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시리즈의 유산을 이어간다
2015-08-13
글 : 장영엽 (편집장)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총괄 프로듀서 다나 골드버그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당신이 몇달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더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에 합류하게 된 압박감 때문이었나.

=<잭 리처>(2012)를 연출했을 때보다는 잠을 더 많이 잔 편이다. (웃음) 운좋게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현장에서 아무리 못 자도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잘 수 있었다. <잭 리처> 현장에서는 밤을 꼬박 새워야 할 때가 많았다.

-<미션 임파서블> 5편의 감독을 맡으며 염두에 두었던 점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의 유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제작자이자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5편을 기획하며 시리즈의 전편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기본적인 정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너무 어둡거나 심각한 영화는 지양하고, 여름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촬영하면서 시나리오를 계속 변경했다. 이 영화를 만드는 나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가며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지 끈질기게 밀어붙여본 거다. 그런 즉흥적인 작업이 이 영화에 잘 반영된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자신을 닮은 적을 통해 에단 헌트가 비로소 자신이 속한 세계를 돌아본다는 것에 있다. 그건 이전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부분이다.

=흥미로운 지적이다. 사실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미션 임파서블> 1, 2, 3편에서 에단 헌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였다. 1편에서 그는 IMF를 그만둔다고 하고, 2편에서는 다시 불려오고, 3편에선 다시 그만두고 결혼을 하잖나. 4편에 이르러서야 그는 드디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5편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뇌를 마친 그가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깔끔하게 새 출발을 하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와 톰은 영화 곳곳에서 에단 헌트가 그러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대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일례로 일사가 “함께 떠나자”고 말하지만 에단은 거기에 응하지 못한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기 때문이다.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서의 첩보 액션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수많은 오페라 중 <투란도트>(중국 베이징의 황녀 투란도트를 주인공으로 한 푸치니의 오페라)를 선택한 이유는? 오프닝 크레딧에 오른 중국 IT 업체인 알리바바의 존재감이 인상적이었는데, 혹시 중국 투자자의 영향 때문인가.

=투자자가 결정된 시점은 우리가 촬영을 시작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특별히 중국 측의 투자가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다. 오페라극장에서의 촬영을 결심한 뒤, 무대 뒤편을 보려고 극장을 방문한 날 상연된 오페라가 바로 <투란도트>였다. 무대 뒤에서 극한의 표정을 담은 거대한 가면들과 마치 피가 흐르는 듯 붉은 천들을 보았고 이날 본 것들은 내가 오페라 시퀀스를 준비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연출자 혹은 시나리오작가로서 당신과 다섯편의 영화 작업을 함께한 톰 크루즈(<작전명 발키리> <잭 리처> <엣지 오브 투모로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는 브라이언 싱어 이래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영화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그와의 협업을 이어나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예기치 못한 만남이었다. 톰 크루즈는 늘 한번쯤 만나보고 싶던 사람이었는데, 2006년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영화산업 자체에 좀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톰 크루즈도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 연유로 가까워지게 됐고 그와 처음으로 <작전명 발키리>를 하게 됐다. 더불어 우리는 캐릭터가 주도하는 이야기에 끌린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영화를 만들다보면 복합적인 요소들과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내게 전적으로 동의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일은 그만큼 쉬워지는 법이다. 톰 크루즈는 내게 그런 조력자다.

-<유주얼 서스펙트>부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까지, 당신이 연출하거나 각본을 쓴 작품들에서 등장인물들은 대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선과 악의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경계에 머물며 한끗 차이로 변화할 수 있는 인물에 끌리는 편인가.

=아마 인간에 대한 나의 관점이 등장인물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며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선악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매혹되는 인물상은 처음에는 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선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착한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악한 자들이다. 동기가 분명한 것이 좋다. 정말 순수하게 악을 즐기는 악당이 아니라, 어떤 상황 때문에 악한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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