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감독 박정범 / 출연 박정범, 이승연, 박명훈, 신햇빛 / 개봉 5월21일
<무산일기>의 마지막 장면, 그 파국의 결말을 맞닥뜨린 게 벌써 4년 전 일이다. 우리는 여전히 한국 영화계의 ‘희망’으로 박정범 감독을 기억하고 있고, 그의 신작을 열렬히 기다려왔다. <무산일기>를 기어이 만들어냈던 고군분투의 제작 방식 그대로, <산다>는 박정범 감독이 직접 연출, 주연한 작품이다. <산다>의 노동자 ‘정철’(박정범)은 절박하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누나와 누나의 딸과 함께 사는 그는 건설현장에서 모은 돈을 사기당한 후 생계를 위해 된장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무산일기>의 탈북자 ‘승철’과 고단함의 정도는 같지만, 이번엔 자신의 행동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불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간다는 점에서, 정철은 선택을 강요받는 이중고에 처한 인물이다. 착취와 또 다른 착취로 이어진 자본의 구조 안에서 우리가 ‘사는’ 그 지옥도에 관한 아주 선명한 고찰. 150분간의 거대한 질문 앞에서 또다시 박정범의 인장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