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흥행을 향해 튀어!-신인 감독, 한국 대표 남자배우
2012-08-21
글 : 이영진
글 : 강병진
글 : 장영엽 (편집장)

신인 감독

연쇄살인마의 어둠 속으로

<내가 살인범이다>
감독 정병길 / 출연 정재영, 박시후 / 개봉 11월 예정
그동안 한국영화 속 살인범은 ’미치도록 잡고 싶었던’ 그놈,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녀야만 잡을 수 있는 그놈이었다. 쇼맨십이 강하고 언론 플레이에 강한 꽃미남 살인범이 등장하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래서 흥미로운 영화다. 전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이 살해과정을 기술한 자서전을 출간한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죄를 물을 길도 없는 상태다. 아름다운 그의 외모에 현혹되는 이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동요하는 이들도 생겨나지만 이두석을 15년간 쫓았던 형사 형구(정재영)와 피해자의 유가족만큼은 그의 행보를 좌시할 수 없다. 살인범의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낸 다음 본 게임을 시작하는 이 영화는 끝을 미리 짐작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고도 얼마나 긴박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올해 상반기 방영한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가 입증하지 않았나. 두뇌회전을 요하는 속도감있는 이야기 전개와 더불어 기대되는 건 정병길 감독의 액션 연출력이다. 그 자신이 서울액션스쿨 출신이고, 스턴트맨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로 주목받은 정병길 감독인 만큼 첫 장편영화에서 얼마나 재단된 솜씨의 액션 연출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해보자.

늑대소년아, 날 기다려줘

<늑대소년>
감독 조성희 / 출연 송중기, 박보영 / 개봉 10~11월 예정
<렛미인>의 뱀파이어를 늑대소년으로 치환하면 이런 영화가 나올까.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은 동화적인 분위기를 물씬 머금은 작품이다. 낯선 마을에 이사온 소녀(박보영)는 체온 46℃에 혈액형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늑대소년(송중기)을 만난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어둠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소년에게 소녀는 말하는 법, 옷입는 법, 쓰는 법 등을 가르치며 언젠가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다린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늑대소년을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소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늑대소년을 떠난다. “날 기다려줘, 다시 돌아올게”라는 말을 남긴 채. 조성희 감독의 전작을 고려하면 <늑대소년>은 잔혹동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리처럼 위태롭고 갸냘픈 소년소녀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선사했던 중편 <남매의 집>, 장편 <짐승의 끝>의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정서를 이끌어내는 조성희 감독의 상상력, 아카데미 재학 시절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비주얼에 대한 감각 또한 그의 첫 장편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을지 궁금하다. 주로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였던 배우 송중기와 박보영의 연기변신이 기대됨은 물론이고.

한국 대표 남자배우

불안은 왕을 잠식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장광, 김인권, 심은경 / 개봉 9월
이병헌의 전언(<씨네21> 850호)에 따르면, 뜻밖에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코미디 요소가 강한 사극이다. 그렇다고 유사한 설정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떠올리는 건 섣부른 연상이다. 천민이 감히 왕의 자리를 꿰차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은 물론 웃음을 유발할 것이다. 그러나 광해군이 끝내 왕으로 불리지 못했던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쓰러진 광해군을 대신해 곤룡포를 입게 된 천민 하선이 우스운 돌발행동만을 일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흔히 언급하는 <왕자와 거지>보다 <카게무샤> 혹은 <왕의 남자>에 더 가까운 묵직하고 진중한 드라마일 확률이 더 높다. 이병헌은 독살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광해군과 기방을 출입하며 썩어 문드러진 조정을 풍자하는 천민 하선을 동시에 연기하는데, 가짜 왕 하선이 진짜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이야말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꼭꼭 숨겨놓은 흥미진진한 변곡점이다.

이보시오 간첩 양반, 총알 분실이 웬 말이오…

<간첩>
감독 우민호 / 출연 김명민, 염정아, 유해진, 변희봉 / 개봉 9월
“넌 내가 아직도 간첩으로 보이냐?” <간첩 리철진>(1999)의 오 선생이 리철진에게 던지는 말이다. 만약 리철진이 당과 인민을 배신하고 남한에 정착해 오 선생의 딸인 화이와 신접살림을 차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상상이 <간첩>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불법 비아그라 판매상 김 과장(김명민)은 22년 전 남파된 간첩이지만 임무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부동산중개인 강 대리(염정아), 독거노인 윤 고문(변희봉), 귀농 청년 우 대리(정겨운)도 북쪽의 수령님 잊고 남한에서 먹고사느라 정신없다. 10년 만에 받아든 암살 명령 앞에서 “간첩 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서운” 간첩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총은 있지만 총알은 이사갈 때 잃어버린” 간첩들은 지령을 완수할 수 있을까.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으로 소문자자한 김명민이 이번엔 실제 남파간첩과의 접선을 시도했을지도 모를 일. <파괴된 사나이>(2010)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빠 간첩 최승현

<동창생>
감독 박신우 / 출연 최승현,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 개봉 12월
벌써부터 각종 매체가 싸움 붙이기에 나섰다. <동창생>의 최승현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쌍현’간의 대결이 볼만하긴 하다. 공교롭게도 두 젊은 배우들 모두 ‘꽃미남’ 간첩으로 나온다. 일단 7월11일 촬영을 시작한 <동창생>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최승현(T.O.P)이 맡은 리명훈은 고교생으로 위장한 킬러로,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 혜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간단한 설정과 캐릭터의 면면을 볼 때, <동창생>의 경쟁상대는 앞으로 나올 여느 간첩영화보다는 <의형제>와 <아저씨>인 듯하다. 만약 그 목표를 이룬다면, 탑(T.O.P) 역시 탑(Top)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로 데뷔한 박신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판타지+어드벤처+이제훈

<점쟁이들>
감독 신정원 / 출연 김수로, 강예원, 이제훈 / 개봉 9월
<점쟁이들>은 이제훈 혼자서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관심이 쏠리는 건 이제훈의 즉흥 연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MIT 공학박사 출신으로, 온갖 퇴마 장치를 개발하는 석현 역을 맡은 이제훈은 애드리브가 포탄처럼 쏟아지는 촬영장의 분위기에서 ‘과연 이래도 될까. 너무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조차 결국엔 던져버렸다고 했다. <시실리 2km> <차우> 에서도 확인됐듯이, 신정원 감독의 엉뚱한 유머를 이제훈이 어떤 톤으로 소화했는지가 포인트. <점쟁이들>은 의문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울진리에 전국 각지의 점쟁이들이 모여들고, 마지막까지 남은 5명의 점쟁이와 신문기자 찬영(강예원)이 악령과 결전을 벌인다는 줄거리의 판타지영화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점쟁이를 선택한 신정원 감독은 유년 시절 즐겨봤던 <인디아나 존스> 같은 1980년대 어드벤처영화의 분위기까지 곁들여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정통 멜로드라마에 눈물짓다

<반창꼬>
감독 정기훈 / 출연 고수, 한효주, 마동석 / 개봉 12월
언제부턴가 멜로드라마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하긴 어려워졌다. 상업영화의 자장 안에서 ‘정통’ 멜로드라마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건축학개론>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멜로드라마의 하락세를 만회할 반등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너 장르라는 딱지가 외려 희소성을 도드라지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멜로드라마 <반창꼬>는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아내를 잃은 소방관 강일(고수)과 의료사고에 휘말린 의사 미수(한효주). 두 남녀 모두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죄책감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강일은 자책하고, 미수는 외면한다.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스릴러(<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액션(<초능력자>), 전쟁(<고지전>) 등의 ‘남자영화’에서 거칠고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고수의 장르 변경 시도에 주목.

직장생활 심리스릴러

<회사원>
감독 임상윤 / 출연 소지섭, 이미연, 곽도원, 김동준 / 개봉 10월
‘회사 가면 죽는다.’ 10년차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르막을 기대하기보다 내리막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 어떨 땐 넥타이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지만, 일상은 자살조차 피곤하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을 정말로 죽이는 회사에 다니는 이라면 어떨까. 그 역시 오늘은 따분하고, 내일은 막막할까. 그 역시 ‘넥타이증후군’을 앓고 있을까. <회사원>의 지형도(소지섭) 과장을 보자. 겉보기에 평범한 제조업체의 직원이지만, 그가 10년째 몸담은 곳은 실은 살인청부 전문 회사다. 묵묵히 맡은 일을 처리하며 회사에서 인정받는 킬러였던 지형도는 언제서부턴가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꿈꾸게 되고”, 그 때문에 동료들의 표적이 된다. 시키는 대로만 살았던 지형도를 흔드는 인물 중 하나는 신입사원 훈(김동준). 제작진은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제대로 살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는 지형도의 안간힘이 소지섭의 팔뚝에 얼마만큼 깊이 새겨졌는지가 관건이다.

아이 엠 승룡

<12월 23일>
감독 이환경 / 출연 류승룡, 박신혜, 오달수 / 개봉 12월
류승룡이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변신의 궤적과 진폭은 놀라울 정도다. <고지전> <아이들…>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그의 변화무쌍한 필모그래피를 더듬다 보면, 어떤 합의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암묵적인 신뢰 말이다. <12월 23일>의 용구는 특정 이미지의 그물에 좀처럼 얽히지 않는, 그러나 이제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류승룡의 또 다른 얼굴이다. 어린아이 지능을 가진 용구(류승룡)는 딸 예승이 갖고 싶어 하는 가방을 사주려다 여아 살해 누명을 뒤집어쓴다. 어떻게든 딸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은 용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같은 방에 수감된 조폭 양호(오달수) 무리는 비밀작전에 돌입한다. 간략한 줄거리만으로도 <하모니>와 <아이 엠 샘>이 단박에 어른거릴 텐데, 누선을 자극하는 설정의 이 가족영화가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면 류승룡의 변신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또 다른 연기돌이 온다

<자칼이 온다>
<돈 크라이 마미>

JYJ의 재중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반기에 개봉할 <자칼이 온다>(가제)에서 재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설의 여자 킬러 자칼(송지효)에게 납치당하는 한류스타 최현 역할을 맡았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잠깐 얼굴을 비친 유키스의 동호는 가을에 개봉할 <돈 크라이 마미>에서 “눈에 띄는 외모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면모를 지닌” 소년 조한 역으로, 제국의 아이들의 동준은 <회사원>에서 살인청부회사에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 훈 역할로 나온다. 슈퍼주니어(<꽃미남 테러사건>), 탑(<포화속으로> <동창생>), 재범(<Mr.아이돌>), 지연(<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은정(<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민(<카운트다운>), 수지(<건축학개론>)의 뒤를 이어, 얼마 전 촬영을 시작한 <26년>의 임슬옹까지. 드라마에 비하면 아직 소소하지만, 영화계의 아이돌 수혈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