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치명성 <그랜드 센트럴>
2014-09-1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젊지만 가난한 갸리(타히 라힘)는 위험을 감수하고 원자력발전소 직원으로 취직한다. 그의 일상은 이제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질(올리비에 구르메)이나 토니(데니스 메노체트)는 믿을 만한 선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갸리는 토니의 젊은 애인 카롤(레아 세이두)과 사랑에 빠진다. 갸리와 카롤은 토니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정사를 벌이곤 한다. 이내 더 큰 문제가 찾아온다. 카롤이 갸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갸리는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다. 갸리는 카롤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하지만 카롤은 토니에게로 돌아가 결혼하기로 한다. 갸리는 모든 걸 잃게 될 상황에 놓인다.

<그랜드 센트럴>은 프랑스의 여성감독 레베카 즐로토브스키가 연출했다. 갸리 역은 <예언자>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등으로 이젠 우리에게도 낯익은 배우 타히 라힘이 맡았고, 카롤 역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을 통해 잘 알려졌고 지금은 스타의 반열에 오른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다. 물론 타히 라힘과 레아 세이두가 자신들의 다른 출연작에서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진 못하지만, 둘의 조합은 일단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하다. 영화는 사건 사고가 없는 범상한 날들 혹은 가장 행복한 순간들까지도 은근히 위험한 분위기로 덮여 있는데,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위험천만한 작업들과 그 주변 마을의 불륜의 감정을 수시로 교차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분위기인 것 같다. <그랜드 센트럴>은 소재와 배경 설정이 가장 인상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치명성이 이 마을과 불륜을 지배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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