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도 이런 늦둥이가 없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단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하퍼 리가 새 책을 출간한다. 55년 만의 일이다. 지난 2월3일 하퍼콜린스 출판사는 올해 7월에 하퍼 리의 두 번째 소설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출판 소식보다 더 놀라운 건 <고 셋 어 워치맨>이 데뷔작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하퍼 리쪽에 따르면 “1950년대 중반, 주인공 스카우트가 성인으로 등장하는 <고 셋 어 워치맨>을 완성했으나 당시 에디터가 어린 스카우트 시점에서 작품을 다시 써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앵무새 죽이기>가 전세계 40개 언어로 4천만부 이상 판매된 반면 <고 셋 어 워치맨>은 유실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하퍼 리의 동료 토냐 카터가 <앵무새 죽이기>의 원본 원고에 첨부된 <고 셋 어 워치맨>을 발견하면서 출간이 가능해진 것. <고 셋 어 워치맨> 역시 <앵무새 죽이기>와 마찬가지로 앨라배마주를 배경으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룬다고 알려졌다. 대신 시대적 배경이 대공황기에서 1950년대로 옮겨졌다. 성인이 된 스카우트와 대법관인 아버지의 관계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도 차이점이다.
할리우드에서는 <고 셋 어 워치맨>의 판권을 누가 가져갈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2년 제작된 로버트 멀리건 감독의 <앵무새 죽이기>가 오스카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서 “출간과 동시에 고전이 된 <앵무새 죽이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 만큼, <고 셋 어 워치맨>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영화 <앵무새 죽이기>와 차별화된 각색이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