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엄청나게 화끈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귀환
2012-12-27
글 : 이주현
도쿄 정킷 현장에서 미리 만나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 <다크니스>

TV시리즈 <스타트렉>의 프리퀄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속편 <다크니스>(원제 <Star Trek Into Darkness>)가 2013년 5월 미국에서 개봉한다(국내에선 2013년 여름 개봉예정). J. J. 에이브럼스가 다시금 이 거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지휘봉을 잡았고, 커크 선장 역의 크리스 파인, 스팍 역의 재커리 퀸토 등이 엔터프라이즈호에 다시 승선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다크니스>의 악당으로 새로 합류했다. 12월4일 일본 도쿄의 기바극장에서 <다크니스>의 오프닝 9분 영상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어 한중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엔 감독 J. J. 에이브럼스, 프로듀서 브라이언 버크, 배우 크리스 파인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참석했다. 감독과 두 배우는 한국 기자단과 짧은 인터뷰도 가졌다. 오프닝 영상과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다크니스>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진 로덴베리가 창조한 <스타트렉>의 세계가 여러 면에서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우리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나아간다’는 <스타트렉>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했다. 이미 했던 것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J. J. 에이브럼스의 자신감 가득한 이 말은 괜한 ‘떡밥’이 아니었다. 12월4일 도쿄의 기바극장에서 <다크니스>의 오프닝 9분 영상이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3D 아이맥스로 접한 오프닝의 위용은 대단했다. 엄청나게 화끈하고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시청각 자극을 단 9분 만에 경험할 수 있었다. <다크니스>는 확실히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달랐다. 아니 이전의 <스타트렉> 시리즈들과도 확실히 구별되었다. J. J. 에이브럼스는 이전 시리즈와의 차별점을 우선 “스케일”로 설명했다. “영화의 스케일이 훨씬 커졌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정서, 감정도 전편에 비해 풍부해졌다.” <다크니스>는 시리즈 최초, 그리고 J. J. 에이브럼스 최초의 3D 아이맥스영화다. “스펙터클 액션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일 뿐 “3D영화의 팬은 아니”라는 J. J. 에이브럼스. 그러나 아이맥스 카메라로 <다크니스>의 일정 분량을 촬영한 뒤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객 역시 “스크린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차 말했다. 사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속편을 내놓을 때마다 규모로 경쟁을 벌이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3D 아이맥스 포맷의 <다크니스>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진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것이 <스타트렉> 시리즈 고유의 미학과 철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직 말할 수 없지만 확실히 오락적 재미는 배가됐다.

뻔하지 않은, 새로운 악당의 출현

<다크니스>의 이야기는 알람 소리에 깨어나는 한 흑인 부부의 침실에서 시작한다. 배경은 런던, 2259.55년. 부부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을 만나러 간다. 딱 봐도 소녀는 온전한 삶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남자(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 “내가 당신의 딸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한편 커크(크리스 파인)는 사방이 온통 붉은색인 행성에서 무언가를 훔쳐 도망치고 있다. 행성에 사는 사람들이 커크의 뒤를 쫓고, 절벽 끝에 다다른 커크는 바다로 몸을 던진다. 해저에 정박해 있던 엔터프라이즈호로 무사 귀환한 커크는 스팍(재커리 퀸토)과 바통터치한다. 아이언맨이 특별 주문 제작한 것 같은 슈트를 입은 스팍은 화산 폭발 직전인 붉은 행성으로 뛰어든다. 행성은 화산 폭발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스팍은 행성의 종족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순간이동 타이밍을 놓친 스팍은 용암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9분의 오프닝 영상은 여기서 끝났다.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J. J. 에이브럼스와 배우들은 말을 아꼈다. 말이 짧았다는 게 아니다. 그들은 영화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J. J. 에이브럼스는 상당히 입이 근질근질한 것 같았다. 어쨌거나 캐릭터를 통해 <다크니스>의 전체 이야기를 그려볼 순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복습을 하고 넘어가자.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커크와 스팍의 과거로 돌아가,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커크는 철딱서니없는 다혈질 청년에서 엔터프라이즈호 함장으로 성장한다. 벌칸족의 피와 인간의 피가 반반씩 섞인 스팍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일단 접고 머리와 가슴 두 가지로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다크니스>는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이 되찾은 평화가 “머지않아 사라질 평화”임을 예고하며 시작된다. 평화를 깨뜨리는 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존 해리슨이다. 이 새로운 악당의 등장이 어쩌면 <다크니스>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영웅을 만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존 해리슨이 “단순하게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인물은 자신이 고결하다고 믿는다.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다. 그의 투쟁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중 한명이다. 말하자면 그는 우리가 탄생시킨 테러리스트다. 그가 왜 평화를 깨뜨리는지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그는 개인적인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J. J. 에이브럼스도 말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인물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우리와 닮았고, 우리 틈에 끼어 있으며,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코 누가 적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존 해리슨은 절대악이 아니다. 그 역시 ‘명분’이 있다. 악당에 맞서는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의 싸움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그 명분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커크 역시 개인적인 감정과 사투를 벌인다. 크리스 파인은 <다크니스>에서 커크가 “엄청난 분노와 복수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개인적 감정이 결국 대원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제목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자. <다크니스>의 원제는 <Star Trek Into Darkness>다. 여기서 ‘Into Darkness’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보다는 모든 것이 사라진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에 가깝다. ‘다크니스’는 혼돈일 수도 있고 전복일 수도 있고 새 출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중적 해석이 가능한 제목이다.

<다크니스>는 그 어느 시리즈보다도 파괴적이고 어두울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스타트렉>은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을 넘어 우주적 연대를 바탕에 깔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J. J. 에이브럼스도 물론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의 낙천주의적 관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정신, 인류가 힘을 합쳐 외부의 세력을 물리치는 설정, 이 세상 너머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시각을 좋아한다.” <다크니스>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그리진 않을 거란 얘기다. 또한 J. J. 에이브럼스는 <다크니스>가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 “오늘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프로듀서 브라이언 버크도 의견을 보탰다. “이 영화는 300년 뒤 미래의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배경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상관없었다.” 광활한 우주를 수십년 떠돌다 다시 지구로 내려와 “현실의 영웅과 현실의 삶”을 담았다는 <다크니스>. 이것은 결코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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