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경찰인 인간의 삶 <엔드 오브 왓치>
2012-12-05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브라이언(제이크 질렌홀)과 자발라(마이클 페나)는 LA의 경찰이고 둘은 파트너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는 차의 앞 유리창에 고정된 채 브라이언과 자발라가 차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쭉 보여준다. 그러면서 브라이언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난 널 체포하러 왔다. 네가 어긴 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난 배지와 총을 든 운명의 사신이다. 하지만 배지 뒤엔 너와 같은 심장이 있다. 피 흘리고 생각하며 사랑한다. 또한 죽을 수도 있다. 나는 일개 개인이지만 같은 일을 하는 형제자매가 수천명에 달한다. 우린 서로를 지켜준다. 우리는 경찰이다.” 언급한 내레이션은 영화 전체의 내용과 특성을 요약하며 암시한다. <엔드 오브 왓치>는 경찰영화지만 경찰이 어떤 큰 사건을 맡아 두뇌 싸움을 하면서 살인자를 쫓고 사건을 풀어가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찰이지만 피 흘리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삶과 그 모습이다. 영화는 특별한 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그들은 순찰을 돌고 딱지를 끊으러 나간다. 시끄럽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파티장을 찾아가고, 아기가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아기를 찾고, 순찰을 돌다가 화재가 난 집을 발견하고 아이를 구한다. 그들이 아이를 구하는 것은 투철한 정의감이나 사명감 때문이 아니다. 그 일로 표창까지 받지만 그들은 너 때문에 불속에 들어갔고 다시는 안 할 거라고 말한다. 자발라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흑인과 경찰 배지 떼고 일대일로 주먹질도 한다. 경찰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 브라이언은 셀프 카메라를 찍고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동료들과 일하는 곳을 찍는다. 그리고 영화는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으로 그러한 현장감과 생동감을 살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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