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BLACK IS POWERFUL
2014-03-11
글 : 주성철
블랙시네마의 새로운 전성기 <노예 12년>부터 <라이드 어롱>까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이 올해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금껏 작품상이건, 감독상이건 흑인 감독이 아카데미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적이 없었음을 떠올려 보면 무척 혁신적인 사건이다. 오히려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2005)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2)로 감독상을 두 번 수상했다. 그렇게 아카데미상과 흑인 영화인은 그동안 별 인연이 없었다. 흑인배우로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에도 기념비적인 순간으로 묘사되는,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가 처음으로 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트레이닝 데이>(2001)의 덴젤 워싱턴, <몬스터 볼>(2001)의 할리 베리, <레이>(2004)의 제이미 폭스, <라스트 킹>(2006)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연상을 받은 적 있다. 당연히 오랜 흑인 배우들의 활약상에 비하면 지나치게 미미하다. 그래서 올해의 작품상 수상은 덴젤 워싱턴과 할리 베리가 동시에 남녀주연상을 휩쓸었던 2002년 이후 가장 놀라운 사건이다. 더불어 그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새로운 무드를 형성하고 있는 ‘뉴 블랙시네마’의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움직임은 그전에도 있어왔고, <노예 12년>이나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같은 ‘진지한’ 영화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깜짝 흥행을 기록한 흑인 코미디 <라이드 어롱> 등 블랙시네마의 새로운 계보도를 훑어본다. 북미 박스오피스를 쥐락펴락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들까지 더하면 그 세계는 실로 방대하다. 더불어 <노예 12년>을 중심으로 흑인영화들의 심연을 가로지르는 이른바 ‘흑형’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덧붙인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변호인>을 밀어내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라이드 어롱>이 <겨울왕국>을 밀어내고 있었다. 새해 5주차(1월31일~2월2일)까지, 그러니까 누적 수익 1억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라이드 어롱>은 흑인 코미디 특유의 농담 따먹기가 주를 이루는 킬링타임용 영화다. 고등학교 경비원 벤(케빈 하트)이 형사 제임스(아이스 큐브)의 여동생 안젤라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파트너를 자청해 진짜 범죄현장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한동안 영화를 쉰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이스 큐브와, 그 아이스 큐브가 출연하며 흑인 가족 코미디의 새로운 스타일을 열었던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2002)의 팀 스토리 감독이 모처럼 다시 만났다는 점이다.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팀 스토리는 <라이드 어롱>의 흥행을 발판으로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전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 <외교관들>(Diplomats) 제작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른바 ‘농구외교’를 표방하며 전 NBA 선수들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방북하여 영어로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기까지 했던 로드먼의 ‘기행’을 담아낼 예정으로, 어딘가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스러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또한 <라이드 어롱>에서 케빈 하트의 여자친구로 출연한 티카 섬터는 최근 ‘솔 대부’ 제임스 브라운 전기영화 <겟 온 업>에 가수 이본 페어로 캐스팅됐으며, <설국열차>의 옥타비아 스펜서도 출연한다. 오래전부터 스파이크 리가 만들 것이라 얘기가 오가던 그 프로젝트가 드디어 <헬프>(2011)를 만든 테이트 테일러 감독에 의해 촬영에 들어간 것이다. 더불어 주목받는 것은 ‘힙합 대부’ 투팍 사커 전기영화다. 그동안 안톤 후쿠아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준비되다가, 최근 투팍의 어머니와 영화사간의 법적 분쟁 등을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존 싱글턴 감독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힙합 듀오 아웃캐스트의 안드레 벤자민이 지미 헨드릭스로 출연하는, <노예 12년>의 프로듀서이자 각본을 쓰기도 했던 존 라이들 리가 직접 연출하는 <All Is by My Side>>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흑인판 <쉰들러 리스트>’ <호텔 르완다>(2004)의 주인공 돈 치들의 경우 ‘재즈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를 소재로 한 <Kill the Trumpet Player>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기할뿐더러 직접 메가폰까지 잡아 곧 촬영에 들어간다. 올리버 스톤과 제이미 폭스가 만날 것으로 보였던 마틴 루터 킹 전기영화가 무산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물론 현재 시점에서), 덴젤 워싱턴의 <말콤X>(1992)를 시작으로 윌 스미스의 <알리>(2001)와 제이미 폭스의 <레이>를 지나 제임스 브라운과 마일스 데이비스와 지미 헨드릭스와 투팍 사커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흑인영화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는 중이다. 단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물결이다.

<노예 12년>
<42>

흑인영화의 장르/소재 다양화, 제작편수도 증가

아마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그야말로 다채로운 흑인영화들이 선보이고 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그리고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스포츠 전기영화 <42>와 흑인 코미디의 부활을 알린 <라이드 어롱>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까지, 마치 2013년부터 연임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축하하기라도 하는 듯 그 움직임이 실로 활발했다.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에서 버틀러를 그만둔 다음,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TV를 통해 보고 눈물짓는 세실(포레스트 휘태커)의 모습은 그야말로 노골적일 정도였다. 이처럼 지난 1년간 차례대로 건맨, 집사, 운동선수, 루저, 형사, 노예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할리우드의 음지와 양지 모두에서 흑인들이 맡아왔던 캐릭터들이 총망라돼 있다.

코미디의 성격상(저질 혹은 유치) 국내 개봉이 힘들어 보이는 <라이드 어롱>과 달리 해리슨 포드가 출연했음에도 개봉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던 <42>는 무척 아쉬운 작품이다. 지난해 류현진이 미국 프로야구팀 LA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새삼 언론에 오르내렸던,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큰 기여를 한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뜻으로 매년 4월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하여, 이날 하루는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 선수가 재키 로빈슨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지난해 그날은 류현진도 추신수도 42번이었다. 1947년 LA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재키 로빈슨은 같은 팀 선수들도 함께 뛰기를 거부할 정도로 극심한 인종차별을 받았지만, 실력으로 모든 차별을 이겨냈다.

<42>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때, 2위였던 영화는 바로 흑인 감독 말콤 D. 리의 <무서운 영화5>(2013)였다. 이른바 인권 소재 영화와 저질 코미디라는 흑인영화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두 영화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상징적이다. 어느덧 이 시리즈에서 떠났지만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와 말론 웨이언스 형제는 당시 틴에이저 호러무비를 마구잡이로 패러디한 <무서운 영화>(2000) 시나리오를 함께 쓰면서 혜성처럼 등장했었다(감독은 형인 키넌). 특히 <화이트 칙스>(2004)는 빌리 와일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1959)를 공공연히 끌어들여와 백인 여장을 한 두 흑인 남자를 등장시킨 그야말로 ‘혁명적’ 흑인 코미디였다. 그처럼 한때 ‘화장실 유머’의 왕좌를 노리고 ‘백인’ 패럴리 형제와 맞먹는 ‘흑인’ 웨이언스 형제로 급부상했지만, ‘흑인판 <덤 앤 더머>’ <리틀 맨>(2006)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러다 최근에는 말론 웨이언스(<무서운 영화>에서 <식스 센스>의 소년처럼 귀신이 보인다며 질질 짜던)가 <헌티드 하우스>(2013)에 각본 겸 주연으로 참여하며 반가운 부활을 알렸다. 한 흑인 부부가 귀신과 한집에서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19금’으로 패러디하며(귀신이 옆에 있건 말건 ‘똘똘이’와 ‘붕가붕가’가 난무한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위로 진입했고, 어느덧 속편을 완성하여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라이드 어롱>
<헌티드 하우스>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

스파이크 리와 존 싱글턴 혹은 안톤 후쿠아 이후 흑인영화의 새로운 지형도를 보여주는 이들이라면 역시 팀 스토리와 F. 게리 그레이다.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 이후 <판타스틱4>는 물론 그 속편인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2007)까지 연출하며 급성장했던 팀 스토리는 한동안 주춤하는 것 같았지만 <라이드 어롱>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내 남자 사용법>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스티브 하비의 저서에 바탕을 둔 <씽크 라이크 어 맨>(2012)으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었다.

F. 게리 그레이는 아이스 큐브와 크리스 터커가 주연한 포복절도 흑인 코미디 <프라이데이>(1995)로 데뷔했는데, 이후 다른 감독들이 속편들을 맡게 된 <프라이데이> 시리즈는 흑인 코미디 혹은 힙합무비의 총아다. 이후 <쿨>(2005), <모범시민>(2009)을 만들었고 역시 팀 스토리처럼 방황을 겪는 것 같았지만 최근 에이도스 인터액티브의 동명 인기 게임을 원작으로 <케인 앤 린치>를 제라드 버틀러와 함께할 것이란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이들 ‘중견’ 흑인 감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분위기를,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과 연결짓는 것은 그야말로 ‘무리수’이지만 어쨌건 흑인영화의 스펙트럼이 보다 폭넓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노예 12년>이나 <42>,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은 <라이드 어롱>과 <헌티드 하우스> 사이, 또 다른 흑인영화의 부류도 존재한다. 보통 <인디아나 존스>나 <다이하드>, 그리고 <로보캅> 같은 영화들이 무려 십 몇년 만의 속편이라며 화제가 되지만 지난해 개봉한 <더 베스트 맨 홀리데이>(2013)도 그런 식으로 눈길을 끈 영화다. <더 베스트 맨>(1999)으로부터 무려 14년 만의 속편이었던 것. <무서운 영화5>를 만든 말콤 D. 리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더 베스트 맨>은 1999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깜짝 등장했는데, 기존의 흑인영화들과는 사뭇 다르게 ‘달콤한 흑인 F4’가 등장하는 로맨스무비였다. 8명의 흑인 남녀 대학생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덴젤 워싱턴 이후 가장 지적이고 감미로운 흑인 남자배우로 주목받았던 타이 딕스, <허슬 & 플로>(200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테렌스 하워드가 이 영화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브렌다’ 레지나 홀과 <아웃 오브 타임>(2003)에서 덴젤 워싱턴과 내연관계였던 산나 라단도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그 존재를 알렸다. 타이 딕스의 경우 미국 포털사이트 AOL에서 ‘역대 가장 섹시한 TV드라마 남자배우 50’에서 <그레이 아나토미>의 패트릭 뎀시, <ER>의 조지 클루니, <로스트>의 조시 할로웨이에 이어 무려 4위에 뽑히기도 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프라이빗 프랙티스>의 ‘닥터 필굿’ 샘 역할이었다. <더 베스트 맨 홀리데이>는 옛 대학 동창생들이 15년이 흐른 뒤 크리스마스에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로, <토르: 다크 월드>(2013)에 밀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하진 못했지만, 전편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놀라움과 감동을 함께 안겨줬다. <더 베스트 맨>과 <씽크 라이크 어 맨> 시리즈는 흑인 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기존의 왁자지껄 흑인 코미디와는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더 베스트 맨 홀리데이>

극단적 냉소와 투쟁심을 넘어

최근의 흐름은 과거 <똑바로 살아라>(1989)와 <말콤X>의 스파이크 리, <보이즈 앤 후드>(1991)와 <로즈우드>(1997)의 존 싱글턴의 선배 영화들에서 목격했던 치열한 투쟁심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인들을 몰살하고 KKK단을 조롱하던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좀 비슷할까, “어둠은 어둠으로 몰아낼 수 없다.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은 빛뿐이다”라는 마틴 루터 킹의 얘기로 시작하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나 <노예 12년>은 오히려 그들에 비하면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그 낭만의 이면에 아로새겨진 피와 땀의 그림자는 선연하다. 특히 <노예 12년>은 오히려 선배들이 간과했던 새로운 미학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흑인영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흐름 가운데, 영국에서 온 스티브 매퀸이 미국 노예제도를 다룬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노예 12년>의 성공과 미국 흑인영화의 대부나 다름없던 스파이크 리가 인기 아시아 장르영화를 리메이크한 <올드보이>의 대조적인 추락은 꽤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두 영화의 촬영감독은 같다.

더불어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 이후 흑인 코미디나 케빈 하트는 <라이드 어롱>에서 장차 매형이 될 아이스 큐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불가능한 작전에 나선 배우다. 1980년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배우 겸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코미디쇼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키가 160cm가 되지 않는 작은 흑형이지만 속사포 같은 ‘말발’로 장면을 초토화시킨다. 그래서 팀 스토리는 그의 콘서트 투어 공연 퍼포먼스를 필름에 담은 다큐멘터리 <케빈 하트: 렛 미 익스플레인>(2012)을 만들기도 했다. 오래전 <소울 플레인>(2004)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산전수전 겪다 최근 <씽크 라이크 어 맨> 시리즈는 물론 말랑말랑한 밸런타인데이 무비 <어바웃 라스트 나이트>(2014)도 성공시키며 에디 머피, 크리스 터커 등을 잇는 새로운 흑인 흥행 코믹배우로 떠올랐다. <42>의 ‘재키 로빈슨’ 채드윅 보스먼은 1982년생으로 지난 2008년 <Blood Over a Broken Pawn>으로 할리우드 블랙필름페스티벌 단편부문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던 감독 겸 배우다. <로 앤 오더> <ER> <콜드 케이스> 등 많은 TV드라마에 모습을 비추다 <42> 이후 러브콜이 몰려들어 <겟 온 업>에서 제임스 브라운을 연기한 것은 물론, 이제 곧 알렉스 프로야스가 연출하는 시대극 <이집트의 신>에는 덴젤 워싱턴과 테렌스 하워드의 뒤를 잇는 지적인 흑인 배우답게 지혜의 신 ‘토스’로 출연할 예정이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1987년생 마이클 B. 조던은 그보다 앞서 <크로니클>(2012)의 ‘몽고메리’로 첫 번째 인상을 남겼다. 최근 잭 에프론과 함께 출연한 <댓 어쿼트 모먼트>도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내년 개봉예정인 <판타스틱4> 리부트에 ‘자니 스톰’으로 캐스팅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윌 스미스 복귀가 무산된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2>에 스티븐 힐러(윌 스미스)의 성장한 양아들로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기타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은 그런 분류법에서 동떨어져 있는, 과거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무비의 폐쇄적 흑인 사회 소비층을 훌쩍 넘어선 상업영화들이다. 그렇게 다양한 분화와 직면하게 된 것은, 흑인영화 특유의 극단적 냉소와 투쟁심, 그리고 유희의 정신을 사실상 다른 유색인종 영화들과 나눠 갖게 됐기 때문이다. 가령 인도계와 한국계 룸메이트 남자들이 벌이는 소동극 <해롤드와 쿠마>(2004)나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2006)가 대표적이다. 2008년 만들어진 <해롤드와 쿠마2: 관티나모로부터의 탈출>은 그런 인종 문제의 불쾌와 유쾌를 거침없이 오가는 걸작이다. 스타일이 아닌 캐릭터로 보자면, 최근 주목받는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 역시 기존 흑인 캐릭터의 떠버리 역할을 넘겨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처럼 당대의 흑인영화들은 여타 인종, 장르의 영화들과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할리우드의 메인스트림에서 유영하고 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그리고 <노예 12년>을 지나, 흑인영화의 더 넓은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케빈 하트
채드윅 보스먼
마이클 B. 조던

주목! 케빈 하트 & 채드윅 보스먼 & 마이클 B. 조던

케빈 하트는 <라이드 어롱>에서 장차 매형이 될 아이스 큐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불가능한 작전에 나선 배우다. 1980년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배우 겸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코미디쇼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키가 160cm가 되지 않는 작은 흑형이지만 속사포 같은 ‘말발’로 장면을 초토화시킨다. 그래서 팀 스토리는 그의 콘서트 투어 공연 퍼포먼스를 필름에 담은 다큐멘터리 <케빈 하트: 렛 미 익스플레인>(2012)을 만들기도 했다. 오래전 <소울 플레인>(2004)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산전수전 겪다 최근 <씽크 라이크 어 맨> 시리즈는 물론 말랑말랑한 밸런타인데이 무비 <어바웃 라스트 나이트>(2014)도 성공시키며 에디 머피, 크리스 터커 등을 잇는 새로운 흑인 흥행 코믹배우로 떠올랐다. <42>의 ‘재키 로빈슨’ 채드윅 보스먼은 1982년생으로 지난 2008년 <Blood Over a Broken Pawn>으로 할리우드 블랙필름페스티벌 단편부문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던 감독 겸 배우다. <로 앤 오더> <ER> <콜드 케이스> 등 많은 TV드라마에 모습을 비추다 <42> 이후 러브콜이 몰려들어 <겟 온 업>에서 제임스 브라운을 연기한 것은 물론, 이제 곧 알렉스 프로야스가 연출하는 시대극 <이집트의 신>에는 덴젤 워싱턴과 테렌스 하워드의 뒤를 잇는 지적인 흑인 배우답게 지혜의 신 ‘토스’로 출연할 예정이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1987년생 마이클 B. 조던은 그보다 앞서 <크로니클>(2012)의 ‘몽고메리’로 첫 번째 인상을 남겼다. 최근 잭 에프론과 함께 출연한 <댓 어쿼트 모먼트>도 좋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내년 개봉예정인 <판타스틱4> 리부트에 ‘자니 스톰’으로 캐스팅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윌 스미스 복귀가 무산된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2>에 스티븐 힐러(윌 스미스)의 성장한 양아들로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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