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대한민국이 잊지 못할 명작 15년 만에 돌아오다
2015-11-04
글 : 이화정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은 배우 이영애가 “군복과 잘 안 어울리는 배우”라서 소피 역에 어울렸다고 말한다. 한국계 스위스인이며 군 정보단 소령인 소피는 사건수사를 위해 파견되어 판문점에 온다. 진실을 끌어내기 위해 내키지 않은 일을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데, 그 불편함이 ‘안 맞는 옷을 입혀놓은 것 같은’ 이영애의 모습과 어우러졌다.

“난 지금도 강호씨가 동생 같지 않고 형같이 느껴진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 송강호가 천진한 장난기와 더불어 형처럼 기대고 싶은 믿음직스러움을 동시에 가진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왜 이병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당시 영화계에서 흥행작이 없었던 이병헌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평범한 남자를 원했다. 난 이병헌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굉장한 미남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건강한 느낌이 좋았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이 <삼인조> 때부터 함께하고 싶어 하던 배우였다. 이병헌이 신뢰한다는 PD에게 직접 찾아가기도 할 정도로 이병헌과의 작업이 성사되길 바랐다.

라스트신 촬영의 비밀은 79쪽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참조할 것.

“매일 12시간씩 술을 마셨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많은 배우들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져야 하는,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였다. 박찬욱 감독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배우들과 어울려서 주거니받거니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를 처음으로 느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촬영기간 동안 매일 술을 마시는데 잡담이 아닌 작품 이야기를 끝도 없이 했다고. “강호씨는 다른 세상사 관심도 없고 오로지 영화에 대한 생각이 전부다. 병헌이도 아이디어가 참 많은 배우다. 그래서 자칫 말리 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웃음)”

박찬욱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판문점 세트에서 촬영한 ‘대질심문 장면’을 꼽았다. 북한군 중사 오경필로 분한 송강호가 ‘김정일 지도자 만세’, ‘노동당 만세’라고 외치는데, 정말 김정일을 찬양하는 게 아니니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그것도 주인공 입에서 나오는 건 쇼킹한 일이었다.” 특히 침을 튀기며 절규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빛이 났다. “<사도>에서의 목 쉰 연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처음으로 숫자로 기록된 작품이었다. 2000년 9월9일, 개봉 이후 모든 날들이 기록의 연속이었다. 추석 시즌의 흥행은 가속이 붙어 무려 9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동원한 584만 관객은 개봉관이 단 120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의 1천만 관객을 능가하는 수치다. 기록되는 숫자만큼이나 기록해야 할 이야기도 많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남북 병사간의 살인사건을 그린 <공동경비구역 JSA>는 미스터리 형식에 코믹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해 분단에 대한 인식을 재고한 작품이었다. 당시 <달은 해가 꾸는 꿈>(1992), <삼인조>(1997)로 B급 정서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인식되었던 박찬욱 감독이 주류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배우 송강호의 가치를 알린 작품이자, 티켓 파워가 약했던 배우 이병헌이 영화계에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다. 양수리의 서울종합촬영소에는 8천평 부지에 9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실제 판문점 90% 크기의 오픈세트가 건설되었고 대규모 제작에 걸맞게 미술 김상만, 특수효과 정도안, 특수분장 신재호, 분장 송종희, 음악 조영욱, 조명 임재영, 음향 김석원 등 이후 한국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탭들의 존재를 알린 작품이기도 했다.

지난 10월15일, 개봉 15년 만에 <공동경비구역 JSA>가 돌비 애트모스, 4K 리마스터링 등 디지털 작업을 거쳐 재개봉했다. 2013년 <올드보이> 개봉 10주년 리마스터링 버전 개봉에 이어, 필름으로 작업한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두 번째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두고 “내게는 일종의 재기작이었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디지털 버전 상영으로 극장을 찾은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미공개 스틸컷으로 보는 영화의 뒷이야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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