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이 정말 화려하다. 어떻게 이들을 한 영화로 부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리들리 스콧_글쎄… 나는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배우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출연진은 대부분 내가 코맥 매카시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바로바로 떠올랐던 이들이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들에게 전화를 했고, 시나리오를 보냈고, 출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 매우 단순하고 쉬운 작업이었다. (웃음)
-이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미국적이다. 그런데 주요 배역은 유럽계 배우들이 맡았다.
=리들리 스콧_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에 미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사실 유럽계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이들이 바로 지금의 출연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또다시 인상 깊은 악역을 연기했다. 특히 당신의 스타일링이 돋보였다.
=하비에르 바르뎀_라이너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코맥 매카시는 거의 매일 세트장에 왔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라이너가 평상시 착용했던 선글라스도 이런 대화 속에서 나왔다. 라이너는 ‘현실 세계’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좀 자유로운 인물인데, 나는 그가 현실 세계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존재이면서, 사실은 자신이 속한 현실 세계의 잔혹함에 두려움을 가진 인물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조금은 언밸런스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이어, 이번에는 그의 첫 번째 각본작에 출연하게 됐다.
=하비에르 바르뎀_나는 그를 작가로서 존경한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어두운 이면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그의 시나리오는 매우 구체적이어서 읽으면서 이미지가 바로 연상됐다. 그만큼 이야기가 강렬하기도 했고.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 배우로서 매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픽션인데, 동시에 몇몇 사건들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됐다는 인상이 든다.
=리들리 스콧_그 사건들이 뉴멕시코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들이어서일 거다. 매카시는 허구의 사건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을 썼다고 했다.
-극중 누구도 카운슬러의 실제 이름을 부르는 이가 없다. 당신이 생각한 이름이 있나.
=마이클 파스빈더_있기는 한데, 아직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만의 비밀로 간직할 수 있게 해달라. (웃음) 이름이 없는 존재는, 뭔가 소싯적을 떠오르게 했다.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던. 사실 이름이 없는 주인공에 대해서 매카시에게 따로 물어본 적은 없는데, 어쩌면 이는 그가 어두운 현실 세계에 내몰린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그래서 하나의 이름으로 특정지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꽤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페넬로페 크루즈_글쎄, 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특별히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가 그렇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어서는 아닐까 싶다. 실제 사건, 현실 세계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 영화가 있을 수 있을까?
-(남편인)하비에르 바르뎀과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
=페넬로페 크루즈_음… 그렇기는 한데, 딱히 그렇다고 답하기도 좀 애매하다. 그와 함께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어서, 마치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작품을 하는 것 같았다. (웃음)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리들리 스콧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 소감이 있다면.
=마이클 파스빈더_그와의 작업은 매일 마스터클래스 같았다. 그는 항상 단순 명료한 이미지 노트를 나에게 전달하곤 했다. 그는 또한 조명에서부터 음향, 메이크업, 세트까지 매우 세심하게 점검하는 스타일인데, 이 모든 것들이 카메라 앵글 안에서 어떻게 비칠지를 다 계산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항상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서 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