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견들이 좋다
2013-11-0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J. C. 챈더 감독 인터뷰

데뷔작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J. C. 챈더는 두 번째 작품으로 독립 영화계의 거장이자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를 주연으로 한 <올 이즈 로스트>를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30여년간 선댄스영화제를 이끌어온 할리우드의 대선배 로버트 레드퍼드에게 작품 출연을 요청한 신예 감독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레드퍼드에게 출연을 제안한 첫 신예 감독이 바로 챈더다. 그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마진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을 상영하고 1개월 뒤에 로버트 레드퍼드에게 <올 이즈 로스트>의 시나리오를 보냈다. 레드퍼드가 흔쾌히 수락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는 챈더는 <올 이즈 로스트>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레드퍼드를 여전히 감독이 아닌 어린 팬의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항해 경험이 많은 챈더 감독은 극중 요트의 이름을 ‘버지니아 진’으로 지었는데, 이는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이라고.

-항해에 익숙한가.
=부모님이 항해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자라면서 경험이 있었다. 20대 초반, 혼자 겪은 건 아니었지만 <올 이즈 로스트>처럼 외양(open ocean) 항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났다. 망망대해에서 폭풍이 이틀간 계속됐다. 그때의 느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폐소공포와 바다의 광대함이 동시에 느껴지더라. 특히 당시 경험했던 폭풍우의 소리가 시나리오를 쓸 때 도움이 됐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모든 감각이 극도로 고조된다. 이런 난리통에 잠을 청할 때는 마치 드럼통 속에서 자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효과음이 없었다면 이 영화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사전 준비가 필요했나.
=촬영 3개월 전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에 들어갔다. 봅(로버트 레드퍼드의 애칭)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봅은 홀로 바다에서 요트로 항해하며, 배와 일심동체가 됐다. 영화 초반에 배가 손상돼 침몰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첫주에 촬영했는데, 당시에는 주인공의 상황처럼 봅이나 우리 모두가 약간은 밸런스가 어긋난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이후 촬영이 길어지면서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레드퍼드에게 트레이닝이 필요하진 않았나.
=봅은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고 하는데, 너무 겸손한 대답이다. 그는 워낙 수영을 좋아하고, 늘 운동으로 단련되어 있기에 트레이닝이 따로 필요 없었던 거다. (웃음) 머리에 충격이 갈 수 있었던 한 장면을 제외하면 그는 대역을 전혀 쓰지 않고 직접 촬영에 임했다. 솔직히 그렇게 많은 부분을 그가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물속에서도 편안해 보였지만 요트 내부나 다른 비좁은 공간에서도 안정감 있어 보이더라. (웃음) 아마 대부분의 배우들은 못하겠다고 말했을 거다. 특히 요트가 크게 손상되는 장면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장면이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주인공이 구조됐다, 그러지 못했다로 의견이 나뉜다. 나의 의도는 영화의 마지막 1/3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이입돼 실제로 경험을 하게 되는 거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너무 좋다. 지금까지 <올 이즈 로스트>의 시사회를 여러 차례 했는데, 상영 뒤 극장 로비에서 토론하는 관객이 많더라. 마지막 부분에 21프레임의 하얀 화면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극장이 이상하게 조명을 받아 밝아진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마지막 이미지를 단단히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그 순간 당신의 영화가 되는 거다.

-중국산 운동화가 가득 찬 컨테이너와 요트가 충돌하는데,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나.
=영화 초반에 컴퓨터와 GPS, 전화기, 무전라디오가 모두 쓸모없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주인공을 심해에 나갈 수 있게 해준 도구 아닌가. 모험을 갈구하는 사람도 이들 기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컨테이너와의 충돌로 실제 모험을 하게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가 상당히 철학적이던데.
=누구나 결국은 죽는다. 오늘 죽지 않아도 언젠가는. 문제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죽음에 대해 집착을 하진 않았지만 주인공처럼 죽음을 앞두고 후회되는, 하지 못한 말이 남은 채로 죽기는 싫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물고기나 상어떼는 특수효과인가.
=실제로 촬영한 거다. 상어도 물고기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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