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엄마는 누구인가요?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감독 호소다 마모루 / 목소리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사와 다카오 / 개봉 9월6일
물론 이번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대상은 ‘소녀’다. <늑대아이>의 소녀는 ‘육아’와 마주한다. 평범한 여대생인 하나(미야자키 아오이)는 어느 날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늑대인간이다. 그럼에도 사랑은 계속되고 두 남녀는 유키와 아메라는 이름의 아이들을 낳는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이들은 흥분하면 귀와 꼬리가 나오는 늑대아이다.
호소다 마모루는 주변에서 아이를 가진 부부들을 보고 <늑대아이>를 구상했다. “엄마들이 괜히 빛나고 멋지게 보였다.” 소녀들의 싱그러운 연애담을 그려온 그에게 ‘엄마의 탐구’는 분명 도전적인 과제였겠지만, 그는 무엇보다 시간의 경과를 묘사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1주일을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이고 <썸머 워즈>는 3, 4일간의 이야기지만, <늑대아이>는 13년의 시간을 2시간에 담아야 했다. ” <늑대아이>는 그동안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서 아들과 딸에게 주인공을 내줘야 했던 ‘엄마’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잠베지아> Zambezia
감독 웨인 손리 / 목소리 출연 새뮤얼 L. 잭슨, 아비게일 브레스린, 제프 골드브럼 / 개봉 12월
아빠 같은 밀림의 왕이 되고 싶었던 심바처럼, <잠베지아>의 카이도 아빠처럼 멋진 비행을 꿈꾸는 어린 송골매다. 어느 날, 고고와 티니라는 황새들을 만난 카이는 그들로부터 새들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잠베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마음껏 날지도 못하는 생활이 답답했던 카이는 아빠와 다툰 뒤 잠베지아로 향한다. 하지만 잠베지아도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이곳을 노리던 괴물 도마뱀들은 대머리 황새떼와 함께 잠베지아를 정복하려 든다.
<잠베지아>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트리거피시(Triggerfish)가 미국과 합작으로 만든 3D애니메이션이다. 픽사와 디즈니, 드림웍스 등과의 경쟁을 목표로 삼은 회사인 만큼, <잠베지아>의 이야기 또한 글로벌 무대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3D효과를 극대화한 고공비행 장면 또한 경쟁사를 의식한 구성일 듯. 무엇보다 <잠베지아>의 경쟁력은 ‘아프리카’다. 카이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의 자연경관과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보는 이들을 눈부시게 할 듯하다.
픽사 ‘최초’의 여전사를 만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
감독 마크 앤드루스, 브렌다 채프먼 / 목소리 출연 켈리 맥도널드, 빌리 코놀리, 에마 톰슨 / 개봉 9월27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픽사의 필모그래피에서 여러 가지로 ‘최초’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픽사 최초의 시대극이고, 최초로 여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다. 게다가 연출을 맡은 브렌다 채프먼은 픽사 역사상 최초의 여성감독이 됐다. 그동안 픽사가 만들었던 작품들이 카우보이 장난감이나 자동차, 로봇 등 주로 남자아동 관객을 자극하는 주인공을 내세웠던 걸 보면,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분명 큰 변화의 흐름에 있는 작품일 것이다.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던브로시 왕국의 공주 메리다(켈리 맥도널드)다. 공주이기는 하나, 활쏘기와 사냥을 즐기는 그녀는 자신을 우아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다. 공주 수업과 결혼을 강요하는 엄마와 싸운 어느 날, 메리다는 화를 못 이겨 숲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마녀를 만난다. 메리다는 엄마를 바꿔달라는 소원을 말하고, 마녀의 마법에 걸린 엄마는 곰으로 변한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엄마에게 걸린 저주의 마법을 풀고 왕국을 구하려는 메리다의 모험을 그린다. 지난 6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후 현지 언론은 픽사의 제작진이 창조한 스코틀랜드의 풍광과 숲의 정경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극중에서 메리다가 자신과 결혼하려는 남자들과 벌이는 활쏘기 시합의 연출이 압권이라는 후문. 평가가 어떻든 픽사의 작품이니 안 볼 도리는 없다.
로맨틱 코미디
섹스와 연애에 관한 진실
<나의 P.S 파트너>
감독 변성현 / 출연 지성, 김아중 / 개봉 12월
“왜 폰섹스를 하냐고요? 이 직장은 외모를 안 보거든요.”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에게 폰섹스는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라면, <나의 P.S 파트너>의 윤정에게 폰섹스는 일종의 심리치료다. 란제리 쇼핑몰 디자이너인 윤정(김아중)은 펀드매니저 남친에게 근사한 프러포즈를 고대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프러포즈 유도제로는 성적 자극이 최상이라고 여긴 윤정은 급기야 남친을 상대로 폰섹스를 시도하는데, 알고 보니 낯 뜨거운 신음소리를 마음껏 즐긴 상대는 낯선 남자 현승(지성)이다. 인디뮤지션인 현승 역시 예전 여친에게 목매는, 외기러기 신세다. 가감없는 대사와 설정으로, “섹스와 연애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미녀는 괴로워>와 <혈의 누> 이후 드라마에만 출연했던 김아중과 지성이 스크린으로 동반 귀환한다.
남자, 이 손안에 있습니다
<남자사용설명서>
감독 원석 /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 개봉 12월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이 가설은 보나(이시영)에게는 들어맞지 않는다. 남자들과 말싸움이 붙었다 치면 어떻게든 ‘논리’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드니 말이다. 생겨먹은 대로 살고 싶지만,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맘먹은대로 살아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그렇다 치고, 직장까지 잃게 생겼으니 말이다. 액운은 부적으로 막는 법. ‘남자사용설명서’라는 요상한 제목의 비디오를 우연히 손에 넣은 보나는 그날 이후 “세상에서 가장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이었던 남자”를 간편히 조종할 수 있는 비기를 얻게 된다. (얼마 전 열린 전국복싱대회에서 챔피언 벨트를 따낸) 이시영이 돌주먹을 쓰지 않고도 남자들을 제압하는 에피소드들을 눈여겨보시라.
사랑의 조건을 찾습니다
<음치클리닉>
감독 김진영 / 출연 윤상현, 박하선 / 개봉 하반기
윤상현이 <네버 엔딩 스토리>의 고음부를 열창하고 있다. 이때 갑자기 박하선이 무대 뒤에서 뛰어나와 ‘롤리 폴리’ 춤을 춘다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웃기지 않은가. 윤상현과 박하선, 코믹 연기의 달인인 두 남녀 배우가 <음치클리닉>에서 만났다. 발랄하고 털털한 성격의 동주(박하선)는 정작 연애에 있어서는 젬병이고 숙맥이다. 노래로 짝사랑하는 남자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의지까진 가상한데, 그렇다고 굳이 음치클리닉까지 찾을 건 뭔가. 집요하다기보다 소심한 행동이다. 보컬 트레이너 신홍(윤상현) 역시 동주를 닦달할 처지는 못된다. 그 역시 무대공포증 때문에 가수의 꿈을 접었다. 음치클리닉을 힐링캠프 삼아 사랑의 조건을 탐색하는 로맨틱코미디. <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의 김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7월26일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애들은 가라
<19곰 테드> Ted
감독 세스 맥팔레인 / 출연 마크 월버그, 밀라 쿠니스, 세스 맥팔레인(목소리 출연) / 개봉 10월3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미국 극장가를 잠식하기 전, 두편의 R등급 영화가 맞대결을 벌였다. 한쪽은 채닝 테이텀과 짐승남 군단을 앞세운 <매직 마이크>였고, 다른 한쪽은 ‘말하는 곰돌이’를 친구로 둔 우유부단한 남자의 이야기 <19곰 테드>였다. 승자가 누구였을까? 놀랍게도 박스오피스의 여신은 작은 털북숭이 곰돌이의 엉덩이에 키스 마크를 남겼다. <19곰 테드>는 <매직 마이크>를 제치고 개봉주(6월29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한달 만에 2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올해의 슬리퍼 히트작이다. 왕따였던 어린 시절, 존(마크 월버그)은 유일한 친구였던 곰인형 테드(세스 맥팔레인)가 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별똥별에 빌었다. 그 소원이 하루 만에 이뤄진 건 행운이었는데, 어른이 된 존에겐 여자 밝히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테드가 영 골칫거리다. 더이상 곰인형이 필요하지 않게 된 나이, 주인과 함께 곰인형도 자라버렸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동화적인 외피에 어른의 내면을 주입하는 건 전작으로 19금 애니메이션 <쇼킹 패밀리>를 연출했던 감독 세스 맥팔레인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그는 곰인형 테드의 목소리를 직접 연기했다). 예고편에 등장해 깜찍한 얼굴로 비속어를 남발하며 슬며시 옆자리 여자의 가슴에 손을 올리는 테드의 모습만 봐도 이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겠다.
언니들 날 잡았네~
<베첼러레트> Bachelorette
감독 레슬리 헤드랜드 / 출연 커스틴 던스트, 아일라 피셔, 리지 캐플란 / 개봉 11월 예정
<행오버> 같은 상황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마시길. 여자친구의 결혼 전야 파티에 한번이라도 참석해본 여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여자들이 얼마나 걸쭉하게 놀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음담패설의 고수들인지. <베첼러레트>는 <행오버>의 여성 버전이라 불러도 될 법한 영화다. 한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세명의 고등학교 동창이 모였다. 겉으로는 축하 인사를 건네도, 그녀들의 속마음은 영 복잡하다. 레건(커스틴 던스트)은 학창 시절 ‘돼지 얼굴’이라 불렸던 친구가 어째서 자기보다 더 먼저 부자에게 시집가는지 모르겠고, 제나(리지 캐플란)는 남자들과 문란한 생활을 즐겨왔던 코카인 중독자이며, 캐시(아일라 피셔)는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못하는 전형적인 ‘민폐녀’다. ‘처녀 파티’가 열리는 결혼식 하루 전날, 네 여자들은 이성을 놓고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닌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자리를 내려놓은 커스틴 던스트와 <쇼퍼홀릭>의 그녀, 아일라 피셔 등 할리우드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여자들이 가장 여성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망가지는 데 있을 것이다. 고주망태가 되어 스트립 클럽에 가고, 친구의 드레스를 엉망으로 만들어놓는 그녀들의 연기는 올해 선댄스 관객을 화끈하게 매료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