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땅에 깃든 염(念)을 소재로 한 정통 호러영화 <잔예>로 처음 도쿄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2007), <촌마게푸딩>(2010), <기적의 사과>(2013) 등 삶에 대한 따스한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왔으나 기실 그는 최양일 감독의 조감독,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시나리오작가를 거치며 스릴과 서스펜스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간직해온 사람이다. <잔예>는 주연을 맡은 다케우치 유코가 약간의 유머와 과장을 버무려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출연 결정을 후회했다.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두려웠다”고 회고할 만큼 관객을 끊이지 않는 긴장 속에 몰아넣는 공포영화다.
-오노 후유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절대공포 부스>(2005) 이후 10년 만에 만든 호러영화인데.
=나는 서스펜스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생생한 공포’를 실제 상황처럼 연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어서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노 후유미가 <절대공포 부스>를 무척 흥미롭게 보았다며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해달라고 먼저 제안해왔다.
-가까운 친구이자 <검은 물밑에서>(감독 나카타 히데오, 2002)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 작가 스즈키 겐이치가 <잔예>의 각본을 썼다.
=오노 후유미가 우리의 협업을 바랐기 때문이다. 각색 중 가장 신경쓴 건 관객이 실제로 자신의 곁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여기도록 하는 거였다.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질 때 무언가 느껴지긴 하나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 무섭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10분은 새로 만든 장면이다.
-조력자인 히라오카(사사키 구라노스케)가 나올 때엔 희미하게나마 코믹한 무드가 느껴진다.
=그러라고 사사키씨가 출연한 거다. (웃음)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만 진행된다면 영화 보는 게 고통스럽지 않겠나.
-촬영 중 별일은 없었나.
=촬영감독과 잠깐 차에서 쉬고 있는데 촬영감독의 카메라에 누군가의 손이 얹혀 있는 걸 봤다. 그 안엔 우리 둘밖에 없었는데! (웃음)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다시 코미디로 돌아간다. 작은 마을에 머물게 된 에도시대 사무라이가 주인공이다. 마을 사람들은 사무라이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인데 거기서 오는 생각의 차이를 그리게 될 거다. 빈민의 생존에 관한 고민이 그 바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