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첫사랑의 두근거림
2014-09-26
글 : 윤혜지
사진 : 오계옥
<두근두근 내 인생> 오효진 프로듀서

프로듀서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홍보마케팅
2009 <전우치> <내 사랑 내 곁에> 2008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2007 <행복> 2006 <비열한 거리> <타짜> 2005 <외출>

“이런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오효진 프로듀서의 첫 기획 작품 <두근두근 내 인생>은 <타짜-신의 손>과 같은 날 개봉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홍보마케터로 일하던 시절 <타짜>의 마케팅을 맡았던 적이 있다. “아는 분들은 <타짜> 시절 얘기를 한마디씩 꼭 거드시더라. (웃음)” 영화연출을 전공했지만 “일찌감치 연출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기획으로 냉정하게 진로를 바꿨다”는 오효진 프로듀서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성향을 살려 홍보마케팅부터 영화 일을 시작했다. 허진호 감독의 <외출>은 그가 처음 마케팅한 영화다. “당시 마케팅을 크게 했던 영화라 제작사에선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인력을 많이 뽑았다. 그 곳에서 1년쯤 일하다 싸이더스FNH 마케팅팀으로 옮겼다.” 그는 <타짜> <비열한 거리> 등 싸이더스FNH가 제작한 영화의 마케팅을 쭉 담당해오다 영화사 집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행복>부터 <전우치>까지의 마케팅을 맡은 후 다시 원래의 꿈이던 기획으로 눈을 돌렸다.

송대찬 프로듀서를 도와 <감시자들>의 기획을 함께했고,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가슴에 품은 꿈을 마침내 이뤘다. “제작사 마케팅팀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한 영화를 맡을 때마다 ‘우리 영화, 내 영화’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꿈이 큰 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한편 한편 너무 열심히 달려들었고, “그리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었기에 오효진 프로듀서는 사람을 대하는 일에 점점 지쳐갔다. 인터넷 신문들이 생겨나며 한 홍보마케터가 수십개의 매체를 상대해야 하는 분위기가 된 것도 부담스러웠다. “스스로 감당이 안 되더라. 영화가 좋아서 집안의 반대까지 무릅쓰며 영화과를 나왔는데! (웃음) 원래 꿈이던 기획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케팅도 물론 창의적이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좀더 영화 자체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김애란 작가의 오랜 열독자였던 오효진 프로듀서는 “치열했던 판권 경쟁” 속에서 기어이 <두근두근 내 인생>의 판권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시나리오 단계였다고 한다. 세 인물 간의 분량을 균등하게 조정하는 것부터 원작의 결을 지키는 것과 과감한 각색으로 상업적인 포인트를 살리는 것 사이에서 길을 잃기 일쑤였다. “내가 현장 경험이 없으니까 나를 잘 도와줄 수 있도록 제작부를 심혈을 기울여 뽑았다. 스탭들도 배우들도 또래라 친구처럼 재밌게 지냈다. 나와 스탭이 다들 젊으니 연출은 깊이 있는 디렉션이 가능한 분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게 돼 작품의 무게중심이 잘 잡혔다고 한다.

달콤한 기획의 맛을 보고야 만 오효진 프로듀서는 막 첫발을 내디딘 만큼 포부도 당차다. “여자가 도구로 쓰이지 않는 진짜 여자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영화사 집의 여자 신인감독님과 함께 개발 중이다.” 제작자부터 프로듀서, 감독까지 모두 여자란다. 제대로 된 여자영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수첩과 연필

“보통은 스마트폰에 바로 적는데 가끔 생각이 복잡할 땐 연필로 메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영감을 떠오르게 해준다. 잘 찢어지는 수첩을 쓰는데 컴퓨터에 정리해서 올려둔 뒤엔 쫙 찢어서 버린다.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기도 한다. 비록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작가 흉내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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