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 x cross]
[trans × cross] 다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더라
2015-06-1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힙합 뮤지션 매드 클라운과 영화감독•배우 조현철 형제
매드 클라운과 조현철 감독(왼쪽부터).

끼 많은 형제가 떴다. 씨스타의 소유, 효린과 <착해 빠졌어> <견딜만해> 등을 함께 불러 화제가 된 힙합 뮤지션 매드 클라운(Mad Clown)과 최근 개봉작 <차이나타운>(2015)에서 심신이 불안정한 홍주 역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배우 조현철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한살 터울의 친형제다. 형인 매드 클라운은 6월5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이하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영화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동생 조현철은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이자 단편 <척추측만>(2010)을 비롯한 여러 편의 연출작까지 내놓은 감독이다. 음악과 영화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자기만의 또렷한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함께 인터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형제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운 듯, 어색한 듯 웃고 또 웃었다.

-서로 오랜만에 만나는 건가. 왜 이리 데면데면하나.

=매드 클라운_평소 자주 연락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동생을 좀더 챙기는 것 같긴 하다. 가끔 동생이 사는 동네로 가면서 전화를 넣어 “초밥 포장해갈게, 먹을래?”라고 묻기도 하니까. 아, 동생이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데 오늘 나랑 같이 있어서 더 말이 없을 거다. (웃음)

조현철_…. (웃음)

-매드 클라운은 6월5일부터 열흘간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평소에도 영화에 관심이 많았나.

=매드 클라운_동생이 영화계에 있지만, 영화를 잘 알진 못한다. 다만 이번 영화제 주제가 ‘힙합’이라 나로서는 흥미로운 주제라 선뜻 요청에 응했다. 내가 추천한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2010)도 상영작 리스트에 있다.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시스템에 관한 영화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마약이나 총 대신 악기를 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존감을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그런 교육의 방식, 삶의 철학에 동감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춤을 추며 위안받곤 했으니까. 개막작인 <도쿄 트라이브>(2015)도 관객으로서 기대된다. <위플래쉬>(2015)는 정말 좋아해서 이참에 한번 더 볼 생각이다.

조현철_그러고보니 상영작 중 내가 본 영화는 <위플래쉬>밖에 없다. 뭘 보면 좋을지 되레 내가 추천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영화제 때 봐야겠다. (매드 클라운이 영화제 때 무대인사 계획도 있다고 하자) 그때 피해서 가야겠다.

-두 사람 다 조용한 성격이다. 특히 조현철은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적은 걸로 아는데. 그런 두 사람이 딕션(diction) 강한 랩을 구사하는 뮤지션으로, 어눌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게 흥미롭다.

=매드 클라운_솔직히 학창 시절에는 음악 시간을 제일 싫어했다. 음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릴 때 가요 프로그램을 봐도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 같았다. 음악적인 소질? 그런 건 내게 없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고 재능보다는 운이 좋았다. 가수를 하게 된 것도 재미 삼아 데모 테이프를 당시의 소속사인 소울 컴퍼니에 보냈는데 연락이 와서 시작하게 됐다. Mnet <Show Me The Money2>(2013)에 출연한 것도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계속 공부를 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잠시 틈이 생겨 출연했다. 고맙게도 방송 이후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더라. 지금도 내가 음악을 한다는 게 신기하다. 전혀 예상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 오히려 음악보다 춤에 관심이 있어서 중학생 때부터 비보잉을 했다. 이런 나에 비해 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림을 참 잘 그렸다.

조현철_고교 진학을 앞두고 나중에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그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디즈니 작품들을 두루두루 정말 많이 봤다. 그런데 당시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걸 직업 삼아 밥벌이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마침 <쉬리>(1999)가 흥행하면서 한국영화계의 활황기가 시작됐다. 왠지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비슷하게 보였고 영화를 하면 애니메이션보다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싶더라. 고3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서강대 인문학부에 입학했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했고.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낯을 정말 많이 가리는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그런 내 모습을 많이 털어버리게 되더라.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혹시 서로가 서로의 작업에 피드백을 주기도 하나.

=매드 클라운_내가 연기는 잘 모르니 무슨 말을 해주기보다는 그냥 동생이 출연하고 연출한 작품들을 찾아본다. <척추측만>, <두근두근 영춘권>(2010), <서울연애>(2014)의 단편 <뎀프시롤: 참회록> <상냥한 쪽으로>를 다 봤다. <두근두근 영춘권>에서의 동생 캐릭터가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 웃었다. <척추측만>은 내겐 너무 난해한 영화였고, 그나마 최근 개봉한 <차이나타운>을 재밌게 봤다. (웃음) (조현철을 보며) 근데 넌 내 음악 안 듣지?

조현철_(창밖을 보며) 안 듣는다. (일동 웃음)

매드 클라운_그럴 줄 알았다. (웃음) 근데 동생한테 궁금한 게 있다. 나는 가족이라 그런지 동생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동생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차이나타운>의 홍주 역할도 그렇고 대체로 어눌하고 ‘또라이’ 같은 인물을 많이 연기하잖나. 그런 모습이 평상시의 동생 모습이랑 상당히 닮았다. 얼마 전에 사촌동생을 만나 <차이나타운>에서의 현철이 연기가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워낙 평소 모습과 비슷해서) 연기를 안 하던데?”라고 하더라. (일동 웃음) (조현철을 보며) 네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있는 거야?

조현철_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나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항상, 늘, 궁금하다.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차이나타운>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독립영화 작업은 꾸준히 해왔지만 상업영화는 <건축학개론>(2012)에서 승민(이제훈)의 친구 동구 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비중 있는 조연이고 정신적 외상을 입은 인물이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현철_한준희 감독님이 내가 출연한 단편 <9월이 지나면>(2013)과 연출작이자 출연작인 <뎀프시롤: 참회록>을 보고 먼저 연락을 해오셨다. 극중 홍주는 엄마(김혜수)에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상당히 어눌한 인물이다.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관객이 홍주를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마스터>(2013)의 호아킨 피닉스나 <데인저러스 메소드>(2012)의 키라 나이틀리가 보여준 신경질적인 모습을 참고했다. 아, 이렇게 말하니 그 배우들 연기와 내가 비교당할 것 같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각각의 일이 주는 재미와 어려움이 다를 텐데 어떤가.

=조현철_요즘은 내가 연출한 작품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 모두 불태워버리고 싶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부터 시작해서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건 너무도 먼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연기가 편하다. 오직 그 역할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조만간 소속사에 들어갈 것 같다. 주변에서 하나같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더라. (웃음) 정극 연기도 해보고 싶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 또래 배우로는 송중기. 정말 잘생겼다. 소년 같은 인상도 좋다.

-<로보트: 리바이벌>(2015)을 비롯한 연출작들을 보면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외상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최근작에는 그런 인물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려는 감독의 애정이 느껴진다.

=조현철_근작에서 좀더 삶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결말이 나오게 된 데는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만든 작품 중에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고 폐기해버린 것들이 있는데 죽음에 대한 충동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내 상황이 그랬다. 어쩌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지금과 같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나보다. 그런데 또 희망적인 이야기를 만들려다보니 그것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 이제는 (죽음에 대한) 충동과 (삶에 대한) 의지 그 사이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당장 연출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뎀프시롤: 참회록>의 장편화를 위해 함께 연출한 정혁기 감독과 공동으로 각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일단 시나리오 작업에만 참여할 계획이다. 나중에 연출할 기회가 온다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와 같은 느낌의 괴물이 나오는 미스터리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

매드 클라운_그럼 네가 만드는 작품에 나를 써라. 주연배우 어떤가? 하하.

조현철_무슨…. (웃음) 말도 안 된다.

-2006년 데뷔한 매드 클라운은 올해 초 세 번째 EP 《PIECE OF MINE》을 발표했다.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좀더 채워나가고 싶은 뮤지션으로서의 욕심 같은 게 생길 것 같다.

=매드 클라운_생각해보면 대중은 내 음악의 자극적이고 선 굵은, 강렬한 면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 했거나 애초에 하고 싶었던 음악은 지금 대중이 좋아해주는 내 노래 스타일과는 정반대다. 그땐 훨씬 부드러운 정서를 담은, 그루브감 있는 곡이 많았다. 데뷔를 하고 활동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 간극 때문에 한동안 고민도 많았고. 근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요즘은 오히려 좋은 대중가요를 많이 만들고 싶다.

-씨스타에 이어 가수 진실이 피처링을 하고 EXID의 하니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화>로도 인기를 얻었다. 여성 뮤지션뿐 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과 콜라보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매드 클라운_래퍼다보니 콜라보 작업을 통해 나 혼자서는 낼 수 없는 음악적 색깔을 내보는 게 재밌다. 최근에는 선우정아씨와 함께 노래를 하거나 그의 곡을 받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이선희 선배님과 작업을 해보는 것도 내 오랜 꿈이다.

-끝으로 올해 두 사람의 계획을 묻고 싶다.

=조현철_지금 당장은 소속사를 잘 결정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차기작은 아직이다.

매드 클라운_‘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해야지, 회사 얘기만 해서 어떻게 하나. 얘가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인 것 같다. 정정했다. (일동 웃음) 나는 올해 늦가을쯤 EP 앨범을 낼 생각으로 한창 작업 중이다. 잘 만들어보고 싶다. 하나 더 말하면, 예전에 커먼콜드라는 이름으로 같이 활동했던 친구와 다시 한번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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