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이 3D영화의 또 다른 분기가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지만, 이후 모든 3D영화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호빗>은 이제까지의 3D영화들이 미완성이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이나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기술적인 진보의 관점에서 <호빗>이 무엇을 성취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다음은 피터 잭슨 감독이 보내온 서면 인터뷰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3D와 HFR에 관한 코멘트만을 발췌, 재구성한 문답이다.
-<호빗>에서 도입한 초당 48프레임 촬영기법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에 대해 분석하고 있어서 사실 안심이 된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벌써 일년 반째 48프레임 영화를 보고 있다. 영화를 보며 자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굉장한 영화광이다. 지금은 48프레임에 완전히 적응됐다. 영상미가 환상적인 것 같다. 이제는 오히려 24프레임을 보면 거슬린다.
-3D로 보니 헤어, 메이크업, 세트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미술 자체는 <반지의 제왕>에서 선보였던 수준과 비슷할 거다.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하여 더 자세히,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내게는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판타지 장르라고 해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관객이 저 세상을 언젠가 살 법한 곳으로 받아들일 만큼 리얼리티를 느끼길 바랐다. 1990년대 후반 <반지의 제왕>을 촬영할 때 65mm 촬영을 계획했는데 당시엔 65mm로 촬영하는 영화가 극히 드물었다. 두번 작업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었지만 큰 스크린의 서사영화에서는 세밀한 화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택했다.
-3D를 염두에 두었을 때, 시각효과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달라졌나.
=3D라고 해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특별히 연출 스타일이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이 영화를 6편의 시리즈 영화로 생각했고 전편 시리즈에서와 똑 같은 중간계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스타일의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서 하던 방식으로 내 스타일대로 익숙하고 편안하게 연출했다.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확장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을 말해달라.
=아마도… 스톤 자이언트 부분이 아닐까. 책에는 안개 숲으로 가는 과정에 단 한 단락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J. R. R 톨킨이 거인들간에 일어난 싸움으로 발생한 선더스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부분에 특별히 신경 쓰진 않은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며 그 부분을 좀더 발전시켜 영화로 만들면 비주얼 임팩트가 큰 장면이 나올 거라 여겼다. 고블린 동굴 장면도 그렇게 확장한 장면이다.
-HFR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영화 촬영 기법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꼬마 아이들이 영화관이 아니라 아이패드로 영화 보는 걸 더 선호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영화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저 가만히 앉아서 영화상영 기술은 이미 1927년에 다 완성됐다고 말해야 하겠나? 영화의 기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황홀하고 특별하며 극적인 경험을 계속해서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기술을 활용한 진보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