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권력 4부작의 대미 <파우스트>
2012-12-0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파우스트(요하네스 자일러)는 학자다. 법학, 의학, 철학에 능통하고 해부학에까지 도전해 보지만 실은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는 가난하고 배가 고프다. 아버지에게 찾아가보지만 돈을 구할 길이 마땅치 않다. 악마라고 소문난 마을의 전당포 주인 뮐러(안톤 아다신스키)를 찾아가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어쨌거나 파우스트와 뮐러는 함께 마을을 어슬렁거리는데 그때 빨래터에서 아름다운 처녀 마가레테를 만나게 된다. 파우스트는 한눈에 그녀에게 빠진다. 하지만 그와 그녀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고 그걸 어쩌지 못하는 파우스트는 답답한 마음에 전당포 주인 뮐러와 계약 하나를 맺는다. 당신에게 영혼을 줄 테니 나에게 마가레테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 파우스트는 뮐러와 그렇게 계약하고 만다.

영화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원작과는 판이한 내용이다.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는 <몰로흐> <타우르스> <더 선>에 이어 권력 4부작의 대미로 <파우스트>를 선택했다. <파우스트>가 앞선 세 작품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원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이 여기 왜 들어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편 파우스트와 뮐러는 느리지만 긴장감있는 보폭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사건, 인물들과 마주치는데, 음산하고 위험해 보이는 회화적 풍경이 그때 이 인물들을 감싼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등을 촬영했던 브루노 델보넬이 촬영을 맡았고 201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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