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전문 전시회 2012 시네아시아 어워드(CineAsia 2012 Award)에서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올해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천만 관객의 주인공이 되고 할리우드영화 <지.아이.조2>의 개봉과 <레드2> 촬영 등으로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무척 바쁜 해를 보낸 그로서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스타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지난 12월13일, 홍콩 현지에서 만난 그와의 인터뷰와 <지.아이.조2> 최초 영상에 관한 리포트를 전한다.
2012년 12월13일, 홍콩 완차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네아시아 어워드’에서 이병헌이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시네아시아는 매년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전문 전시회로 아시아 영화산업 전문가들과 영화 배급, 극장 관계자들이 모이는 권위있는 행사다. 매년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시네유럽(CineEurope), 1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쇼이스트(ShowEast)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영화 전문 전시회로 손꼽힌다. 행사를 주최하는 ‘프로메테우스 글로벌 미디어’는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음악 전문 잡지인 <빌보드>와 영화 전문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의 모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시네아시아 올해의 스타상은 최근 3년간 중국 여배우 리빙빙(2011년), 장쯔이(2010년), 저우쉰(2009년) 등이 수상해 중화권 스타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 2007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가수 비가 탕웨이와 함께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병헌과 함께 시네아시아를 찾은 <지.아이.조2>의 존 추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연기할 때 그의 눈빛에 특히 여성 스탭들이 모두 반해버렸다”며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아시아 배우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해준 중요한 배우”라고 추켜올렸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의 분노를 느낄 수 있는 1분여의 독백 신이 있는데 아무런 컷이나 효과 없이 찍었다. 눈빛이 흔들리고 부르르 떠는 그 표정연기가 상당했다. 원작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예사로운 능력이 아니다. ‘아시아의 톰 크루즈’라는 비유에 걸맞은 최고의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도 했다.
그렇게 이병헌은 현재 촬영 중인 <레드2>와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더 큰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듯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유난히 바쁘고 의미있는 한해를 보낸 그는, 홍콩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졌던 여러 번의 회식에도 꼬박꼬박 참석할 정도로 성실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시네아시아에서는 이병헌이 전편에 이어 출연한 <지.아이.조2> 3D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세계 최고 특수군단 ‘지.아이.조’가 2편에 이르러 인류를 위협하는 조직 ‘자르탄’의 음모로 인해 군단의 존재까지 위협받는 위기에 처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원들은 자르탄을 상대로 거대한 전투를 준비하는데, 지.아이.조는 그렇게 숙명의 적 ‘코브라’뿐 아니라 거대 조직 자르탄과도 대립하게 된다. 1964년 세계적인 완구회사 ‘하스브로’에 의해 탄생해 ‘액션 피겨’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던 지.아이.조는 이후 ‘마블 코믹스’를 통해 코믹북으로 출간된 데 이어 1985년 TV시리즈로까지 확대, 폭넓은 세대의 팬층을 확보한 작품이다. 비록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1편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이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 두루두루 후보로 올랐지만(최종 수상은 최악의 여우조연상 시에나 밀러) 존 추 감독의 새로운 감각이 전편보다 나은 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선과 악의 양면성, 스톰 쉐도우의 롱테이크
먼저 최정예 엘리트로 구성돼 세계의 평화와 치안을 담당하는 불패의 국제연합 특수군단 지.아이.조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분당 발사속도 900발의 HK416 공격용 소총을 주무기로 지닌 특수부대 대위 듀크(채닝 테이텀) 외에 새로운 두 인물이 가세했다. 듀크는 전편에서 최첨단 무기를 운반하는 임무 도중 정체불명의 인물의 공격을 받고 팀원을 모두 잃었던 기억이 있다.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가 지.아이.조 군단의 원년 멤버이자 전설적 존재인 ‘조 콜튼’,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유명한 드웨인 존슨이 또 다른 생존 요원 ‘로드블럭’으로 등장한다. 변형과 확장이 가능한 수제 검으로 민첩한 몸놀림과 화려한 무술 실력을 자랑하는 ‘스톰 쉐도우’ 역의 이병헌도 전편에 비해 비중이 상당히 늘었다. 어린 시절 최고의 무사가 되려고 했던, 그러다 스승의 죽음을 계기로 복수와 증오에 가득 찬 인물이 됐던 스톰 쉐도우의 선과 악의 양면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롱테이크 클로즈업이 인상적이다. ‘ <지.아이.조2>는 당초 3D로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액션의 규모나 스타일이 그에 적합하다고 판단, 개봉일을 미루면서까지 최종적으로 3D로 완성됐다. 이미 <스텝업 3D>(2010)로 그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는 존 추 감독이기에 내린 판단이었을 테다. “3D로 결정하면서 영화의 퀄리티가 훨씬 나아졌다. 이병헌의 식스팩도 3D로 봐야 멋지다”는 게 존 추 감독의 얘기다. 공개된 영상에서 눈보라 덮인 산장에서 적들을 따돌리고 탈출하는 스톰 쉐도우는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산과 산을 이동한다. 와이어에서 펼치는 대결의 박진감과 나가떨어지는 적들의 3D 팝업효과가 인상적이다. 존 추 감독은 “나의 첫 번째 액션영화라서 기쁘다. 전편보다 확실히 더 많은 액션 물량에 만족스러울 것”이라며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지.아이.조 완구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느낌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스텝업> 시리즈의 감독을 이런 영화에 끌어들인 파라마운트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바로 거기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또한 “속편의 컨셉은 ‘액션’과 ‘펀’(fun)이다. 눈밭과 진흙탕을 뒹굴고 비도 온다. 관객이 여러 캐릭터들과 함께 직접 뒹굴며 모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고도 덧붙였다. <지.아이.조2>는 내년 3월 개봉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