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독립영화 배급사 하나가 폐업 혹은 휴업을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한국 독립영화가 처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말은 충격이었다. 게다가 2012년 영화시장은 한국영화 관객이 1억명을 돌파했고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으며 수익률 또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 호황이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호황은 그저 주류 영화들만의 축제였을 뿐인 셈이다.
한국 독립영화는 어렵게 마련한 배급 구조와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고 더 많은 독립영화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애썼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 스크린은 전체의 2%도 안된다. 그나마도 예술영화 등과 경쟁해야 한다. 실제 기회는 넉넉하게 잡아도 전체 스크린의 0.5% 이하다. 그나마 ‘소규모 개봉 뒤 확대 개봉’이 가능하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겠지만 불가능한 꿈이다. 상황이 이러니 수익은 운영비에도 못 미친다. 배급 편수와 부채가 비례해서 늘어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독립영화 배급사의 위기는 독립영화 배급의 위기다. 단순히 영화의 유통을 담당하는 것만이 배급사의 역할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와 관객 사이를 이어줄 뿐 아니라, 배급의 비전을 세우고 실행하는 주체가 바로 배급사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일 당장 폐업해도 자연스럽다’는 얘기는 자조적인 농담이 아니라 엄중한 현실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독립영화가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현재 개별 영화에 대한 마케팅 지원이 있긴 하지만 배급사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영화 마케팅 지원과 함께 독립영화 배급사의 활동도 지원하자. 수혜를 베풀라는 얘기도 아니고, 닥치고 지원하라는 것도 아니다. 기왕의 활동들과 미래의 계획들을 검토하고 지원하란 것이다. 독립영화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유통 구조의 구축은 배급사들만의 몫이 아니다. 영화진흥정책의 존재 가치는 어려움을 함께할 때 증명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배급사에 문의해보니 ‘와전된 이야기며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일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