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에브리데이>
2013-06-12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들은 그의 영화적 이력이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까닭인지 다큐멘터리와 피처 필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적으로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장르적 관습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외모를 가공하는 정제된 화면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실제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배우들의 정사 여부로 논란이 된 <나인 송즈>나 관타나모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태를 고발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 아프간 난민 수용소를 탈출하는 소년의 모험을 그린 <인 디스 월드> 등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에브리데이> 역시 픽션이지만 실제 인물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영화는 네 남매가 동트기 전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시리얼을 먹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이른 시간에 일어나 스스로 혹은 서로를 챙기는 일은 무척이나 익숙해 보인다. 엄마 카렌(셜리 헨더슨)은 두딸이 학교 가기 전까지 옆집에 맡기고 두 아들의 손을 잡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먼 여정을 떠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런던의 한 교도소. 거기엔 그녀의 남편이자 네 아이의 아빠인 이안(존 심)이 있다. 이안이 갇혀 있는 5년 동안 카렌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때로는 두딸을, 때로는 딸 하나 아들 하나, 때로는 네 아이를 다 이끌고 남편을 만나러 간다. 아이들은 아빠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만나러 가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한다. 카렌은 마트나 술집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때때로 남자친구를 만난다. 그녀는 가끔 육아에 지치기도 하고 혼자 누운 침대가 쓸쓸해 울적해 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안이 왜 감옥에 갔는지, 카렌이 남편의 부재를 어떤 희생으로 감수했는지 따위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점은 계몽적 교훈이나 멜로드라마틱한 감성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시간 그 자체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육체적으로 체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네 남매를 캐스팅해 찍은 이 작품은 5년 동안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객은 아이들을 통해 이안이 놓친 것과 카렌이 견딘 것들을 보게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괴롭든 즐겁든 그것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영화 <에브리데이>는 사랑이란 결국 누군가와 ‘에브리데이’를 공유하고 견디고 즐기는 과정 그 자체에 놓여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 어떤 과장된 수식어 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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