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 왈,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년간 다방면으로 일해온 박홍식 배급팀장은 영화제 내에서의 멀티플레이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건축을 전공한 후 다수의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영화주간지 <필름2.0>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영화감독을 꿈꿨으나 집안의 반대로 먼 길을 돌아왔다는 그는, 유학 시절 장편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촬영 중반 무렵 배우의 사정으로 영화가 중단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그가 재기의 발판으로 선택한 것은 전주국제영화제였다.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팀의 해외영화담당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안목을 인정받아 ‘불면의 밤’ 섹션을 프로그래밍하는 등 기존 스탭이 담당하는 것보다 많은 일을 하게 됐다. 다음해 프로그램팀 팀장으로 승진한 그는 전체 프로그램 관리를 비롯해 ‘디지털 삼인삼색’의 제작관리를 담당했고, 다음해 배급팀장의 공석이 생기자 배급팀장으로 투입됐으며, ‘삼인삼색’ 프로젝트도 함께 배급팀의 업무로 이관됐다.
2014년 삼인삼색 프로젝트로 선정된 박정범 감독의 <산다>,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 기요르기 폴피 감독의 <자유낙하>의 제작관리를 하며,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배급에 노력을 기울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작품들이 ‘영화제용 영화’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전의 삼인삼색 단편들은 IPTV에 풀었고, <산다>는 5월21일, <트립 투 이탈리아>는 6월 초 개봉을 앞두고 있어 영화제가 끝나면 개봉을 준비하러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박홍식 배급팀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해 5편 정도의 작품을 공동배급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이 잘돼서 여러 배급사들이 공동배급을 원한다. 지금은 공동배급으로 노하우를 쌓는 단계지만, 후엔 영화제 상영작들을 단독으로 수입•배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그는 더불어, 삼인삼색에 대한 애착도 드러냈다. “투자자들이 제작관리를 믿고 맡길 만한 독립영화 제작사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제작관리가 확실하고 신용이 보장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삼인삼색은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다. 이번 삼인삼색 작품 중 김희정 감독의 <설행_눈길을 걷다>는 흥미롭고 상업성도 갖춘 영화다. 곧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외 여러 상업영화들에서 얼굴을 보일 박소담 배우가 출연하여 더 화제가 될 것이다. 이현정 감독의 <삼례>는 미학적 성취가 있고,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엘 모비미엔토>는 시네필의 열광을 이끌어낼 작품이다. 펀드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삼인삼색에서 그치지 않고 사인사색, 오인오색으로 확장해나갔으면 좋겠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비전에 대해 논하면서도, 박홍식 배급팀장은 연출의 꿈 또한 놓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 영화를 하고 싶다. 항상 그래왔듯 내 꿈은 영화연출”이라는 박홍식 배급팀장의 또 다른 미래가 궁금해진다.
복을 부르는 인형
삼인삼색 작품 중 <엘 모비미엔토>의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이 선물한 ‘에케코’. 감독의 고향인 아르헨티나 특산품으로, 복을 부르는 인형이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꿈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선물받은 이 에케코는 앞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