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헝거게임: 모킹제이] 더 거대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2014-11-24
글 : 장영엽 (편집장)
<헝거게임: 모킹제이>에 대한 여섯 가지 궁금증

이젠 게임이 아니라 전쟁이다.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 <모킹제이>를 원작으로 한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첫 파트(두번째 파트는 2015년 개봉예정이다)가 11월20일 국내 개봉한다. 미국의 10대, 20대 젊은 독자층을 겨냥한 영어덜트 소설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3편에 해당되는 이 작품은 특유의 진중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일관성 있게 전개해왔다. 캐피톨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이번 작품은 더 많은 죽음과 비극으로 가득하다. 개봉에 앞서 <헝거게임: 모킹제이>에 궁금한 점과 이번 작품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1 수잔 콜린스의 원작 <모킹제이>를 영화화했다는데, 1부의 내용은 어디까지인가?

“이제 12구역은 없어.” 낯선 비행선에서 고향이 없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고 패닉에 빠지는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표정. 그 공포에 질린 캣니스의 얼굴로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는 막을 내렸었다. 이 작품의 뒤를 잇는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살아남기 위해 모두를 죽여야 하는 비운의 헝거게임을 마치고 캐피톨과의 전면적인 전쟁에 돌입하는 캣니스와 혁명군의 모습을 다룬다. 시리즈의 제작진은 서사의 스케일과 마무리를 고려해 이 작품을 두편의 영화로 나누어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첫 파트에 해당되는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혁명군의 성지인 13구역에 당도한 캣니스가 혁명의 상징인 ‘모킹제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조명한다.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되어버린 지난 헝거게임의 폐허에서, 캣니스는 혁명군에 구출되었고 그의 파트너 피타(조시 허처슨)는 스노우 대통령에게 납치되었다. 캐피톨의 시스템에 의해 세뇌된 피타의 모습을 보며 캣니스는 마음 아파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캐피톨에 대항해 전 구역 사람들을 규합하는 것이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연출자이기도 한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1부를 구상하며,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이 이번 영화의 중요한 목표였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한 세계를 이끌어가는 건 심장이지만, 팔과 다리와 손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그 세계는 흔들리게 되리라는 점을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각 구역에서 일어나는 혁명의 움직임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거대한 살인게임은 막을 내렸지만, 힘없는 자들이 규합해 벌이는 더 거대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이 작품은 말한다.

2 최초로 공개되는 13구역은 어떤 모습인가?

<헝거게임: 모킹제이>에는 13구역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퀀스가 포함되어 있다. 캐피톨의 공습경보가 울리자, 단 몇분 만에 13구역의 모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지하에 위치한 방공호로 대피하는 장면이다.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긴 계단을 뛰어내려가거나, 무시무시한 폭격음을 밤새 들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얼굴들. 수십년 동안 캐피톨에 대항하며 목숨을 연명해온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주요 배경이 되는 이곳을 창조하기 위해 프로덕션 디자이너 필립 메시나는 60~70년대 핵시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13구역이 폐쇄도시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데서 핵시설을 떠올린 것이다. 생존에 불필요한 요소들은 제하고, 단합을 위해 모두가 같은 회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는 이곳은, 전체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혁명군의 본거지임에도 옛 동독과 소련 등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13구역의 리더로 등장하는 줄리언 무어는 이곳의 모습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의 풍경”에 비교했다.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도시의 황량한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3 영화 촬영 도중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모습은 얼마나 볼 수 있나?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미완의 유작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그는 2014년 2월2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고 바로 다음날 촬영장에서 그를 만날 예정이었던 <헝거게임>의 제작진은 호프먼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하루 동안 촬영을 중단했다. 때문에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등장할지는 모두가 궁금했던 바다. 다행히도 파트1에 해당하는 이번 영화에서는 호프먼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그가 미처 촬영하지 못한 분량을 CGI의 힘을 빌려 완성했다는 루머가 신빙성 있게 느껴질 정도로 혁명군의 전략가인 플루타크 헤븐스비를 연기하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영화의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특유의 존재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캣니스의 역량에 대해 회의적인 코인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내적으로 갈등을 겪는 캣니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이 이번 영화에서 플루타크의 역할이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미완의 촬영분을 완성하기 위해 “호프먼의 연기를 가짜로 보여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마지막 모습에 어떠한 인위적인 요소도 덧붙이길 원하지 않았던 <헝거게임: 모킹제이>의 제작진은 호프먼이 할 예정이었던 대사를 헤이미치나 에피 등 다른 배역들에게 나눠주었고, 생전에 촬영했던 호프먼의 모습을 대사가 없는 플루타크의 출연분에 편집해 넣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일부 대화 장면들은 다시 대본을 써야 했다. 그 없이 촬영했던 날들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거다.”(각본가 니나 제이콥슨)

4 원작과 달리 새롭게 태어난 행운의 인물은 누구인가?

판타지 소설이 영화화되었을 때, 원작자가 창조해낸 그 방대한 세계에서 모든 인물들이 살아남을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최근 개봉하는 블록버스터영화의 러닝타임이 세 시간에 달한다고 해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시나리오작가와 가상의 인물들이 벌이는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팬들과 제작진들의 사랑에 힘입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인물이 있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 그 역할은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연기하는 에피 트링켓의 몫이다. 수잔 콜린스의 원작 소설 <모킹제이>에서 캐피톨의 충성스러운 시민이었던 에피는 13구역의 감옥에 수감된 뒤 독자들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인물이나, 영화에서는 캣니스의 중요한 조력자로 다시금 등장한다. “사실 영화 속 에피의 역할은 소설에서 (플루타크의 오른팔인) 풀비아의 몫이었다. 하지만 누가 에피를 연기하는 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를 본 원작자 수잔 콜린스가 전화를 해서는 이렇게 말하더라. ‘에피 트링켓이 <헝거게임: 모킹제이>에 안 나올 이유가 없겠네요!’ 그녀는 에피라는 캐릭터가 이 우울한 이야기에 따뜻함과 재미, 그리고 어떤 경박함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말대로 영화를 통해 살아남은 에피의 존재감은 피난민 수용소 같은 분위기의 13구역에서도 빛을 발한다. <헝거게임> 사회자로 활동하던 시절의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은 벗었지만, 에피는 작업복 같은 13구역의 점프슈트를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어떤 옷을 입든 에피는 그 옷을 오트 쿠튀르로 만들어낼 거다. 우리는 옷에 대한 그녀의 접근방식을 ‘13구역의 <프로젝트 런웨이>라고 불렀다.”(엘리자베스 뱅크스)

5 캣니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나?

<헝거게임> 같은 영어덜트 소설 원작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로맨스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여주인공 벨라와 뱀파이어 에드워드, 늑대인간 제이콥의 삼각관계가 서사적 갈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헝거게임>에선 캣니스와 같은 12구역에서 자라왔으며 이제는 혁명군의 중심축이 된 게일과, 캣니스와 함께 헝거게임에 참전하며 쇼윈도 연인으로 지내온 피타가 삼각관계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영화 <헝거게임> 프랜차이즈가 수잔 콜린스의 원작과 차이를 두는 점은, 어둡고 진중한 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라면 그것이 소녀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로맨스의 줄기라고 해도 과감하게 쳐낸다는 데에 있다.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도 이러한 선택은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목도할 수 있는 캣니스의 로맨스란 아름다운 호수에서 잠시 마음을 다독이며 게일의 어깨에 기대거나 캐피톨에 세뇌당해 변해버린 피타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모습 정도뿐이다. 세계의 운명을 바꿔야 할 소녀에게, 두근두근한 로맨스란 아직은 과도한 마음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제작진의 선택이 진중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이 작품의 세계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6 ‘헝거게임’은 끝났다. 어떤 볼거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게임은 끝났지만 ‘쇼’는 계속된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진짜’를 보길 바라는 듯하지만, 사실은 아름답게 포장된 가공의 리얼리티를 보길 원하는 대중의 심리를 매 작품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캐피톨의 막대한 예산과 소년소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게임은 막을 내렸으나, 리얼리티 쇼의 본질에 대한 이 시리즈의 고민은 <헝거게임: 모킹제이>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는 바로 ‘프로파간다 영상’이다.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다듬어진 절반의 진실이 필요하다고 믿는 13구역의 지도부에 의해 캣니스는 “장기판의 말이 된 기분”(제니퍼 로렌스)으로 그들이 연출 제작하는 선전 영상에 출연한다. 잔다르크를 연상케 하는 터프한 갑옷을 입고. 다른 구역의 참사를 지켜보며 눈물짓는 캣니스의 모습은 진짜이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도중에도 그들을 돕기 위해 달려가기보다 카메라 레코드 버튼을 누르는 게 우선이라고 믿는 아군이 있고, 그런 그들이 촬영한 죽음의 현장을 보며 혁명을 다짐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리얼리티 쇼의 양면성을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전편들이 그랬듯 다시 한번 냉정하고도 풍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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