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스스로를 넘어서는 다부진 걸음걸이
2015-09-01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오늘영화> 임성미

영화 2015 <돌연변이> 2014 <오늘영화> <12번째 보조사제> 2013 <잔학기> 2012 <환상속의 그대> 2009 <마더> 2008 <복자>

연극 2013 <아버지의 집> 2012 <헤다 가블러> <철로> 2011 <햄릿> 2009 <마라, 사드>

“찍지 마.” 남자친구 교환(구교환)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여자친구인 하나가 버럭 화를 낸다. 도도하고 터프하니 한 성격 할 것 같다. 그런 하나가 얼마 못 가 교환의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고는 생긋 웃는다. 사람 어리둥절하게 해놓고는 참 천연덕스럽게도 웃는다 싶어 얄밉기도 한데 그보다는 훨씬 사랑스럽다.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의 세 번째 단편 <연애다큐>의 오프닝 타이틀이 뜨는 짧은 순간 등장하는 하나의 모습이다. 하나를 연기한 임성미의 인상적인 등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임성미의 얼굴이 낯설다. 이 배우는 누굴까.

<연애다큐>의 이옥섭, 구교환 감독은 임성미와의 첫 만남을 또렷이 기억한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성미씨가 출연한 <12번째 보조사제>(장재현 감독의 작품으로 현재 장편 <검은 사제들>로 제작 중이다)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뒤풀이에서 만났을 땐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져 악령에 시달리는 영화 속 영신과는 또 달랐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게다가 그날 성미씨가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섹시한 분위기마저 풍기더라. 상반된 이미지를 가져 더 매력적이었다.” 두 감독은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인상을 남기는 임성미를 주저 없이 <연애다큐>의 주인공으로 꼽았다. 영화는 얼핏 보면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지만 알고 보면 연인 사이의 이별의 순간을 재치 있게 풀어낸 극영화다. 그래서인지 임성미에게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였다. “실제의 내 모습이 나와도 좋을 만큼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하나를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 선을 넘나들기가 쉽지 않았다. 또 두 감독님은 즉흥성을 중시하는 편인데 내가 즉흥에 약하다.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다닐 때도 몸이 자연스레 반응할 때까지 정해진 시퀀스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편이라 ‘네 마음껏 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잘해내면 스스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조절하면서 내 연기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임성미는 대학 3학년 때 단편 <복자>로 연기를 시작했다. 빚더미에 앉은 집안의 유일한 딸 복자로 등장해 인물의 먹먹한 감정을 담담히 전하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 뒤 단편과 연극을 해오며 몇편의 상업영화에도 잠깐씩 얼굴을 보였다. 그중에는 <마더>(2009)에서 도준의 엄마(김혜자)와 버스 정류장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던 소녀도 있다. 그러다보니 임성미도, 그녀를 눈여겨본 관객도 그녀를 보다 자주, 길게 스크린에서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동안 내 연기가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에게서 도망쳤다. 그때 생각했다. 더 강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자꾸 나약하게 만들고 있더라. 내 안으로 숨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치열하고 재밌고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여러 결을 가진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말이다.” 그런 바람을 말해 두고 임성미가 씩씩하게 스튜디오를 걸어나간다. 그러더니 고개를 홱 돌려 똑 부러지게 한마디를 남긴다. “관객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웃음)” 투박하고 정직한 말. 그녀의 진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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