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레스와 그로밋>(1992), <치킨 런>(2000)의 아드만 스튜디오가 내놓은 신작 <숀더쉽>은 귀여운 양떼들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두눈을 즐겁게 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농장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숀과 양떼 친구들이 빅시티에서 기억을 상실한 주인을 찾기 위해 도시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무성영화처럼 그려냈다. 말이 생략된 자리를 채우는 것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음악이다. 인기 TV시리즈를 영화로 멋지게 재탄생시킨 주역은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의 각본가인 마크 버튼 감독과 <숀더쉽>의 TV시리즈를 연출한 리처드 스타잭 감독이다. 두 감독에게 서면으로 영화에 관한 궁금증을 전했다. 두 감독은 영화처럼 재기 넘치는 답변을 보내주었다.
-2007년 시작된 TV시리즈 <숀더쉽>을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구였나.
=리처드 스타잭_나였다!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작은 영화에 가까웠던 첫 시리즈부터 좀더 긴 형태의 이야기로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TV시리즈 이후 이 생각을 아드만 사람들에게 전했지만 당시의 내 말은 시리즈가 완결된 시점에 영화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숀의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졌다.
마크 버튼_TV시리즈를 만든 리처드 스타잭은 <숀더쉽>의 영화화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아드만 스튜디오는 그의 입을 다물게 하기로 결정했다. (웃음) 그러한 결정이 난 뒤 나는 <숀더쉽>에 전격 합류했고, 함께 스토리를 개발하고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회당 7분짜리 단편을 장편으로, TV시리즈를 영화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마크 버튼_7분에서 85분 분량으로 넘어가는 것은 물론 큰 도전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에게 강렬한 감정이 담긴 스토리를 부여하고, 그들이 안전지대(농장)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빅시티)으로 나가게 하는 일이었다.
리처드 스타잭_코미디만큼이나 정서도 풍부해야 했다. 캐릭터들을, 그들의 관계를 깊이 파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사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거였다.
-<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1995)에 숀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다. 숀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캐릭터인데, 숀의 탄생 배경과 과정을 들려달라.
=리처드 스타잭_<월레스와 그로밋: 양털 도둑>에서 숀은 조연 캐릭터였고, 매우 어린 양이었다. 고작 6분간 화면에 등장했지만 우리는 숀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음을 알았다. 스파이스 걸스 멤버 중 한명인 에마 번튼이 숀더쉽 백팩을 멘 사진이 유명 매거진에 실렸는데, 그 결과는? 완판이었다! 우리는 숀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개발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튜디오의 스탭들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수년이 흐른 뒤 아드만에서 내게 방송용 프로그램을 연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아드만의 시나리오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 오늘날의 <숀더쉽> 시리즈가 완성됐다.
-숀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검은 피부에 흰 털의 조화가 재미난데, 양이라는 동물의 어떤 특징을 담고자 했나.
=마크 버튼_<숀더쉽> 캐릭터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등을 연출한) 닉 파크가 디자인했다. 닉은 강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실루엣만으로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면이 숀에게도 확실히 적용됐다. 닉은 숀에게 큰 꼬리를 붙여줬고, 얼굴의 한쪽 측면에서 삐져나온 입으로 말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리처드 스타잭_나에게 있어 숀과 같은 유형의 양은 일반적이다. 여기 그의 친척들이 몇 있다. 양들이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스타잭 감독은 얼굴과 다리는 검고 몸은 흰, 양 사진 두장을 워드 문서에 첨부해서 보내주었다.-편집자)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제작과정에선 다양한 무성영화를 참고한 것으로 안다.
=리처드 스타잭_영화가 TV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팬이다. 숀은 부분적으로 버스터 키튼을 모델로 했다. 또한 우리는 대사가 없다는 점이 이 영화의 두드러진 차별성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크 버튼_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해럴드 로이드, 자크 타티의 영화들을 보았다. 예를 들면 채플린의 <이민선>(1917), 자크 타티의 <윌로씨의 휴가>(1953), <플레이타임>(1967)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코미디의 타이밍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배움을 얻고자 했다.
-대사가 없는 대신 가사 있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영화음악은 <영 빅토리아>(2009), <킥애스: 영웅의 탄생>(2010)의 작곡가로 유명한 일란 에쉬케리가 맡았다.
=마크 버튼_오프닝 송 <Everyday Feels Like Summer>는 농장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표현하는 테마곡인데, 분위기 조성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가사를 사용하진 않았다. 그건 너무 직접적이니까. 오리지널 스코어는 관객이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숀더쉽>에선 대사가 하는 역할을 음악이 대신해야 했다. 일란 에쉬케리는 이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가 일하는 스튜디오에 종종 찾아갔다. 오케스트라 스코어는 그 유명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비틀스의 팬으로서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3D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상황에서 손이 많이 가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크 버튼_글쎄, 우리가 스톱모션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스톱 프레임 애니메이션은 적절한 3D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관객이 보는 모든 것, 영화 속 퍼펫, 소도구, 세트가 실재한다. 실사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조명이 켜져야 하고 카메라가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컴퓨터 작업과는 사뭇 다르다.
리처드 스타잭_아드만은 스톱모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이 좋다. 세트와 퍼펫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만질 수 있는 유형(有形)의 것들이라서 좋다. 나는 스튜디오에 서서 작업하는 것을 사랑한다.
-<숀더쉽>은 교훈과 감동에 연연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쿨한 느낌을 주는데, 영화의 톤 앤드 매너는 어떻게 잡아갔나.
=마크 버튼_영화엔 사랑하는 자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는 테마가 있다. 그러나 관객에게 주제를 강요하진 않는다. 톤 앤드 매너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만들어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애니메이션은 끝이 없다고. 그저 개봉할 뿐이라고.
리처드 스타잭_영화의 톤을 조정하는 일은 매우 본능적으로 이루어졌다.
마크 버튼_우리는 둘 다 영국적인 유머감각을 지녔고,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또한 영화를 통해 감동받기를 원한다.
-마크 버튼 감독은 드림웍스에서 <마다가스카> 1편의 각본 작업을 했다. 드림웍스와 아드만 스튜디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영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차이를 설명해준다면.
=마크 버튼_드림웍스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제프리 카젠버그를 스튜디오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존경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드만에서 일하고 있다. 아드만은 돈을 가진 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컨트롤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영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할리우드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할리우드와 똑같아지려고 노력하거나 모방할 필요는 없다. 그저 동등한 레벨이 되기를 원한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드만 스튜디오의 향후 라인업 소개도 부탁한다.
=리처드 스타잭_<숀더쉽>의 속편 작업을 시작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은 닉 파크가 연출하는 <Early Man>이란 영화다.
마크 버튼_<Early Man>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 발표됐는데, <숀더쉽>에 이어 아드만이 스튜디오 카날과 파트너십을 맺고 두 번째로 함께 제작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