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미이케 다카시 감독 “팬의 자세로 영화적 재미를 고민한다”
2015-05-21
글 : 김현수
<신이 말하는 대로> 미이케 다카시 감독
미이케 다카시 감독

-원작 만화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궁금하다.

=자주 가는 CG 스튜디오에서 직원들이 읽으려고 쌓아둔 만화책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보게 됐다. 처음엔 ‘형편없다’고 말할 만큼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야 영화화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연출자의 시선에서 다시 한번 정독했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나도 모르게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미지의 존재가 일본 전통 인형이라는 원작의 흥미로운 설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복을 기원하는 평범한 인형 안에 공포를 조장하는 악마적인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고 봤다. 재물을 기원하는 ‘마네키네코’(앞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 형상)의 경우, 실상은 우리 모두의 욕망에 호소하는 존재 아닌가. 그런 무서운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길거리 기념품에 불과한 인형들이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도 그로테스크하다.

-대체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다르게 변형시킨 게임도 있다.

=원작(1부만을 지칭)에서는 총 다섯 가지 게임이 등장한다. 게임의 순서 원칙은 원작에서처럼 게임명의 끝말잇기를 유지했다. 시시한 이유이긴 해도 어쨌든 죽음의 게임이 우연히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구성해봤다. (웃음)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시료쿠마(흰 곰)’와의 진실게임, ‘마트료시카(러시아 민속인형)’와의 깡통차기 게임은 각본가와 프로듀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모두가 을씨년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채택했다. 원작자도 흡족해했다.

-주인공 타카하타는 평범한 소년에서 하루아침에 ‘신의 아이’라 칭송받는 전사로 변모한다. 이 캐릭터를 어떤 인물로 접근했나.

=만화에서와 같은 사건을 겪은 아이들이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어른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게 될지를 고민해봤다. 과연 타카하타 같은 경험을 지닌 이들에게는 무엇이 남게 될까. 그런 문제의식을 캐릭터에 담아내려 했다.

-타카하타 역의 후쿠시 소우타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 중 한명이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똑똑하고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나다. 옆에 있으면 육체적으로 강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중에 비친 그의 이미지는 귀엽고 상큼하고 순박한 쪽에 가깝지만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관객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진짜 소우타만의 매력이 보였고 그것을 살려주려고 노력했다.

-원작 만화를 자주 영화화한다. 그럴 때마다 고수하는 연출 원칙이 있나.

=물론 재미가 기준이다. 원작을 좋아하는 팬의 자세로 영화적 재미를 고민한다. 그리고 원작자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나는 원작자가 나의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기를 원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수많은 일본 감독들의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이후 작품에 임하는 생각이 달라진 지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내가 처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영화에 끌고 들어오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일부러 표현을 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만약 어떤 실제 사건을 다뤄야 한다면 완전히 깊이 파고들겠지만 그것은 내 관점에서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아니다.

-다작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미 두편의 영화를 완성했고 새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다작 자체의 의미는 없다. 다작을 위해서 뭔가를 하지도 않는다. 조감독 시절에는 지금보다 몇배는 더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다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아 보일 뿐이다. 나는 오히려 다른 감독들이 궁금하다.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받기에 1년에 영화를 한편만 찍고도 생활을 유지하는지 묻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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