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바다에서의 촬영이 아닐까. 영화감독들에게 바다는 정말 피하고 싶은 장소다. 온갖 종류의 문제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바다니까! (웃음) 평지가 아니라서 항상 이쪽저쪽으로 흔들리는 배, 더군다나 좁은 구명보트에서의 생활은 여러 제약과 문제들이 발생해 힘들었지만,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리더 무세를 연기한 바크하드 압디를 비롯한 4명의 소말리아 해적 역할을 연기 경력이 전무한 신인들에게 맡겼다.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나.
=신인과의 작업은, 감독인 나를 비롯해 그들과 작업하는 모든 이들을 긴장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긴장감이 영화에 오히려 긍적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믿는 쪽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소말리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바크하드 압디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나는 그가 톰 행크스 앞에서도 압도당하지 않은 채 무세가 가진 카리스마를 매우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소말리아 해적과 필립스 선장이 앨라배마호 선실에서 처음 마주한 것이, 톰 행크스와 바크하드 압디가 실제로도 처음 만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대본 리딩도 따로 시켰고, 촬영 전 미팅도 따로따로 했다. 해적과 선장으로 서로의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의 긴장감은, 이들간에 친분이 생기면 잡아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첫 테이크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그간의 수고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서 사실 촬영 직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결과가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소말리아는 현실 사회에서도 세계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세계화의 여파로 평범한 어부였던 이들이 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소말리아의 현실이다. 사전조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필립스 선장과 무세, 해적들간의 대화 등을 통해서 소말리아의 현실을 적게나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영웅이 된 선장과 달리 해적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캡틴 필립스>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상영시간이 두 시간여 되는 액션스릴러영화다. 그 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존재해야 하고, 각자의 역할에 맞는 결말도 존재해야만 한다. 권선징악은 상업영화에서는 피할 수 없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다큐멘터리적 촬영 기법을 활용해 주요 사건과 그 배경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잘 융합해 전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글쎄…. 이에 대해서는 뭐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내 재능이라고 하니 감사하다! (웃음) 내가 영화 촬영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가능한 한 박진감 넘치게 촬영해야겠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상업영화감독이기 때문에, 돈을 내고 극장을 찾은 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할 때, 사실 묘사보다는 극적인 부분에 좀더 중점을 둔다는 것인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데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해석과 묘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감독이라면, 실제 사건 중 가장 드라마틱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볼 것이다. 나는 드라마틱한 결과 이면에 있는 것에도 흥미가 있다. 사전 작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영화에 가능한 한 많이 집어넣고 싶은 것이 내 진짜 소망이기도 하고. 전체 이야기의 결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이런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상업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겠나. 관객에게 글로벌 경제의 폐해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면, 영화 <캡틴 필립스>가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톰 행크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나는 배우 톰 행크스를 사랑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영화에서 그는 평범한 소시민을 완벽하게 연기해왔다. 누구도, 그가 슈퍼 파워를 지닌 영웅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우리와 같은 존재다. 이번 영화에서 해적이 선실에 들어섰을 때 그가 보여준 리액션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선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동시에 해적이 들이닥쳤을 때의 놀라움과 공포를 그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표현해냈다. 정말 대단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