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게이가 다시 이성애자가 된다? <난 그녀와 키스했다>
2015-07-22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제레미(피오 마르마이)는 어느 날 아침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다. 그의 옆에는 금발의 스웨덴 미녀 아드나(애드리애너 그라지엘)가 잠들어 있다. 당황한 제레미는 옷을 대강 걸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레미는 10년 된 동성애인과 결혼을 앞둔 참이다. 그날 이후 제레미의 신체에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애인 앙트완(래닉 가우트리)과의 관계에서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동료 찰스(프랭크 가스탐비드)는 특단의 조치로 제레미를 성매매 업소에 데려간다. 성매매 여성의 노력에도 제레미의 성기는 반응이 없다. 제레미는 ‘나는 역시 게이’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돌아온다. 그래도 여전히 앙트완과의 관계에 진전이 없자 이번에는 아드나를 다시 만나보기로 한다. 아드나와 재회한 제레미는 그녀와의 키스만으로 발기 현상을 경험한 뒤 혼란만 가중된 채 돌아온다. 제레미는 잠깐의 혼란을 잊고 다시 앙트완에게로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게이가 다시 이성애자가 된다는 설정을 통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원나잇’으로 상정된 일시적이거나 작은 부분이 때론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제레미는 설문 조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 반면 아드나는 설문 조사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품고 있다. 그녀에게 미래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드나의 사고방식은 아드나가 제레미의 삶에 변화를 초래하는 캐릭터로 그려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성애자를 선언한 아들에 대해 제레미의 부모님이 보이는 반응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분노에 가까운 가족의 반응에서 제레미가 커밍아웃한 이후 고난에 가까웠을 시간을 역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성애자가 된 게이를 통해 동성애는 언젠가 고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체성은 변하는 것이니 동성애 역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 주로 TV에서 활동해온 막심 고바레, 노에미 사글리오의 영화연출 데뷔작으로 프랑스 알프스코미디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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