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기묘한 이승 생활 < R.I.P.D.: 알. 아이. 피. 디. >
2013-08-21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정의감 넘치는 경찰 닉(라이언 레이놀즈)은 범행 증거인 금을 빼돌리려는 동료 바비(케빈 베이컨)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죽었다는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닉은 저승의 R.I.P.D.(Rest In Peace Department) 부서에 배치된다.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곳에서 닉은 19세기의 보안관이었던 로이(제프 브리지스)와 함께 다시 기묘한 이승 생활을 시작한다. 닉은 필사적으로 금덩어리를 지키려 하는 의문의 악령을 퇴치한 뒤 직감적으로 이 사건과 바비의 음모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수사과정에서 인간사회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닉과 로이는 24시간 뒤 영혼이 소멸당할 위기에 처한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아도 수많은 버디 형사물, 특히 <맨 인 블랙> 시리즈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투른 신참 형사와 괴팍한 베테랑 형사 콤비의 액션활극 말이다. 제작진과 감독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R.I.P.D.: 알. 아이. 피. 디.>만의 차별점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여전히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에 골고루 배치된 유머러스한 디테일들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악당 캐릭터에서 발생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관객은 바비가 악당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이 바비가 별로 강하지 않다. 나쁜 마음만 가득할 뿐 무력이나 지략이 평균을 넘어서지 못하는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 이렇다 할 긴장감을 만들지 못하고 예측 가능한 행동만 반복한다. 게다가 모자란 부하들과 야심차게 계획한 음모란 것도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아서 굳이 R.I.P.D.가 없어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그저 제프 브리지스가 간만에 작정하고 보여준 코믹 연기가 아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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