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달팽이와 인간의 레이싱 대결 <터보>
2013-07-2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세상 누구보다 스피드를 사랑하는 달팽이 터보(라이언 레이놀즈)는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도 스피드의 세계에 매진한다. 그러던 중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우울해진 터보가 우연히 스포츠카의 엔진 속에 빨려드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겨우 목숨을 건진 터보는 그날 이후 매우 특별한 능력, 바로 세상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를 얻는다. 그리고 우연히 레이싱 마니아인 티토(마이클 페나)의 눈에 띄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터보는 자동차 경주대회인 ‘인디 500’에 출전해 자신의 우상인 기 가니에(빌 하더)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이자 데이비드 소렌의 장편 데뷔작인 <터보>는 신체를 개조한 달팽이들의 환상적인 레이싱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물론 달팽이와 인간의 거짓말 같은 레이싱 대결이지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자유자재로 몸을 변신시키는 달팽이들의 활약이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영화도 이를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터보를 비롯한 달팽이들은 껍질을 바꾸면 그에 맞는 특수능력이 생기는데, 이를 이용한 달팽이 군단의 변신쇼는 기대 이상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터보가 자동차와 경주를 벌이는 것보다 달팽이들이 각자의 특기를 이용해 전깃줄을 활강하는 장면이 더 흥미진진한 것이다.

물론 달팽이들의 신기한 능력을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리는 데 주력하다보니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말라는 영화의 주제가 희미해지긴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터보>는 문자 그대로 달팽이가 불을 뿜으며(달팽이가 불에 타죽는 일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도로를 질주하는 영화이고, 그때 터보와 친구들이 보여주는 신나는 표정과 환호성은 백 마디 말보다 많은 걸 설명한다. <록키>의 테마곡 <Eye of the Tiger>를 비장미 없이 신나게 편곡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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