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수상작들, 이름만으로도 시네필들을 설레게 만드는 거장들의 최신작들, 그리고 배우들의 아름다운 앙상블을 볼 수 있는 신작들이 한데 모인다. 씨네큐브는 개관 13주년을 기념해 11월28일부터 12월4일까지 7일간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어느 작품을 고른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2013년 칸영화제 수상작을 다룬 첫 번째 섹션에서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아델의 삶-1&2>, 지아장커의 <천주정>,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개봉 전 미리 만날 수 있다. 그중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내년 초 개봉이 예정돼 있다. 60년대 뉴욕의 분위기를 뿜어내는 코언 형제 최초의 음악영화로,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포크송 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두컴컴하고 악몽같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코언 형제의 연출력과 만나 역설적으로 더 따사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병원의 실수로 자식이 뒤바뀐 당혹스런 사건을 따사롭게 푼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영화 안 캐릭터들과 만나 빛을 발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거장들의 신작 네편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주관적 내레이션으로 뒤덮인 테렌스 맬릭의 <투 더 원더>는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의 색채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하늘과 땅, 꿈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프랑스의 몽생미셸 수도원을 모티브로, 벤 애플렉과 레이첼 맥애덤스의 인간적인 사랑이 자연을 밑그림 삼아 장엄하게 펼쳐진다. 동화적 사랑을 모티브로 시작하는 아녜스 자우이의 <해피엔딩 네버엔딩> 또한 그녀의 전작 <타인의 취향>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결과적으로 동화를 깨부수는 신랄한 이야기의 현실감각이, 외려 행복한 기분을 가져다주는 영화다. 반면 프랑수아 오종의 <영 앤 뷰티풀>은 감독의 전작 <인 더 하우스>와 분위기가 달라 사뭇 눈길이 간다. 여름에 시작된 17살 소녀의 성에 관한 이야기가, 4계절을 보내며 4곡의 샹송과 함께 흘러간다. 누군가의 죽음을 겪으며 소녀는 성장하고, 이 단조로울 수 있는 성장담이 오종과 만나 발칙한 솜씨로 완성된다.
세 번째 섹션에는 베를린영화제 초대작들이 모였다. 황금곰상에 빛나는 칼린 페터 네처의 <아들의 자리>를 비롯해 ‘남미의 메릴 스트립’이라 불리는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글로리아>가 이 부문에 속해있다. 경쟁부문 초청작인 기욤 니클로스의 신작 <베일을 쓴 소녀>는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디드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16살 소녀 수잔이 가족의 강요로 수도원에 들어가서, 이후 자신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스스로 싸우는 내용이 고풍스런 시대극 안에 담긴다. 원장수녀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여전히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마지막 네 번째 섹션은 온전히 배우들을 위해 할애한다. 나른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배우 마쓰다 류헤이가 영화 <행복한 사전>에서 오다기리 조와 조우한다. 사전 편찬에 뛰어든 마쓰다 류헤이의 착실한 캐릭터가 오다기리 조의 재기발랄한 매력과 상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할리우드의 신예 엘르 패닝과 앨리스 잉글러트의 조합을 <진저 앤 로사>에서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샐리 포터 감독은 ‘순수함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메타포로 핵을 이용해 주제를 드러낸다. 2012년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페어웰, 마이 퀸>은 처형되기 직전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영화다. 다이앤 크루거의 화려한 매력과 레아 세이두의 창백한 안색이 만나 새로운 시대극을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