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차가운 공기를 입은 누아르
2015-10-08
글 : 이화정
사진 : 백종헌
새 영화 <밀정> 크랭크인을 앞둔 김지운 감독을 만나다
김지운 감독

김지운 감독은 몇달 전 논현동에 그림픽처스의 사무실을 오픈했다. 새 영화 <밀정>의 프로덕션을 진행하기 위한 1차 세팅이다. <화양연화>의 o.s.t가 흐르는 아담한 작업실에는 <밀정>의 크랭크인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단서가 빼곡했다. 영화 속 밀정 이정출의 스타일과 여러 복장을 한 배우 송강호의 프로필 사진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책상 위에는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의 사진이 한가득 놓여 있다. 한달 후인 10월22일 크랭크인을 앞두었기에 스케줄 보드가 하루도 비는 날이 없다. 중국 상하이와 한국의 헌팅 작업을 마치고 지금은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강행군 탓에 한층 수척해진 얼굴이다. 김지운 감독이 이렇게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악마를 보았다>(2010)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밀정>은 1920년대 말 독립군 의열단과 일본인 밀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누아르물. 다른 프로젝트들에 앞서 그가 지금 <밀정>에 매달린 이유, 그리고 프로덕션 아트워크를 통해 <밀정>의 전반적인 톤을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최근 <사도>로 바쁜 송강호씨를 만났는데 콧수염과 짧게 붙여 자른 새까만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이미 <밀정> 속 모습이 짐작이 가는 스타일이더라.

=배우들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역할에 빙의된다. 그 세계에 빠져 있게 된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서서히 그 상태를 자신에게 적셔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메소드 연기법 중 하나다. 수염,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기르고 있으면 영향이 있다. 그냥 지나가다 무심코 거울을 봐도 괜히 그 인물을 연상하게 되고 그러는 거다.

-감독으로서도 작품을 준비하며 그런 빙의의 상태를 경험할 때가 있나.

=들어갈 작품의 톤 앤드 매너나 리듬감, 어떤 호흡으로 가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집중해서 하다보면 그 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작품 들어가기 전 음악은 어떤 톤으로 할까, 촬영은 어떤 톤으로 할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되니까 말이다. <반칙왕>(2000)이나 <악마를 보았다> 때는 일부러 미리 음악을 만들어 들으면서 영화의 무드와 템포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구축할 때와 똑같이 연출자도 영화의 무드와 호흡을 체화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악마를 보았다>를 할 때는 나도 심하게 우울증이 왔고 <달콤한 인생>(2005) 때는 댄디한 모습을 보이려고 옷도 좀 그렇게 입고. (웃음) <장화, 홍련>(2003) 때는 정서적으로 슬프더라. 그때는 예쁜 걸 많이 보려고 노력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옛날 음악도 좀 듣고 그 분위기에 빠져들려고 한다.

-<밀정>은 사실 좀 갑작스런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전에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작품인 <카워드> 연출을 준비하기도 했고 <인랑>의 실사판 계획도 계속 당신 주변을 맴돌았다.

=내가 이것저것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많은데 그 스케줄을 다 소화하려면 앞으로 4년 동안 1년에 한편씩 쉬지 않고 작품을 해야 하겠더라. (웃음) <카워드> 제작이 계속 미뤄지면서 올해 3월까지 못 들어가면 일단 다른 작품을 하겠다 마음먹은 차였다. 가장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찾았다. <인랑>은 시나리오 작업하려면 작가부터 찾아야 하니 준비하는 데만 최소 1년은 걸릴 것 같고, 다른 프랑스 작품도 하나 준비 중인데 그건 초기 세팅 단계라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더라. <밀정>은 제안을 받은 게 2월이었는데 3월에 하겠다고 최종 결정을 했다. 그때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서 <밀정>이 가장 완성도도 높았고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2008)을 같이 하면서 최재원 대표(위더스필름)와 쌓아온 신뢰가 있어서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내 식으로 각색하는 데 2달 정도 걸렸다. 송강호씨는 내가 한다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 근데 잘 모르겠다. 최재원 대표의 농간일 수도 있다. 나한테는 송강호가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송강호한테는 또 내가 한다고 했다고 그랬을 수도 있다. (웃음)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비 전액인 100억원을 투자, 제작, 배급을 하고 그림픽처스와 공동제작하는 형태다. 메이드된 과정이 궁금하다.

=워너브러더스가 오래전부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한국 영화인들이 워낙 스마트하고 진행도 시원시원하고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서 좋은 인상이 있었던 것 같다. <밀정>은 그전부터 검토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린라이트는 내가 쓴 버전을 보고 왔다. 나도 하고 송강호씨도 참여한다고 하니 무슨 작품이기에, 하면서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게 된 거다.

-제안을 받고 결정하기까지가 무척 빨랐다. 어떤 점 때문에 바로 연출을 하려고 했던 건가.

=지난 5월 <씨네21> 20주년 행사 때도 잠깐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 내가 감독이 되기 전에 김산의 <아리랑>을 읽고 작품 속 시대를 배경으로 서사와 동적 이미지가 있는 활극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1920, 30년대에 영화로 만들 만한 소재가 많다. <놈놈놈>이 그 시대의 활극적인 요소만 빼서 만든 영화라면, 민족에 대한 젊은이들의 희생, 그 비장함과 숭고함은 <밀정>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겠더라. 나라를 찾고자 하는 젊은 민족지도자들의 비장감, 결기, 로맨티시즘이 있던 시대였다. <놈놈놈>에서 하지 못한 것을 <밀정>으로 가져올 생각이다.

-<놈놈놈>이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활극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했다면 <밀정>에도 그렇게 출발점이 된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을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원형의 이미지가 있다. 내 영화 작업은 그렇게 떠오른 이미지들이 어떻게 서사를 가져갈 수 있는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놈놈놈>이 끝없이 질주하는 남자들의 모습이었다면 <장화, 홍련>은 두 소녀가 손잡고 예쁜 동산을 뛰어가는 모습에서 느낀 불길함이었다. <달콤한 인생>은 남자의 뒷모습이 주는 기분이 뭘까 짚어봤다. <반칙왕>의 경우, 호랑이가 먹이를 보면서 몸을 날릴 때를 포착하면 무서운 모습이 아니라 평온한 움직임이더라. 링에서 비상하는 모습이 그렇게 평온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밀정>은 아직 그렇게 하나로 잡힌 이미지는 없다. 그게 거의 흐릿하게 오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잡히더라. 지금 생각하면 입김 같기도 하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추운 곳에 내렸을 때 나오는 입김 같은 것. 처연한 표정들이 떠오른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들었을 때 콜드 누아르를 해보고 싶었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그 무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처음보다는 인물의 모습에 집중해서 전개를 해나갔다.

-밀정의 어떤 모습을 그리고자 했나.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의 실제 이야기와 모델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당시의 풍경을 고증하는 데 충실하면 그런 데 매몰될 수 있겠다 싶더라. 1920년대 중•후반쯤을 가정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한집 걸러 독립군, 한집 걸러 스파이가 있던 시기였는데 그때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무사히 운반하려는 의열단, 그리고 그것을 막는 임무를 받은 조선인 일본 경부 이정출(송강호)이 만난다. 이정출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과 선후배처럼 지내다 꿍꿍이를 펼치는 심리전, 그 둘 사이의 충돌과 또 다른 관계를 그리고 싶다.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스파이전의 느낌이 한층 강해졌다. 진짜 일본 경찰로 잠입한 독립군의 스파이였다, 아니다, 이 사람이 독립군의 스파이인 척하면서 가담한 거다, 이런 혼란이 계속 오는 거고 실제로도 명확한 결론이 안 난 거다. 작품에 녹아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독립군 일을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놈놈놈>의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는 시대의 무게로부터 비켜나 있다. 한몫 챙기는 거 말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속물적인 인간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작품의 온도를 결정짓는 인물이기도 하다. <밀정>은 같은 시대지만 그와 달리 무거운 역사의 공기가 인물들에게 느껴진다.

=<놈놈놈>은 각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충돌이 일어나고 파열되면서 이야기가 확장되는 식이었다. <밀정>은 캐릭터의 명분과 입장, 대의가 부딪히는 다른 성질의 영화다. 송강호씨가 한 인터뷰에서 그러더라. 내가 밀정인지 독립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시나리오가 계속 고쳐진다고. (웃음) 그런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상태가 이 영화의 목적이 될 거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밀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 그 사람이 어디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 그 충돌과 애환들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이편인지 저편인지 모르는데 역사라는 것이 밀고 들어오니 결정을 해야 하는 거다. 이 영화를 보면 그렇게 사람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서 나사를 계속 돌려서 조여가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역사의 힘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계속 조여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든다.

-여름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시작으로 연말에 개봉할 이준익 감독의 <동주>, 그리고 한창 촬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그리고 곧 촬영에 들어갈 허진호 감독의 <덕혜옹주> 등이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약속이나 한 듯 중견 감독들이 그 시대로 이끌리고 있다. 그 이유와 매력이 무엇인 것 같나.

=여유와 의지가 있었던 시대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과 희망이 있었다. 세계는 전쟁이라는 큰 재앙이 있었지만 그 절망의 사이사이 느끼는 흥분들이 있었던 시대다. 산업화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에 대한 열망, 동경, 황홀경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회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슬로건도 나온 때다. 모든 게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고통도 희망도 열망도 밖으로 쏟아내는 시대였다. 비록 그게 희망이 아닐지라도 그 모든 걸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에너지가 들썩들썩한 시기였다. 감독들이 그 시기에 주목하는 건 결국 지금은 없는 그런 에너지, 로맨티시즘을 그리고 싶어서가 아닐까.

-<악마를 보았다> 이후 한국에서의 장편영화는 정말 오랜만의 작업이다. 크랭크인을 이제 한달 앞두고 있는데.

=일요일도 쉰 적이 없고, 매일 11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런데 날씨가 가을이라 선선해서 그런지 노래 부르면서 일한다. <라스트 스탠드>(2013)를 하면서 할리우드에 적응하는 동안, 앞으로 할리우드에서는 힘들어서 안 한다고 했는데, 다시 한국에 오니 그 사이 충무로도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더라.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건 송강호, 공유, 한지민, 신성록 같은 배우들을 제외하고 모든 출연배우들을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한 것이다. 아는 배우들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놈놈놈>이 만화적인 판타지였다면, 이번엔 좀 다른 성격의 영화이고 이런 캐스팅이 이 영화에 사실적인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또 이번 작품이 내겐 첫 금연 작품이기도 하다. 일종의 나를 향한 의지로 담배를 끊었는데, 물론 작품 잘 안 되면 다시 돌아가는 거고. (웃음)

경성 거리 풍경

시놉시스

1920년대 중반 이후가 되면서 의열단의 활동이 미비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인을 향한 테러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주동자가 사살된다. 그렇게 의열단의 리더가 부재하는 상황에서 김우진(공유)이라는 새로운 리더가 가세하면서 다시 의열단의 활동이 시작되고, 그들은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운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소식을 입수한 경무국은 이정출(송강호)에게 그들을 가까이해서 작전을 빼올 것을 지시한다.

이정출 캐릭터 컷

조선인 일본 경부 이정출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 잡초 같은 인간이라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인 김우진은 냉정하고 인텔리전트한 인물. 강하지만 내적 고민도 많은 인물이다. 의열단의 실질적 멘토로 김구, 김원봉 같은 민족지도자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가 위대한 건 송강호라는 배우를 좇아가면 그 시대의 풍경을 보게 된다”는 것이라며 <밀정>에서도 송강호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또 그와 함께 합을 맞추는 공유에 대해서는 “여러 경우의 수를 보고 배려하면서도 결단력이 강한 점이 공유의 실제 성격과 많이 겹친다”며 공유가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김지운 감독은 배우들에게 ‘스몰 액팅’을 주문했다고 한다. 작고 디테일한 표현들이 결국 큰 지점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상해항 풍경
의열단 접선 장면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을 콜드 누아르 장르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두 감독은 <모스트 바이어런트>를 연출한 J. C. 챈더와 <폭스캐처>를 연출한 베넷 밀러 감독이다. <밀정>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데이비드 핀처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나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비롯해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원작과 영화 등을 봤다고 한다. 당시의 풍경을 그리기 위해 리안 감독의 <색, 계>도 참고했다. 촬영은 <달콤한 인생> <라스트 스탠드> 등을 함께 작업한 단짝 김지용 촬영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장르적인 차가운 색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밀정>의 음악 작업에는 김지운 감독과 역시 <악마를 보았다> <라스트 스탠드> 등을 함께해온 또 다른 단짝 모그가 참여한다. <밀정>의 전체적인 음악의 분위기는 슬로 재즈풍이다. 재즈 음악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 또 영화의 서사가 격조를 가지고 흘러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재즈의 선율을 활용할 예정이다.

경성행 기차
경성행 기차

<밀정>은 영화의 40% 정도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상하이의 묘펑 세트장은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 혼재된 세트라 튜닝을 하면 충분히 영화의 디테일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기차 플랫폼 오픈 세트를 포함해 10개가 넘는 대형 세트장을 갖춘 곳이다. <밀정>의 이야기를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차다. 기차는 폭탄을 실어 나르는 운송책이자 극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도구다. 인물들이 경성-상하이-기차-다시 경성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지 긴장이 보여질 예정. 기차의 내부는 상하이와 한국의 세트에서 촬영된다.

밀정의 미행 장면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무술을 책임진 정두홍 촬영감독이 <밀정>에도 함께한다. 총을 쏘고 피하고 맞는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액션을 설계한다. “짧지만 그래서 강렬한 액션”이 이번 <밀정>에서 구상하는 액션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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