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2015-08-11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그리울 련> 정윤선

영화 2015 <은하> 2015 <그리울 련> 2014 <상의원> 2014 <신의 한 수> 2013 <사이코메트리> 2012 <박수건달>

드라마 2015 <디데이> 2014 <갑동이> 2013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 2008 <리틀맘 스캔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이야기. 흔한 유행가 가사 같지만 <그리울 련>의 두 남녀에게는 곧 불어닥칠 현실이다. 배우 정윤선이 연기하는 주인공 희연은 불치병 선고를 받아 애인 태우(정경호)를 두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는 여자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던 한철수 감독은 길학미의 뮤직비디오 <텅 빈 방>을 작업하면서 정윤선과 처음 만났다. “감독님 말로는 뮤직비디오 촬영 때 정말 아파 보였다고 하시더라. 그 모습이 누가 봐도 희연이었다면서. (웃음)” 그녀가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는 완성된 영화보다 훨씬 서사가 간략한 이미지 중심의 영화였다. 게다가 희연은 영화 내내 창백한 무표정의 얼굴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으며 의상이랄 것도 없이 대부분 환자복을 입고 등장해야 했다. 여배우로서 본격적인 첫 주연작이기에 좀더 예쁜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텐데 정윤선은 오히려 “영화가 희연을 설명하지 않아서” 좋았다. 심지어 영화의 설정상 삼각관계는 아니지만 태우와 함께 밥을 먹거나 바닷가를 찾거나 감정을 나누는 장면은 대부분 희연의 분신과도 같은 신원 불명의 여인 역을 맡은 후지이 미나가 연기했기 때문에 정윤선은 다른 두 배우보다 더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했다.

하지만 별다른 사건이 없는 이 영화에서 전체 흐름을 주도하거나 다른 캐릭터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희연이다. 그래서 정윤선은 희연이 “씩씩하고 강직한 여성일 거라” 생각했다. 감정을 표현하기에 행동이나 표정, 대사마저 제한적인 상황이었지만 “태우와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 내가 해석한 희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말투와 목소리 톤 등을 신경 써서 발음했다”. 덕분에 영화가 별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사소한 대화에서도 죽음을 앞둔 희연의 감정의 진폭을 느낄 수 있다.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길거리 캐스팅된 후 잡지 모델로 활동하다 채널CGV 드라마 <리틀맘 스캔들>로 데뷔할 때만 해도 “금방 뭔가 될 줄 알았던” 그녀는 서서히 때를 기다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아가는 중이다. 곧 방영될 JTBC의 메디컬 드라마 <디데이>와 올해 촬영을 모두 끝낸 임진승 감독의 <은하>를 통해서도 “서두르지 않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배우 정윤선의 때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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