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비트 게임을 소재로 한 3D영화를 만들었다.
=처음엔 오락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주인공은 오락실 게임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캐릭터가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 8비트 게임을 생각했고, 악당 역할의 랄프가 주인공으로 선택됐다. 오래된 게임의 단순한 캐릭터가 현대적인 새 게임의 캐릭터들과 어울릴 때 상호작용이 클 거라 판단했다.
-랄프의 캐릭터 개발 과정을 봤다. 처음엔 랄프가 사람이 아닌 유인원이었다고.
=랄프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초기엔 디자인팀과 스토리팀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그땐 랄프가 유인원이 되기도 했고, 몬스터가 되기도 했고, 불도저가 되기도 했다. 스토리가 점점 자리잡아가면서 캐릭터가 지금처럼 바뀌었다. 랄프와 바넬로피가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로 발전해가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이야기가 완성됐는데, 그때 랄프가 유인원이면 이상하지 않겠나.
-랄프는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비교했을 때 겉모습부터 성격까지 상당히 튄다.
=랄프가 매력적인 건 완벽하지 않아서다. 실수투성이이고 결점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랄프는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무례한 말도 하고, 거친 행동도 하고, 잘못된 결정도 내린다. 한마디로 성질이 더럽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랄프가 원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거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랄프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응원하는데, 그건 그만큼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나? 당신의 전작인 <심슨 가족> <퓨처라마>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접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다.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게 1990년대인데, 당시 디즈니는 동화를 각색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었다. 내가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존 래세터와 에드 캣멀이 디즈니의 리더로 오면서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이러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를 감독으로 불렀을 때도 스스로를 검열하지 말라,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리더십에 영향을 받아 <주먹왕 랄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도 캐릭터 기반의 코미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주먹왕 랄프>가 그걸 증명했다고 본다. 아름답고 고전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