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에서 표종성(하정우)은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비밀요원이고, 련정희(전지현)는 겉으로는 통역관이지만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것 같으며, 영화에서 가장 장르적인 인물인 동명수(류승범)는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그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그렇게 이들은 쫓고 쫓기고 의심하고 증명하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현장에 분위기 메이커란 없었다. <베를린>이라는 멀티 캐스팅의 큰 축이자 대선배인 한석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적당한 거리감으로 뭉쳤다가 흩어졌다. 북한 사투리를 익히는 것부터 액션의 난이도를 몸에 딱 맞게 끌어올리기까지, 그리고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극적인 순간까지 노련하게 호흡을 맞췄다. 이제 이들은 어느덧 ‘관록’의 배우들이다. “시대의 비극이 남아 있는 그곳 베를린에서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그만큼 비밀스럽고 위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얘기는 그렇게 생명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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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하정우, 전지현, 류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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