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용기와 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재밌을 수 있다
2015-03-1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감독 케네스 브래너
케네스 브래너

<신데렐라>와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자, 케네스 브래너를 만났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신데렐라>와 브래너의 이름을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도 디즈니에서 만드는 실사영화 <신데렐라>라니.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는 그런 오해와 편견이 모두 사라졌다. 일대일로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는 소식에 기뻤다. 고심해서 묻고 답하기보다 그냥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정도로, 그가 만든 <신데렐라>는 따뜻하고 착한 영화였다. 3월의 첫날, 베벌리힐스에서 케네스 브래너와 만나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토르> 시리즈와 ‘잭 라이언’이라는 주로 남성 관객을 겨냥한 영화들을 만든 뒤, 디즈니의 ‘신데렐라’를 영화화했다. 왜인가.

=예상 밖이기 때문이다. 나는 커리어에 있어서 예상 밖의 것들을 좋아한다. 동화,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 그리고 디즈니 영화라니,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경험을 통해서 이 정도 사이즈의 영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릴리 제임스를 신데렐라 역할로 캐스팅한 결정에는 어떤 생각이 뒷받침됐나.

=릴리는 톰보이 같은 면이 있다. 단호한 면이 있고 고집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이 엘라가 숲속에서 왕자를 만나는 장면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그 장면을 보면 엘라가 안장도 없이 말을 타고 질주하는데, 릴리는 대역 없이 장면을 연기했다. 무도회의 댄스 장면도 모두 릴리와 리처드가 대역 없이 소화했다. 릴리는 완벽하게 역할을 자기화했다.

-릴리 제임스(<다운튼 애비>)와 리처드 매든(<왕좌의 게임>) 모두 TV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 사실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나.

=릴리와 리처드가 TV 경험이 있다는 것, 많은 배우들과 오랜 시간 연기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영화 촬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둘에게서 찾고 싶었던 자질은, 정직, 그리고 냉소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 생각에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이며 열정적이고 노력파다. 그리고 둘 다 모두 캐스팅 과정에서 인내심을 보여줬다. 그런 성숙함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엘라와 왕자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했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었나.

=엘라와 왕자가 무도회 전에 만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왕자 캐릭터에도 살을 더 입혀서 엘라가 왕자에게 빠져들 만한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둘이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호감이 싹트게 하고 싶었다. 재미있고, 현실적인 로맨스를 원했다.

-둘의 화학 반응은 어떻게 만들어냈나? 영화 촬영 이전에 둘은 만나보았나.

=물론이다. 하지만 캐스팅된 뒤에도 자주 만날 일이 없어서 릴리와 리처드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는, 실질적으로 영화 촬영 때까지 유지됐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상대역이라고 생각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에서다. 두 사람 모두 굉장히 훌륭한 청자다. 그래서 연기에 들어가면 둘 사이에 자연스럽게 전류가 생기더라.

-어떤 사람들은 이토록 정직한 접근을 두고 급진적이라고 말한다.

=동의한다. 나도 이런 방식의 접근이 트렌드와 동떨어지고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영화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메시지 중에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용기와 친절”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재미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이전의 신데렐라 영화들과 비교당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이 영화들을 연구했나.

=물론 다 보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우리가 보여주려는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원작의 평화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새엄마와 새언니를 용서하는 건가.

=사람들이 거기서 나뉘는 게 재미있더라.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새엄마를 용서하는 신데렐라를 좋아했다. 그리고 몇몇은 새엄마가 무너지는 모습을 좀더 보고 싶어 했다. 개인적으로는 용서한다는 한마디보다 새엄마를 무너지게 하는 말은 없을 거 같다.

-다음 작품으로 특별히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최근 3편의 아주 다른 영화들을 만들었다. 스케일도 장르도 모두 다르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잠시 스크린으로부터 휴식을 갖고 싶다. 아마 올해 후반기에는 연극을 하게 될 테고 그 사이에 글도 쓰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이 있나.

=있다. DVD로 나올 때 포함될 것이다. 다른 버전으로 시작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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