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FICTION 논픽션
이 사내를 보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감독 마틴 스코시즈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매커너헤이, 존 파브로, 장 뒤자르댕, 마곳 로비, 스파이크 존즈, 카일 챈들러, 롭 라이너 / 개봉 2014년 1월
“나는 26살에 주식 시장 백만장자가 됐고, 36살에 연방 감옥에 수감됐다. 나는 록스타처럼 파티에 다녔고, 왕처럼 살았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북미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이건 무일푼으로 출발해 90년대 뉴욕에서 ‘월가의 늑대’로 불렸던 주식 중개인 조던 벨포트가 경험했던 실화이기도 하다. 마틴 스코시즈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던 벨포트가 쓴 동명의 전기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벨포트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면 다음의 몇 가지 일화를 참고하시길. 그는 폭풍우가 치는 날 수백억원이 넘는 고급 요트를 타고 나갔다가 그 요트가 침몰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사람이었으며, 마약 한번 하고 싶다는 이유로 회사 직원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출장 보내는 인물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자였다. 주식 사기 혐의로 연방 감옥에 수감되고, 마약 중독 재활센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처럼 빈털터리에서 백만장자로, 다시 백만장자에서 마약 중독자, 범죄자로 드라마틱하게 떠올랐다 추락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감독이 마틴 스코시즈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에비에이터>와 마찬가지로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날지도 모르면서 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물리적인 폭력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온갖 사기와 음모가 난무하는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스코시즈의 첫 ‘화이트 갱스터’영화라고도 부를 만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화려한 캐스팅이다. 스코시즈와 이번 영화까지 다섯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주인공 조던 벨포트 역을 맡아 (그의 말에 따르면) “아메리칸드림의 타락에 대한 완벽한 본보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의 중요한 조력자 대니 포레시를 연기하는 조나 힐, 벨포트의 첫 직장 상사를 맡은 매튜 매커너헤이, 벨포트와 법정에서 맞붙는 변호사 존 파브로와 불법 증권 거래에 휘말리는 스위스 은행가 장 뒤자르댕(<아티스트>)까지, 스코시즈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배우(혹은 감독)들의 등장이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할 거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름은 테렌스 윈터다. <소프라노스>의 각본으로 미국 드라마계의 거물급 작가가 된 테렌스 윈터는 스코시즈와 함께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작업한 인연으로 이번 영화에 합류하게 됐다. 주로 묵직한 테마를 지닌 TV시리즈물에서 선 굵은 인물과 날카로운 명대사를 탄생시켰던 그의 활약이 스코시즈의 신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하다. 어느 모로 보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올겨울 가장 뜨거운 블록버스터이자,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경쟁자다.
조지 클루니의 1인4역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The Monuments Men 감독 조지 클루니 / 출연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존 굿맨, 장 뒤자르댕 / 개봉 2월27일
조지 클루니가 감독으로, 배우로, 제작자로, 각본가로 참여하는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이하 <모뉴먼츠 맨>)은 로버트 M. 에드셀의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다. ‘히틀러의 손에서 인류의 걸작을 구해낸 영웅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에드셀의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기념물 전담반, 모뉴먼츠 맨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모뉴먼츠 맨은 1943년부터 1951년까지 활동한 소규모의 연합군 부대로, 나치에 의해 약탈당하거나 도난당한 예술작품들을 추적하고 보호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사람이 아닌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실화에 관심을 보인 조지 클루니는 역사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등으로 구성된 주요 모뉴먼츠 맨들의 행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었다.
<모뉴먼츠 맨>은 조지 클루니 사단이 다시금 뭉쳐 만든 영화다. <초(민망한)능력자들>의 감독이자 조지 클루니의 연출작 <킹메이커> <레더헤즈> <굿나잇 앤 굿럭>에 제작자이자 각본가로 참여한 그랜트 헤스로브가 <모뉴먼츠 맨>의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다. <킹메이커> <디센던트>의 페든 파파마이클이 촬영감독으로 합류했고, <킹메이커> <아르고>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이번에도 영화음악을 담당했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맷 데이먼,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존 굿맨, 장 뒤자르댕, 휴 보넨빌 등 그 이름도 쟁쟁한 배우들이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뉴먼츠 맨>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조지 클루니는 <모뉴먼츠 맨>을 그레고리 펙, 앤서니 퀸 주연의 <나바론 요새> 스타일의 앙상블영화처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말 개봉을 목표로 했던 <모뉴먼츠 맨>은 후반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봉 일정이 내년 초로 살짝 밀렸다. 이에 조지 클루니는 “영화의 일부 시각효과 장면들이 싸구려처럼 보인다면 영화 전체가 싸구려처럼 보일 수 있다”며 좀더 시간을 들여 완벽한 영화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누차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소니픽처스의 제프 블레이크 회장 역시 <모뉴먼츠 맨>이 “규모가 큰 상업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감독 조지 클루니의 본격 상업오락영화 <모뉴먼츠 맨>은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노리고 있는 듯하다. 일단은 내년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다.
황금종려를 만나자
프랑수아 오종, 구스 반 산트, 압델라티프 케시시…
겨울은 춥지만 거장들의 신작과 해외 영화제 화제작 개봉은 이 계절에 가장 왕성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월터 살레스의 <온 더 로드>, 아녜스 자우이 감독의 <해피엔딩 네버엔딩> 등 지면에 싣지 못한 화제작도 대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페어웰, 마이퀸> Farewell, My Queen 감독 브누아 자코 / 출연 다이앤 크루거, 레아 세이두, 자비에 보부아 / 개봉 12월5일
<육체의 학교> <토스카>를 연출한 프랑스 감독 브누아 자코의 시대극.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다이앤 크루거)의 비밀스런 사랑을, 책 읽어주는 하녀 시도니(레아 세이두)의 시각에서 그리고 있다. 여인들의 치정극처럼 보이지만 <페어웰, 마이퀸>의 지향점은 다르다. 브누아 자코는 군중의 소요를 묘사하는 대신 화려한 성 내부에서 벌어지는 나흘간의 일을 집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재 프랑스 사회를 드러낸다. 역사적 ‘사실’ 속에 심어놓은 가상의 시녀 ‘시도니’의 존재가 흥미롭게 극을 이끌어나간다.
<영 앤 뷰티풀> Young & Beautiful 감독 프랑수아 오종 / 출연 마린 백트, 제랄딘 페라스, 샬롯 램플링 / 개봉 12월5일
프랑수아 오종의 슬럼프는 끝났다. <인 더 하우스>를 시작으로 오종이 과거의 감각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영 앤 뷰티풀>은 전작의 10대 소년들에 이어 17살 소녀를 향한 은밀하고 대담한 관찰기다. 17살 생일을 앞둔 소녀 이사벨은 여름 휴가지에서 첫 경험을 치르고, 가을엔 레아라는 이름으로 매춘을 일삼다가 결국 경찰과 부모에게 알려진다. 계절의 순환을 통해 성에 눈뜨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일탈과 방황을 그린 작품. 오종 영화의 압권은 역시 캐스팅이 다. 제목과 딱 맞는 ‘젊고 아름다운’ 배우를 매번 발탁해내는 신공이 놀랍다. 마린 백트는 모델 출신으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 이 작품으로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주목할 만한 신예다.
<프라미스드 랜드> Promised Land 감독 구스 반 산트 / 출연 맷 데이먼, 존 크래신스키, 프랜시스 맥도먼드 / 개봉 12월12일
구스 반 산트만으로도 충분한데 맷 데이먼이 가세했다니 말 다 했다. <굿 윌 헌팅>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엔 벤 애플렉 대신 존 크래신스키가 데이먼과 함께 공동각본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최연소 부사장 스티브(맷 데이먼)가 뉴욕 본사 입성을 위한 마지막 협상에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드라마.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 구스 반 산트가 줄 수 있는 감동의 수치야 이미 입증된 바 있으며 맷 데이먼과 불러일으킬 상승지수는 이미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검증받았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 감독 짐 자무시 / 출연 톰 히들스턴,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미아 바시코프스카 / 개봉 12월19일
짐 자무시의 오랜 탄식은 익히 알려졌다. 10년 동안 준비했던 이 프로젝트는 투자를 받지 못해 번번이 제작이 연기됐다. 틸다 스윈튼이 용기를 불어넣지 않았더라면(아마 그녀라면, 뱀파이어 역할을 꼭 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했다지만, 익숙한 호러영화는 아니다. 수백년 세월을 살아온 뱀파이어를 통해 짐 자무시 감독은 영속하는 사랑에 접근을 시도한다. 영화는 뱀파이어이자 언더그라운드 가수 아담(톰 히들스턴)이 수세기 만에 연인 이브(틸다 스윈튼)를 만나 재결합하지만, 그 관계를 이브의 여동생 에바(미아 바시코브스카)가 방해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예술과 사랑을 논하는 뱀파이어들의 세계에서 짐 자무시 감독은 유머 또한 빼놓지 않는다. 독특한 영화의 도래다.
<아델의 삶-1&2> Blue Is the Warmest Color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 출연 레아 세이두, 아델 엑자르코풀로스, 샐림 케치오체 / 개봉 2014년 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 기회를 놓친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아델의 삶-1&2>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고의 화제작이다. 179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다. 15살 소녀 아델(아델 엑자르코풀로스)의 인생은 파랑머리 엠마(레아 세이두)를 만나면서 극적으로 바뀐다. 인생과 예술에 해박한 엠마는 거침없는 애정 표현으로 아델의 욕망을 끄집어내고, 그녀가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대담한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스필버그가 찬사를 보냈다.
CRIME 범죄 스릴러
영광이여 다시 한번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가제) Jack Ryan: Shadow Recruit 감독 케네스 브래너 / 출연 키라 나이틀리, 크리스 파인, 케빈 코스트너 / 개봉 2014년 1월
잭 라이언이 12년 만에 부활한다. 잭 라이언은 지난 10월1일 세상을 뜬 첩보 스릴러 소설의 대가 톰 클랜시가 창조한 캐릭터다. 해군 ROTC 출신의 교수로, CIA 정보분석가로 활동하다 대통령직에까지 오르는 잭 라이언은 지금까지 네 차례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붉은 10월>(1990), <패트리어트 게임>(1992), <긴급명령>(1994), <썸 오브 올 피어스>(2002)에서 잭 라이언은 현대 첩보전에 맞춤한 요원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뽐내왔다.
1990년대에는 2년에 1편꼴로 제작된 ‘잭 라이언’ 시리즈가 2000년대 들어 그 이름을 감춘 것은 아마도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이 먼저 스크린을 장악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잭 라이언을 스크린에서 되살려내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 내년 1월 개봉예정인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가제)(이하 <코드네임 쉐도우>)는 프랜차이즈물의 주인공으로서 잭 라이언의 가치를 증명할 중요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잭 라이언> 시리즈는 3부작으로 제작 예정될 예정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코드네임 쉐도우>는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은 아니다. 클랜시의 소설에서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만 빌려온 <코드네임 쉐도우>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미국 경제를 붕괴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알아챈 CIA의 젊은 정보분석가 잭 라이언이 테러의 전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 참고로 앞서 제작된 <썸 오브 올 피어스>는 원작의 기본 줄거리만 살리고 내용을 싹 바꿨는데, 살아 생전 클랜시는 <썸 오브 올 피어스> DVD 코멘터리에서 “감독이 무시한 원작의 저자”라고 농담조로 자신을 소개한 적이 있다.
언급했다시피 잭 라이언이 새 생명을 얻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드라이브>의 호세인 아미니, <셜록 홈즈>의 앤서니 페컴, <머니볼>의 스티브 자일리언 등 현재 할리우드에서 잘나간다는 시나리오작가들이 모두 <코드네임 쉐도우>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가 하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우주전쟁> <스파이더맨>의 데이비드 코엡과 신예 작가 애덤 코자드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감독은 <토르: 천둥의 신>을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출신 케네스 브래너가 맡았다. 그는 <코드네임 쉐도우>에 악당 빅토르 역으로 출연까지 한다.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 벤 애플렉에 이어 4대 잭 라이언으로 등극한 배우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커크 선장, 크리스 파인이다. 잭 라이언의 부인 캐시 라이언은 키라 나이틀리가 연기한다.
2014년 필견의 범죄물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에이미 애덤스,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천 베일, 제레미 레너 / 개봉 2014년 2월
섹스, 범죄, 폭력. 데이비드 O. 러셀이란 이름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던 단어들이 <아메리칸 허슬>에서 그와 조우했다. 데이비드 O. 러셀이 누구냐고?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연출자이자, 어딘가 모나거나 허당인 인물들을 담아내는 솜씨가 탁월한 감독이 바로 그다. 할리우드 주류 상업영화에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의 감성을 가졌다는 게 그의 매력이자 한계였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하고,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장르 중 하나인 범죄물의 형식을 취한 <아메리칸 허슬>은 어떤 의미에서 데이비드 O. 러셀의 진정한 메이저 영화계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실존했던 ‘앱스캠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다. 사기꾼 멜빈 와인버그가 FBI와 협업해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함정 수사를 전개했던 앱스캠 프로젝트는 수많은 정부 관료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집어넣었다. <아메리칸 허슬>에서도 FBI 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는 타락한 고위 공직자들을 잡기 위해 사기꾼 어빙(크리스천 베일)과 그의 정부 시드니(에이미 애덤스)를 함정 수사에 끌어들인다. 그들의 위태로운 수사는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의 경솔함으로 인해 위험에 빠진다.
언제나 영화의 주요 사건보다 그것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면모에 관심이 많았던 데이비드 O. 러셀의 지향점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역시 위장 잠입이 테마인 영화) <아르고>처럼 사건의 진행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보다는 “사건을 겪는 도중 인물이 경험하는 감정과 섹스 라이프, 로맨스, 입는 옷, 저녁 식사 메뉴, 사회 속에서의 모습”이 <아메리칸 허슬>의 중요한 요소들이 될 거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의 신작 범죄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존재는 다섯명의 배우들이다. 특히 예고편에서 엿볼 수 있는 크리스천 베일의 변신은 어마어마하다.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에 중년의 두둑한 뱃살을 장전한 그가 과장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장면만으로도 <아메리칸 허슬>이 범상치 않은 범죄영화가 되리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매 작품에서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드라마틱하게 바꿔놓는 걸 즐겼던 러셀이 매력적인 다섯 배우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지 궁금하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2014년 필견의 범죄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