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다고 들었다.
=안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반드시 챙겨봤던 것도 아니었다. 고향이 부산이니까 롯데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관심을 가지는 정도였다. 이 작품하면서 야구를 안 좋아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연출 제안을 거절했다고.
=스포츠가 전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일동포 학생야구단은 민단이 주최로 하는 일이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우리학교>가 총련의 이야기인 까닭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민단과 총련이 얼마나 사이가 나쁜지 잘 알고 있으니까. <우리학교>를 연출한 경력을 민단쪽 사람들이 알게 되면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여러 걱정을 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뭔가.
=인터뷰에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이 많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잊고 있었던 600여명의 재일동포 학생야구단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재일동포 야구선수 하면 장훈이나 김성근 감독, 한신타이거즈의 철인 가네모토 도모히로 같은 유명한 선수가 많은데, 이 작품은 야구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을 다룬다.
=유명한 선수들은 이미 매스컴에서 다뤘다. 우리는 고등학생 때 야구를 했지만 지금은 야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자고 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담아내는 것. 사실 재일동포 사회가 엄청 복잡하다. 그 안에서 어떤 대표성을 뽑아내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재일동포 야구단이 이런 것이다 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려고 했다. 그 사람들은 한국에 놀러왔다고 생각하지 한국 야구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헌신을 받았는데, 그들은 무언가를 주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잊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막바지 촬영인데, 언제쯤 관객에 선보일 계획인가.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반작업부터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