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누나와 남동생의 특별한 인생을 보여주는 <시스터>는 알프스 스키장이 배경이다. 여행 안내책자의 문구처럼 ‘설원을 즐기기’ 위해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곳이 12살 시몽(케이시 모텟 클레인)에게는 생계를 이어가는 처절한 현장이다. 부모 없이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와 단둘이 사는 시몽은 관광객의 소지품과 스키 용품을 훔쳐 팔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직장을 다니다 말다 하는 누나는 동생에게 용돈을 받아서 남자와 여행을 떠나버리는 무책임한 보호자다. 집을 떠났다 돌아오는 누나가 남자친구를 집으로 끌어들이면 시몽은 귀마개를 하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어른의 책임을 떠안은 아이 시몽은 누나를 원망하지 않고 언제나 누나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이 영화의 템포는 느리게 시작해서 조금씩 가속도를 붙여가는 식이다. 시몽의 생계 유지 수단인 절도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면서 시작된 영화는 시몽이 스키장 식당 요리사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첫 번째 위기에 다다른다. 영국에서 온 요리사는 식료품을 사기 위해 도둑질을 한다는 시몽의 말에 놀라고 이후 둘은 범죄의 짝패가 된다. 물품 은닉처를 제공하며 스키를 구입하기도 하는 요리사 덕분에 시몽의 일은 수월하게 풀려나간다. 직장을 때려치운 누나는 시몽을 도와 훔친 스키를 중고용품처럼 손질하는 일을 돕기도 하지만 그마저 오래 하지는 않는다. 시몽과 누나의 불안정한 생활에 결정적인 동요를 몰고 오는 인물은 BMW를 타고 나타난 남자다. 누나는 전에 사귄 누구보다 그 남자에게 빠져드는 모습이고 둘 사이를 질투하는 시몽은 위험한 발언을 해버린다.
어른과 아이의 관계가 전도된 <시스터>에서는 시종일관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알프스 스키장이 펼쳐지지만 저변에 깔린 갈등은 깊이가 만만치 않다. 모성을 그리워하는 소년 시몽의 눈빛은 외로움과 생의 무게에 눌려 어둡지만, 소년은 누구에게도 툴툴거리지 않고 혼자 짐을 지고 간다. 자신의 몫을 방기하고 도망치려 하는 누나 역시 소년에 비해 어른일 뿐 세상에 버려진 아직은 어린 20대 여자다. <시스터>는 세상이 돌보지 않는 이 두 사람의 삶을 담아내지만 화면은 감상적이지 않다. 아주 덤덤한 감정에서 시작해서 후반에는 상당히 고조된 정서에 다다르는 속도감 조절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 작품은 여성감독 위르실라 메이에의 두 번째 장편이다.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수상한 경력은 영화의 내공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관객은 마치 과거 가족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난 인류학자들처럼 시몽과 누나의 삶에서 인간의 원형적 관계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고 <시스터>를 보는 방법과 의미는 훨씬 다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