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디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싶다”
2013-07-18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톤토 연기한 조니 뎁

뉴멕시코주의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도시 산타페를 다시 찾은 건 약 1년 만이었다. <론 레인저>를 한창 촬영 중이던 1년 전, 카니발의 기인들과 구경꾼과 창녀로 분장한 수백명의 보조출연자들로 뜨거웠던 촬영장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영화는 부지런히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극장 개봉을 앞둔 상태에서 각국 기자들을 산타페로 또 한번 초청했다. 도시를 조금 벗어난 한적한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조니 뎁, 아미 해머, 루스 윌슨, 윌리엄 피츠너 등 출연 배우들과 고어 버빈스키 감독,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기자단이 던지는 질문의 95%가 조니 뎁을 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일부러 편집하지 않아도, 조니 뎁 단독 인터뷰나 다름없었던 기자회견을 정리해 전한다. 함께 전하는 감독과 제작자의 인터뷰는 1년 전 촬영장에서 진행한 현장 인터뷰의 일부와 기자회견의 내용을 조합한 것이다.

-영화는 늙은 톤토(조니 뎁)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노인 분장을 한 자신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분장한 내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고조할머니 ’미니’였다. 인디언의 피가 흐르는 그분은 머리를 땋고 있었고 가슴 아래에 담배를 두곤 하셨다.

-<론 레인저>에서 당신은 이제까지 영화사에서 그려진 것과 다르게 백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피가 흐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주제는 늘 염두에 두어온 것인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항상 멘토이자 아버지, 그리고 친구처럼 생각해온 말론 브랜도를 통해서 가장 많이 배웠다. 미국 영화사에서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야만인 혹은 그보다도 못한 존재로 그려져왔다. 적어도 그걸 지워버릴 만큼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과제였다.

-웨스턴영화를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면 어떤 영화를 최고로 꼽는지 궁금하다.
=아, 어려운 질문이다. 먼저 고백하자면 이 영화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짐 자무시 감독이 찍은 <데드 맨>이라는 웨스턴영화에 대한 호평을 많이 들었다. 훌륭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 영화를 본 적은 없다. (일동 웃음, 조니 뎁은 짐 자무시 감독의 <데드 맨>에 출연했다.-편집자)

-어린 관객은 <론 레인저>의 원작이나 웨스턴 장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다른 세대 관객에게 이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예전에는 영화에서 그려지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갖게 되는 생각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톤토를 통해서 그동안 왜곡돼온 많은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오해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인도라고 착각하면서 시작됐다. 그게 우리의 아주 이상한 역사다.

-<론 레인저> TV시리즈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어떤 매력이 이 프로젝트와 톤토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당신을 그토록 열정적인 대변인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어린 시절 흑백TV를 통해 <론 레인저> 시리즈를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렸을 때도 톤토가 조수라는 사실은 나를 종종 동요하게 했다. 아마 이 영화는 톤토에 대한 부당한 묘사를 바로잡는 계기도 될 것이다. 톤토는 ‘론 레인저’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톤토가 론 레인저를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시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론 레인저가 모든 일에 서툴고 어색한 반면 톤토는 놀라는 일이 없다. 50대가 된 당신을 아직도 놀라게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거의 모든 것이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쉬운 상대다. (웃음) 하지만 그보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호기심을 잃는다면, 매료되는 감정을 잃는다면, 당신은 더이상 젊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캡틴 잭 스패로우와 톤토가 케이지 안에서 싸운다면 누가 승자가 될까.
=톤토의 완패다. 캡틴 잭 스패로우는 엄청나게 어두운 사람이다. 오래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아마 보고 싶지 않은 경기가 될 거다.

-영화에서 톤토는 늘 무언가를 ‘거래’한다. 당신이 톤토라면 무엇을 거래하고 싶은가.
=그런 건 없다. 지금 내 인생에 불만은 없다. 다 좋다. (사생활은 어떤가?) 사생활? 그건 오래전에 죽었다. (웃음) 나는 꽤 오랫동안 도망자처럼 살아왔다.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익명성? 그게 무엇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런 내가 무얼 거래하고 싶겠나?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한다.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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