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타노 다케시, 팀 버튼 감독에 이어 올해의 사무라이상 수상자는 오우삼, 야마다 요지 감독이다. 사무라이상은 도쿄국제영화제가 뚜렷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영화 신세계를 개척해나가는 감독들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이다. 이를 기념해 롯폰기 힐스 타워힐에서 하토리 신이치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거장인 오우삼 감독의 스페셜 토크 <In Person: John Woo>가 열렸다. 이날, 오우삼 감독은 대인의 아량을 여실히 드러내며 청년 영화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하토리 신이치_감독님의 영화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들은 누군가요.
오우삼_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가장 먼저 말하고 싶네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장 피에르 멜빌, 샘 페킨파, 로렌스 올리비에, 데이비드 린도 아주 좋아합니다. 1950~60년대에 활동한 감독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물론 나의 스승인 장철 감독님도 빼놓을 수 없죠.
하토리 신이치_터닝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오우삼_홍콩 폴리스 액션이라고 해야겠죠. 좋은 놈과 나쁜 놈이 분명하게 나뉜 명쾌한 장르예요. 하지만 캐릭터의 감성을 잊어선 안 돼요.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이 내 작품을 참고하는데 성공작인 <첩혈쌍웅>(1989) 이전에 이미 이시이 데루오의 <무뢰한>(1964)이 있었어요. <무뢰한>을 보고 충격을 받고 그런 감성을 배웠죠.
하토리 신이치_이제 청년 감독들의 질문을 받아보죠.
후쿠야마 고키(2015 스킵시티국제D-시네마영화제 상영작 <철의 아이들> 감독)_감독님의 할리우드 데뷔작 <하드 타겟>(1992)은 사실상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성공한 홍콩영화죠.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건 홍콩에서와 어떻게 다른가요.
오우삼_아무래도 월드와이드를 바탕에 뒀으니 비교할 수 없는 산업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겠죠. 할리우드는 ‘명성(Fame), 자본(Money), 권력(Power)’으로 굴러갑니다. 홍콩은 감독들이 중심이 돼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만드는 데 반해 할리우드에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만 하죠. 편집할 때도 내 버전과 스튜디오 버전이 함께 존재했어요. <페이스 오프>(1997)의 엔딩 신을 촬영할 땐 스튜디오와 의견차가 있었는데 존 트래볼타가 내 편을 들어줬어요. 다행히 제대로 먹혔죠. (웃음)
스기모토 다이치(2015 피아필름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작 <A Road> 감독)_영화를 만들다 지치면 무엇으로부터 휴식을 얻나요.
오우삼_최근에 강아지를 얻었어요. 손자처럼 매일 귀여워해주죠. 같이 놀다보면 모든 게 다 지나가 있어요. (웃음)
스기모토 다이치_무슨 종을 키우세요? 저는 고양이를 키워요.
오우삼_잡종이겠지만 상관없어요. 귀여우니까. (웃음) 우린 처지가 비슷한 모양이네요.
니노미야 겐(제5회 일본학생영화제 상영작 <고무라는 왜 울었니?> 공동감독)_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아시아 영화인들로부터 무엇을 보길 원하나요.
오우삼_일단 유명한 일본 감독들을 많이들 좋아해요. 거기에 더해 이제는 모던한 센스를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스승인 장철 감독님은 말씀하셨죠. “할리우드에서 훌륭한 기술을 많이 배우더라도 동양의 정신만은 잊지 말라”고요.