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더 퍼지>는 지난해 북미 개봉 당시 할리우드 역대 R등급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긴 했지만 만듦새가 아쉬웠고, 애써 쌓아올린 긴장감이 싱겁게 무너진 영화였다. 그럼에도 제작자 마이클 베이와 제이슨 블럼이 곧바로 속편 <더 퍼지: 거리의 반란>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던 건 ‘퍼지 데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적은 제작비로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퍼지 데이가 1년 만에 돌아왔다. 범죄율 0%라는 새로운 미국을 만들기 위해 1년 중 단 하루 12시간 동안 살인을 비롯해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날이다. 1년 전, 아들을 잃은 남자 레오(프랭크 그릴로)는 아들을 죽인 범인이 허무하게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퍼지 데이를 이용해 그를 살인할 계획을 꾸민다. 병든 아버지, 딸 칼리(조이 솔)와 함께 살고 있는 식당 웨이트리스 에바(카르멘 에조고)는 퍼지 데이에 집 안에 들이닥친 복면 무리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다. 마침 레오가 길거리에서 에바와 칼리 모녀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 그들을 구한다. 별거를 앞둔 커플 셰인(자크 길포드)과 리즈(키엘 산체스)는 거리 한복판에서 레오, 에바와 칼리 모녀를 만난다. 갑작스러운 자동차 고장으로 또 다른 복면 무리로부터 쫓기던 차였다. 레오, 에바와 칼리 모녀, 셰인과 리즈 커플 등 일면식도 없는 5명은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거리에서 12시간 동안 동행하게 된다.
‘거리의 반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인물들을 법의 통제가 사라진 거리 한복판으로 내몬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살해의 위협 속에서 처음 만난 다섯 사람이 퍼지 데이 12시간을 함께 보내는 상황 자체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장 강도에게 쫓기는 남자를 집 안에 들이면서 남자를 무장 강도에게 넘길 것인지, 집에 숨겨줄 것인지 고민했던 전편에 비하면 이야기 규모가 훨씬 커졌다. 퍼지 데이에 대항하는 혁명 세력을 등장시켜 계급 갈등도 함께 다룬다. 미국 범죄율 0% 달성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유층의 안락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저소득층 수를 줄이려는 정부의 음모라는 게 혁명세력의 주장이다. 전편에 비해 많아진 등장인물, 블록마다 살인이 벌어지는 길거리, 계급 갈등이 맞물리면서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은 이야기가 풍성해졌고,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가 됐다. 다만 장애물을 뛰어넘어 미션을 완수하는 이야기가 영화라기보다 게임에 더 가까워 보이는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