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ography
영화 촬영팀 <방황하는 칼날> <소원>(2013) <은교> <무서운 이야기> <26년> <남영동1985>(2012) <원더풀 라디오>(2011) <심야의 FM> <비밀애>(2010) <행복>(2007) <도시락> <해변의 여인> <괴물>(2006) <극장전>(2005) <역도산>(2004) <영어 완전 정복>(2003)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 편집팀 <빗자루, 금붕어 되다>(2008)
드라마 촬영 <내 사랑 금지옥엽> <아빠 셋, 엄마 하나>(2008)
촬영팀 스탭을 만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영화 <방황하는 칼날> 자체가 카메라를 든 이들에 관한 영화로 보였다. 비단 핸드헬드 카메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스타일 자체가 카메라를 가만히 두지 않으니까….” 2010년 <심야의 FM>부터 김태경 촬영감독과 함께해온 박성주 촬영팀 퍼스트이자 B캠 촬영기사는 이미 그의 방식에 이골이 난 듯 보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스타일에 적응한 건 아니었다. 포커스를 맞추는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고 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 촬영감독님이 ‘누가 와도 어려운 포커스’라고 말해준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가 맡은 주요한 일은 포커스 맞추는 일이었다. 말은 쉬워 보여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카메라나 배우, 둘 중 하나는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움직이는 상황이잖나. 더군다나 촬영감독이 렌즈를 최대한 개방해 얕은 심도로 찍는 것을 고집하는 바람에 테이크마다 초점을 조절해야 했다.” 포커스야말로 잘해야 본전, 못하면 민폐인 팍팍한 작업이다. “오케이 컷에서 포커스가 나가버리면 그때 마음고생은 말로 못한다. 현장에서 감독의 의도, 배우의 감정, 촬영감독의 포착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이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감독의 의도와 촬영감독과 배우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며 머릿속에서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방황하는 칼날>은 매 장면을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롱테이크 방식으로 촬영됐기 때문에 스탭 입장에서는 더 수고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극중 인물 상현(정재영)이 청솔학원 내에서 경찰에게 쫓기는 시퀀스는 장소가 협소한 데다 인물들의 동선이 많아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었음에도 “죽어도 한숏으로 가야한다”는 이정호 감독의 고집 때문에 롱테이크로 찍은 시퀀스다. “카메라가 거의 360도를 돌 때도 있었기 때문에 스탭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상현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부분도 크레인 위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스탭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연이어 촬영했다. “정교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핸드헬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란다. 이후 상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만 따로 연결해 붙였다. 자작나무 숲에서 상현이 딸의 환영과 만나는 밤 장면은 그가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배우의 움직임에 맞춰 카메라도 점점 내려가면서 찍어야 했다. 선 자세부터 거의 땅바닥에 닿을 때까지 마치 스쿼트를 하는 것 같았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촬영팀으로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촬영팀에서 쭉 일했다. “한번 촬영으로 시작하니까 잘 바뀌지 않더”란다. 일단 촬영감독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인데 쉽지 않다. “촬영감독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촬영감독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중없다.” 현장에서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더라도 막상 “컷들이 모여서 하나의 흐름이 되는 완성된 영화를 볼 때”면 그저 “이런 것을 만들어내서 뿌듯하다”는 생각뿐이라고.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매력이 상당해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그는 “뭐, 상황이 변하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거”라고 덧붙였지만, 흔들리는 카메라 뒤편 어딘가에서 그보다 곱절로 방황하면서도 든든히 버티고 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직접 찍은 사진
그는 촬영 중간 틈틈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장 사진을 찍곤 한다. 이 사진은 강릉역 터미널에서 촬영을 준비할 때를 틈타 포착한 것이다. 사다리에 올라탄 김태경 촬영감독과 그 옆의 촬영팀 세컨드, 그 앞에 이정호 감독이 서 있는 모습이 그냥 재밌어 보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