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로마] 떨리는 입맞춤
2014-04-08
글 : 김은정 (로마 통신원)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키스 신 명장면 담은 <입맞춤 수집가> 출간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역사상 최고의 키스 장면은 무엇일까. 앨프리드 히치콕의 <오명>에서 캐리 그랜트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나누는, 위험천만한 키스? 혹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강박관념>에서 마시모 지로티와 클라라 칼라마이가 하는 의미심장한 키스는 아닐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하나의 좋은 참고자료가 최근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25년의 작업 끝에 200여장의 영화 포스터와 스틸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키스 신을 수록한 책 <입맞춤 수집가>(il collezionista di baci)를 낸 것이다.

“나는 입맞춤으로부터 비롯되는 다양한 떨림에 주목한다. 키스는 영화의 에필로그, 전환점, 분기점의 핵심이 되는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영화 속 키스 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비슷한 키스 신으로 보일지 몰라도 각각의 영화가 의도하는 입맞춤의 효과는 저마다 다르다. <입맞춤 수집가>의 일부를 소개하자면,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은 비가 오는 날 조지 페퍼드에게 입을 맞춘다. 그 순간 헵번이 연기하는 여주인공 홀리 골라이틀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에서는 에바 그린이 마이클 피트, 루이스 가렐과 동시에 입을 맞추는데 이 장면은 성적인 혁명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한 질문 하나. <입맞춤 수집가> 속 수많은 키스 장면 중에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장면은? 킴 노박과 타이론 파워가 출연한 <애심>의 키스 신이다.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난 고향 바게리아에서 상영됐었다. 내가 살던 집에서 100m도 안 떨어진 곳에 있던 영화관이다. 그곳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본 곳이자, 청년이 되어 영사기사로 근무한 곳이다. 당시 영사기사를 하며 나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고, 그 세상을 내 손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을 느꼈었다. 지금 나는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감독으로서의 실질적인 업무는 다 그때 배운 거나 다름없다”고 토르나토레 감독은 말했다. 키스 신이 언제 등장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키스 신을 언제 어디서 관람했는지도 토르나토레 감독에겐 마찬가지로 중요한 의미인 듯하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