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외교부와 함께 ‘세계 포르투갈어의 날’을 기념하여,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6개국 영화들을 소개하는 ‘포르투갈어권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5월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이번 영화제에서는 낯선 언어만큼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던 9편의 작품을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감독의 이름이 낯선 것은 아니다. 개막작 <센트로 히스토리코>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아키 카우리스마키,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마뇰 드 올리베이라, 네명의 감독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이다. 12세기, 포르투갈 최초의 수도, 기마랑스를 중심에 놓고 네명의 감독이 풀어나가는 유럽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는 단편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울림이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여러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2012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클레버 멘도사필로의 <네이버링 사운즈>는 브라질의 한 중산층 주거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소리’로 관찰함으로써 자본가와 노동자, 그리고 여성의 권력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됐던 제제 감보아의 <영웅>은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앙골라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조국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응원의 시선이 오랫동안 마음을 움직인다. 브라질의 작은 마을에 찾아든 순회 공연단의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낸 카를로스 디에게스의 <바이 바이 브라질> 역시 1980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최소화된 대사나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감정선은 언뜻 아키 카우리스마키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무엇보다 그저 공연단 트럭에 함께 몸을 싣고 룸바 리듬에 맞춰 80년대 브라질의 소도시들을 여행하는 감흥을 느껴보길 권한다. 여기에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와 주앙 루이 게라 다 마타의 <내가 마지막 본 마카오>는 상영 뒤 ‘비평대담’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
낯선 나라, 기니비사우에서 온 영화들도 ‘경험’해보자. ‘기니비사우 1세대’ 감독 플로라 고메스의 극영화 데뷔작인 <죽을 수 없는>은 포르투갈 식민지로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던 1973년 기니비사우를 배경으로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아 헤매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풍경과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나무가 사람의 영혼이라고 믿는 아프리카의 민간 전설을 바탕으로 쌍둥이 형제가 겪는 신비한 사건들을 담은 <영혼의 나무>는 산업화를 겪고 있는 고향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플로라 고메스 감독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낯설지만 따뜻한 작품이다. 그외에도 모잠비크와 동티모르의 아픈 역사를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낸 테레자 프라타의 <몽유의 땅>과 베티 레이스와 루이지 아키스투의 <베아트리스의 전쟁>도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