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2014-05-28
글 : 윤혜지

제제(후아오 기에메 아빌라)는 “내 안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거나 “기차에 치어 죽고 싶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을 정도로 고독한 소년이지만 가족의 냉대와 마을 아이들의 비난을 상상으로 극복하며 살아간다. 마당의 어린 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놀 때 제제는 잠시나마 행복하다. 밍기뉴만큼이나 제제가 의지하는 친구가 또 있다. 마을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포르투갈인 아저씨 뽀르뚜가(호세 드 아브레우)이다. 제제는 뽀르뚜가와 비밀 친구로 지내며 사랑과 신뢰, 우정의 가치를 배운다. 그러나 뽀르뚜가는 망가라치바 열차에 치어 죽고 만다. 심한 충격에 앓고 난 제제는 그 뒤로 밍기뉴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게 된다.

<중앙역>의 각본을 썼던 마르코스 번스테인의 두 번째 극영화 연출작이다. 제제의 상상 속 동물원, 밍기뉴와의 놀이와 대화, 뽀르뚜가의 멋진 차와 “격자무늬 식탁보”까지 영화는 원작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감독은 종종 할아버지 얼굴에 새겨진 주름, 날아가는 연 등을 오래도록 카메라에 잡아두는데 그 표현이 제제를 향한 뽀르뚜가의 호의처럼 투박하지만 다정하고 섬세하다. 또한 영화는 제제의 시선과 호흡을 따라가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쏟는다. 주눅 든 아이의 시선이 그렇듯 누군가의 발치에서부터 장면이 시작되거나 눈둘 곳을 못찾는 것처럼 앵글이 거칠게 흔들릴 때도 있다. 성인이 된 제제의 모습에서 시작하고 끝맺는 액자식 구성은 불필요해 보이기도 하지만 원작을 사랑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뽀르뚜가와 제제를 연기한 두 배우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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