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할리우드라는 모험에 스스로 끊임없이 물었다”
2013-01-03
글 : 주성철
<지.아이.조2>의 이병헌

-시네아시아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떤가.
=배우로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시도해왔다. 하지만 때로는 겁이 나고 불안하고 상당히 외롭기도 하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홀로 수영을 하고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방향도 모른 채 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으로 큰 용기를 얻었다.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지.아이.조2>의 <레드2>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감회가 어떤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대사를 하고, 또 다른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었다. 영어로, 온전히 내 감정이 아닌 대사를 기술적으로 껍데기처럼 내뱉는 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계속 더 잘할 생각을 하지, 왜 성공을 알 수 없는 모험을 하려는 건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마저 흐트러져 버릴까봐 계속 불안함, 외로움과 싸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을 때의 안도감, 기쁨 그 응원의 뜨거움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을 줬다. 할리우드 SF <지.아이.조2>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한국에서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하면서 나도 참 다이내믹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했다. (웃음)

-속편의 스톰 쉐도우는 어떤 인물인가.
=단순한 악역은 아니다. 아주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인물이며 그 개인의 역사가 영화에 드러난다. <지.아이.조2>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스톰 쉐도우의 매력이 독불장군이라는 거다. 시리즈가 기본적으로 지.아이.조와 코브라 군단의 대결 구도라면 스톰 쉐도우는 양쪽 그 어디도 아닌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단적인 인물이다. 어찌 보면 회색분자인데 작품 안에서 그렇게 쓸쓸하게 혼자 있는 게 멋졌다.

-할리우드에서 달라진 자신의 위상을 느껴본 적 있나.
=1편으로 아시아 지역 홍보를 다닐 때, 일본 등지에서 워낙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관계자들이나 동료 배우들이 깜짝 놀라긴 했다. 그게 소문이 좀 나서 2편에 새로 합류한 스탭들이 ‘네가 아시아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며?’하고 묻기도 했다. 여기나 거기나 소문은 참 빨리 퍼지더라. (웃음) 솔직히 대우가 좀 달라지긴 했다. 가령 감독과 프로듀서가 나에게 중요한 자문을 직접 구할 때가 있다. “한국 관객은 이런 장면에서 이런 음악 나오면 어떻게 생각할까?” “너는 여기서 어떤 식으로 연기하고 싶어?”라는 식의 질문은 1편에서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상황이다. 한번은 프로듀서가 자기 트레일러로 나를 부르더니 ‘아무한테도 봤다고 말하지 마’ 그러면서 촬영분을 좀 보여주더라. 사실 나는 한국에서 이미 그런 게 일상이었는데. (웃음) 하지만 그런 것에 익숙해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편을 찍을 때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던 것처럼 똑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1편에서 제작진을 설득해 스톰 쉐도우라는 일본 출신의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화제가 됐다.
=2편에서 소품팀이 내 검을 가져왔는데 거기에 ‘폭풍 그림자’라고 써 있더라. (웃음) 스톰 쉐도우를 한국식으로 바꾼 거였는데 처음에는 장난한 건 줄 알고 막 웃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한 거였다. 그래서 어떤 검을 들어야 할까 존 추 감독과 상의하기도 했다. 폭풍 그림자라는 검을 들면 한국 관객이 멋지다, 잘했다고 응원해줄지 한편으로는 진지한 장면에서 갑자기 폭소를 터트릴지 고민이 됐다. 존 추 감독도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써 있는 걸로 하기로 했다. 굳이 새로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해프닝처럼 끝난 일이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그걸 본 순간만큼은 정말 뿌듯했다. (웃음)

-브루스 윌리스와는 <지.아이.조2>에 이어 <레드2>에서도 함께 연기했다.
=<지.아이.조2>에서는 짧게 만났고 <레드2>를 촬영한 런던에서는 꽤 긴 시간을 함께 지냈다. 정말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나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줬다. 배우로서 볼 때 놀란 점은, 그 정도 연륜의 배우라면 자기 촬영이 아닐 때 그저 자신의 트레일러에 들어가 편하게 지낼 것 같은데, 촬영장에서 감독과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계속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얘기를 나누더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즉석에서 대사를 만들기도 하면서 감독과 동료배우와 교감했다. 그건 그뿐만 아니라 <레드2>의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앤서니 홉킨스 다 그랬다. 신인 때 가졌던 열정을 아직까지도 그대로 현장에서 유지하는 느낌이랄까. 단 한순간도 배우로서의 자신을 편하게 놔두지 않는 모습이 바로 대배우의 풍모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아이.조2>에 대한 느낌은? 전편과는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나.
=지.아이.조가 아주 오래전 시작된 카툰이라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만 모아 1편을 만들고, 2편은 그 1편에서 사라진 캐릭터들의 수만큼 새로운 캐릭터들을 더했다. 다만 1편이 전체적인 분위기나 캐릭터들의 대결 구도 등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성격이 짙었다면 2편은 보다 본격적으로 인물 속으로 들어간다. 각자의 과거는 물론 현재의 감정 상태까지 약간은 디테일한 것들이 부각된다. 스톰 쉐도우 역시 비밀스런 과거가 밝혀지고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아픔의 근원을 보여준다. 3D 액션 역시 기대할 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들에 애착이 간다.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지.아이.조> 시리즈는 3D에 더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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