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배경이자 제목인 ‘샌 안드레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 지층으로, 향후 30년 안에 규모 9의 대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샌 안드레아스>에서의 재난은 지구 멸망의 예언 실현이 아닌 단순한 자연재해다. 영화는 묵시록적 비전이나 인류의 구원 같은 거시적인 프레임 대신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미시적 서사에 집중한다. 레이(드웨인 존슨)는 아내가 위험하다는 말에 출동하던 헬기를 주저 없이 돌린다. 전형적인 영웅 아버지의 가족 복원 서사다. <샌 안드레아스>는 미시적인 시각에서 보수적 가치관의 회복을 견지하며, 최후에 올라가는 성조기로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관습적 서사의 지루함과 달리 비주얼 스펙터클은 시원시원하다. 재난영화의 인장인 전세계 랜드마크들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은 LA의 할리우드 사인이 무너지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지만, 고층 빌딩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파도가 도시를 덮치는 광경은 스크린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딸의 구출이란 목표 아래 상공, 빌딩, 바다를 오가는 육해공의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한번의 강력한 재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차 지진이 일어나면 여진이 발생하고 그다음엔 쓰나미가 몰려온다. 인상적인 위기와 구출의 순간이 반복되지만, 고층 빌딩이 층층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여준 ‘팬케이크 신’은 그중 백미. 배우의 양팔과 양다리를 와이어로 묶고 바닥 역시 네 귀퉁이에 와이어를 연결하여 흔들리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출했고, 아낌없이 쏟아부은 CGI로 현실감을 더했다.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견인해나가는 존재는 ‘더록’ 드웨인 존슨이다. 그의 금강불괴처럼 거대하고 단단한 몸집은 그 자체로 신뢰감을 주는 영화의 필수 요소. 가족을 사랑하는 강인한 아버지 캐릭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지.아이.조2>(2013) 등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흥행한 데 비해 주연을 맡은 영화의 흥행은 시원치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샌 안드레아스>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해 주연으로서 입지를 자리매김했다.
한국 개봉을 일주일 앞둔 5월28일, 베이징 하이엇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주연배우 드웨인 존슨과 칼라 구기노, 브래드 페이턴 감독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자못 즐거운 분위기로 성실히 답했다. 서울 투어가 무산되어 아쉽다는 드웨인 존슨과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브래드 페이턴의 유쾌했던 인터뷰를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