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노예 12년>의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의 소감은.
=복잡했다. 시나리오도 읽고 원작 자서전도 읽었는데, 곧장 ‘예스’라고 할 수 없었다. 솔로몬이라는 캐릭터는 물론 그 자손들과 노예제도 등에 대해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그런 엄청난 작품에 어떻게 뛰어들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스티브 매퀸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들 모두가 자신의 100%를 작품에 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스티브만큼 명확하고 강하게 자신의 에너지를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그와의 작업이 즐거웠다. 그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게 한다. 스티브는 배우들에게 격려와 동시에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그의 질문은 항상 이렇다. “더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다른 감독들이 연기 방식에 대한 디렉션을 한다면, 스티브는 작품의 의도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한다.
-노예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영화에는 나무에 목을 매단 채 까치발로 하루 종일 서 있는 장면도 있는데.
=그 상황을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안전에 대해서는 신경을 썼지만, 오르락내리락하며 스탭들에게 “준비되면 불러” 하고 싶지는 않았다. 원작에서도 이 대목이야말로 솔로몬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그의 애착과 사랑, 끈질김 등이 본능적으로 나타나니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음…. 나는 솔로몬이 다른 노예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이 그가 변화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희망을 버리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은 솔로몬이 커뮤니티의 한 구성원이 되기로 결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솔로몬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아한다.
-마이클 파스빈더와 함께 작업했는데, 그에게 도움받은 게 있다면.
=오디세이처럼 솔로몬의 여정을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로 엡스 농장에서의 장면들을 먼저 찍어야 했다. 걱정됐지. 그렇게 어려운 장면부터 시작해도 되나 하고. 하지만 덕분에 나머지 촬영이 순조로웠다. 마이클과 스티브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다. 이들이 소통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티브와 어떻게 “춤(작업방식)을 춰야 하는지” 배웠다고나 할까. 둘 사이의 언어를 배웠다. 말하자면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처럼. 물론 스티브와 나는 “다른 춤동작”을 이용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