 가장 아쉽다.

2. 첫 번째 강탈을 끝낸 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 예니콜(전지현), 씹던 껌(김해숙), 잠파노(김수현)가 마카오 박(김윤석)의 초대로 홍콩에 건너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도둑들>은 홍콩, 마카오 로케이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뭔가 근사한 ‘뷰’를 보여주며 시작할 법도 하다. 하지만 <도둑들>의 첫 홍콩 장면은 애버딘에 있는 점보 레스토랑의 뒤편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상 레스토랑 점보는 <무간도2: 혼돈의 시대> 등 무수히 많은 홍콩영화에 등장했던 곳이다. 마카오 장면에서 역시 그 유명한 리스보아 호텔도 그저 스치듯 나온다.

-첫 번째 원칙은 관광영화처럼 만들지 말자는 거였다. 단도직입적으로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홍콩 하면 떠오르는 즉각적인 이미지들도 많지만 일부러 다 포기하고 점보 레스토랑의 뒤로 들어갔다. 게다가 원래도 신이 시작할 때 구축 숏을 잘 안 찍는 편이다. 그들의 첫 만남을 어딘가 식민지 느낌이 나는 야외에서 찍으려고 했다. 점보 레스토랑이 너무 화려하고 중국적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실은 한국 도둑들이 처음 가서 느끼는 홍콩이 그런 느낌이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레스토랑을 하루 빌리는 비용이 2천만원이었는데 이틀 반 동안 촬영했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서울에서 홍콩, 마카오, 부산으로 굵직하게 이동하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는 느낌으로 자막을 넣어 구획을 짓긴 했다. 그나마 구축 숏 느낌이 드는 장면은 한바탕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홍콩으로 돌아와 멋진 석양 뒤로 엑셀시오르 호텔이 보이는 코즈웨이베이 타이푼 셸터 장면이다. 배를 타고 거기로 들어오기도 하고 웨이홍하고 통화하고 걸어가는 데는 평범한 정류장이어서 그렇게 붙이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마지막 홍콩 촬영분이었다.

3. 최동훈 감독은 맨 처음 홍콩을 방문하면서 ‘범죄영화를 찍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그 기운이 충실이 느껴지는 장면은 홍콩의 첸(임달화), 줄리(이심결), 조니(증국상)와 다 함께 만나는 낡은 건물의 옥상일 것이다. 홍콩 로케이션을 도와준 옥토버픽처스 팀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제롬 샐레의 <라르고 윈치>,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전> 등의 홍콩 로케이션을 담당했던 홍콩 최고의 팀이다.

-홍콩 현지 로케이션 가이드들과 다니며 장소를 물색하면서, 어쨌건 란콰이퐁 같은 곳에서는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쪽에서는 나와 안수현 PD, 최영환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이렇게 네명이서 다녔다. 추천해준 곳 외에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이 나오면 ‘스톱’해서 둘러보는 식이었다. 그쪽에서 이러면 안된다고 했는데 ‘아니, 우리는 이렇게 해’ 그러면서 사실상 그 팀들이 찾은 게 반, 우리가 찾은 게 반이다. (웃음) 옥상에서 모두 모이는 낡은 건물은 지나가다 우리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홍콩 팀도 이런 곳은 처음 봤다고 했다. 나중에 현장을 찾은 임달화도 이런 데를 어떻게 찾았냐고 하더라. 옛날에는 호텔이었던 건물이라던데 침사추이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에 그런 곳이 비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인물들을 홍콩 고급 호텔에서 재우고 싶지 않았다. 허름한 건물 바닥에 매트리스만 깔고 재우고 싶었고 전지현이 테라스와 테라스 사이를 자연스레 건너뛸 수 있는 건물을 원했다. 홍콩 도둑들이 터는 보석상 공간도 까다로웠다. 홍콩 ‘3D골드’라는 주얼리 체인의 한 숍이다. 내부에 식사를 할 만한 방과 화장실이 있어야 했고 오달수가 고개를 내미는 조그만 창도 있어야 했다. 그런 데를 기가 막히게 찾아왔는데 아마도 3D골드 홍보 모델이 영화에 출연하는 증국상의 아버지인 증지위여서 쉬운 건 아니었을까. (웃음)

4.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로 프로덕션 준비 단계부터 마카오 촬영에 아낌없는 배려를 해줬다. 카지노 객장 및 하드록 호텔, 크라운 타워, 쇼핑몰 ‘The Boulevard’ 등 리조트 내 주요 장소에서의 촬영을 적극 협조해줬다. 그리고 10명의 도둑이 마카오의 골목을 거닐 때 경찰들이 비밀스레 촬영하는 곳은 바로 왕가위의 <2046>에도 등장했던 산바 호 스텔이다. 그렇게 로케이션만으로도 영화의 향수가 짙게 묻어난다.

-‘시티 오브 드림즈’ 카지노를 섭외한 건 정말 기뻤다. 카지노는 허락한 곳에서만 찍을 수 있고 거대한 객장을 빼면 실내니까 일부는 한국에서 찍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건 마카오에서 창고를 찾는 작업이었다. 청핑극장이라고 아주 오래된 극장이 있는데 지금은 주차장이더라. 사실 거기가 셔터가 내려져 들어갈 수 없는 데였는데 그 틈으로 캠코더를 밀어넣어서 쭉 돌려 찍었다. (웃음) 그렇게 내부를 보니 너무 좋은 거다. 진짜 ‘촉’으로 찾아냈다고나 할까. 그리고 마카오는 허락없이 길을 막으면 안된다. 1분만 막아도 나가라고 하고 5분 정도면 추방이다. 나중에 다른 한국 팀이 와서 피해를 보면 안되니까 할 수 없이 차를 안 막고 상황에 맞게 그냥 찍었다. 중요한 건 ‘풍광’을 찍지 말자는 거였다. 홍콩이나 마카오 모두 실내장면이 많은데 외부로 안 나가서 갑갑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을 드라마로 채우려고 했다.

5. 최동훈 감독이 말하길, <도둑들>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광둥어로만 대화를 나누던 홍콩 도둑들이 사업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도둑들과 힘을 합쳐 마카오로 간다. <흑사회2> 등에서 보듯 홍콩 조직들이 대륙의 조직 혹은 마카오의 조직과 힘을 합치고 대립하는 풍경은, 최근에는 흔한 설정 중 하나다. 말하자면 홍콩 도둑들이 광둥어가 아닌 베이징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한국 도둑들과 공모하는 설정은 아시아의 다국적기업을 둘러싼 당대의 비즈니스 풍경이다. 그렇게 도둑들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대화를 나눈다. 아니 아시아에서 먹고살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세 언어를 오가면서 사건을 공모하는 풍경은 최동훈 감독의 완벽주의자적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국과 홍콩의 도둑들이 만나고 그들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3개의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홍콩 도둑들끼리는 광둥어로 얘기할 때도 있어서 가끔은 오달수가 그들의 대화를 모를 때도 있다. 김혜수는 영어로 티파니의 여동생, 그리고 이심결 등과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일부러 능숙하지 않은 짧은 영어로 해달라고 했다. (웃음) 오달수와 김수현은 중국말을 할 수 있는데 김수현이 속한 한국 팀들이 못 알아듣는 설정으로, 홍콩 도둑들이 비웃는 장면도 있다. 김해숙 선배는 영어, 중국어 다 안되는 대신 일본에서 살다온 캐릭터로 임달화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게 했다. 그 가운데 김수현이 중국어를 통역해주고 김윤석은 전체적으로 계획을 설명하며 한국어, 중국어를 동시에 한다. 그러다보니 시나리오 쓰는데 정말 골치가 아팠다. 그 순간만큼은 감성이나 취향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수학문제를 풀 듯 관객이 ‘어, 이상하네?’ 그러지 않게 맞춰 나갔다. 김윤석이 정말 명배우인 게 촬영 끝나고 6개월 뒤 ADR(후시녹음)하려고 만났는데 그때 그 발음 그대로 하더라. 애초에 <도둑들>이 이국적이되 이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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