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독일에서도 통했다, 홍상수 유머
2012-12-05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3주간 홍상수 회고전 열려… 극장 계단서도 관람, 감독과의 대화 땐 폭소 쏟아져
영화 상영 전 관객에게 인사하는 큐레이터 최선주, 이슬기씨와 홍상수 감독(왼쪽부터).

싸늘하고 음습한 11월 초겨울, 말하자면 영화로 위로받기 딱 좋은 베를린 날씨. 11월20일 포츠다머광장 영화박물관 지하에 자리한 아르제날극장 매표소엔 이른 저녁부터 수많은 관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이었던 <다른나라에서>를 보기 위해서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 극장 안은 꽉 차고도 모자라 계단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이들도 많았다. 독일인에게도 홍상수표 유머는 통했다. <다른나라에서>의 상영이 끝난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선 질문 세례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홍상수 감독은 단순명쾌한 대답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다른나라에서>가 50년 전통의 베를린 시네마테크 아르제날에서 소개된 건, 11월2일부터 24일까지 이곳에서 ‘영화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홍상수 회고전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장편영화 13편과 중편 <첩첩산중>을 포함한 그의 전작들이 두번씩 상영됐다. 특히 <다른나라에서>와 <북촌방향>은 독일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 두 작품의 경우 베를린 관객과 홍상수 감독이 직접 만나 영화를 본 뒤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홍상수 회고전을 준비하고 기획한 이는 독일에서 자란 동포 2세 최선주씨다. 쾰른대학에서 문학을, 베를린영화학교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는 그녀는 고려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튀빙엔대학 한국학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서 체류하며 고려대에서 일하고 있는 최선주씨는 이번 회고전 때문에 잠시 베를린에 들렀다.

생활의 발견,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 매력

홍상수 회고전 기획한 최선주 큐레이터

-회고전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홍상수 감독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극장에 가서 꼭 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일상적이어서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의 발견’이잖나.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나오는데도 그의 영화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선다. 인간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면서도, 냉소적인 시각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회고전을 준비했다. 베를린 자유대학 영화과 강사 이슬기씨도 함께 일했다. 올해 한국에 들어가 홍상수 감독에게 회고전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처음엔 놀라시더라. 우리의 계획을 들으시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필름 수급 문제 때문에 준비과정에만 거의 1년이 걸렸다.

-독일에도 홍상수 감독의 팬들이 많나.
=마니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영화 관련 일을 하시는 분, 독일의 지식인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지난 11월18일에는 한국문화원에서 홍상수 영화 워크숍이 열렸다.
=미디어학 전공자들이 많이 참석한 행사였다. 프랑스, 미국, 독일의 영화전문가들이 홍상수 영화에 대한 강연을 하고 토론했다. 학술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인의 참여는 적었지만, 베를린 영화학교 학생들, 영화학을 공부한 사람들, 아르제날극장 디렉터, 뮌헨영화박물관 관장, 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영화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평가는 어떻나. 한국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큰 차이가 없다. 그의 영화는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 어감에서 느껴지는 유머는 전달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거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홍상수 영화는 국적에 관계없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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